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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배구 | 레이저 눈빛 허재, 아이들 앞에선 “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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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작성일19-05-07 02:00 조회89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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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 아카데미를 연 허재(가운데) 전 국가대표 감독이 아이들과 함께 활짝 웃고 있다. 감독 시절 흰머리가 많았던 허재는 ’아이들과 함께 하니 젊어진 것 같다“며 웃었다. [김경록 기자]

“너 피자 먹으려고 온 거지?”
 
“아니에요. 감독님한테 농구 배우러 왔죠.”
 
“허, 귀여워 죽겠네. 짜식~.”
 
5월 5일 어린이날, ‘농구 대통령’ 허재(54)와 손재우(12·경기도 파주시) 군이 나눈 대화 내용이다. 지도자 시절 선수들에게 매서운 ‘레이저 눈빛’을 날리던 허재 전 대표팀 감독은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허허허” 웃었다.
 
허재 감독은 지난 3월 경기 고양시 재활스포츠센터에 ‘허재 농구아카데미’를 열었다. 천하의 허재가 엘리트 농구 선수가 아닌 평범한 초·중·고교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다. 수업은 금·토·일요일 사흘 동안 진행한다. 20명으로 구성된 각 반마다 1시간30분씩 아홉 클래스를 가르친다.

허재는 아이들의 레이업슛을 몸으로 막으면서 열정적으로 농구를 가르쳤다. 김경록 기자

 
기자가 현장을 찾은 지난 5일에도 허 감독은 아이들의 레이업슛을 몸으로 막으면서 열정적으로 농구를 가르치고 있었다. 농구교실을 연지 석 달도 채 안됐는데 회원은 벌써 200명을 넘어섰다. 허 감독은 어린이날을 맞아 아이들에게 피자를 사주고, 가방도 선물로 줬다.
 
엘리트 선수들을 놔두고 어린이를 위한 농구교실을 시작한 이유를 물어봤다. 허재는 “프로팀 감독도 해봤고, 대표팀 감독도 해봤다. 10년 넘게 쉼없이 달려왔는데 이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었다”고 말했다. 농구교실을 돕고 있는 프로농구 TG삼보 센터 출신 정경호(49)코치는 “허재 감독님은 수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회 환원 차원에서 이 일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허재는 최근 경기도 고양시에 농구교실을 열었다. 회비는 한달에 6만원. 아이들 차량 픽업을 해주고 어린이날을 맞아 피자를 시켜주고 가방선물도 줬다. 김경록 기자

 
2005년부터 10년간 전주 KCC를 이끌었던 허 감독은 지난해 9월 대표팀 감독에서 물러난 뒤 ‘야인’ 생활을 하고 있다. 허 감독은 “언젠간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었다. 그런데 프로선수가 아니라 아이들을 가르치다보니 정신이 하나도 없다”며 “오죽했으면 (목소리를 잘 전달하기 위해) 무선 마이크까지 샀다”고 말했다. 지금은 취미반 형식이지만 재능이 뛰어난 아이가 있다면 선수로 키울 계획도 있다.
 
허재는 초등학교 4학년 때 농구를 시작했다. 특별활동 때 서예부 대신 농구부에 들어간 것이 계기가 됐다. 학창시절엔 매일 줄넘기 이단뛰기를 500회 이상 반복했던 악바리였다. 그 덕분에 허재는 1990년 세계선수권 이집트전에서 홀로 62점을 몰아넣었다. 농구대잔치 최우수선수상(MVP)도 3차례 받았다.
 

직접 패스를 하면서 열정적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허재 전 국가대표 감독. 허재는 덩달아 자신도 젊어지는 것 같고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귀여워 죽겠다고 했다. [김경록 기자]

허 감독은 “나는 국민학교 때부터 합숙생활을 했다. 마치 군대 같은 분위기였다. 감독님이 무서워서 항상 긴장하면서 지냈다. 돌이켜보면 ‘좀 더 즐겁게 농구를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고 털어놨다.
 
농구교실 아이들에게 허재 감독이 선수 시절 활약했던 유튜브 영상을 보여줬다. 조의종(15·고양시 탄현동)군은 “겉모습만 보면 그냥 옆집 아저씨 같은데 슛과 돌파가 엄청나다”며 놀라워했다. 농구교실을 돕고 있는 중앙대 선수 출신 정성구 코치는 “농구대잔치 시절을 기억하는 학부모들은 허재 감독님에게 달려가 사인도 받고 셀카도 찍는다”고 전했다.
 

허재 감독의 두 아들 허웅(왼쪽)과 허훈(오른쪽)은 지난 4일 아버지 농구교실을 깜짝 방문했다. 특히 허훈은 스킬 트레이닝을 받으러 미국 어바인으로 출국하기 전날 시간을 쪼개 찾아왔다. [사진 허재]

허재 감독의 두 아들은 현재 프로농구에서 활약 중이다. 원주DB의 슈팅가드 허웅(26), 부산 KT의 포인트가드 허훈(24)이다. 허재는 “아들에겐 제대로 농구를 가르친 적이 없다. 골프로 치면 레슨 프로가 드라이브샷 자세를 한 번 잡아주듯 슛 자세나 드라이브인 동작을 잠깐 봐주는 게 전부였다. 그런데 웅이는 나와 슛자세가 비슷하다. 훈이는 눈치가 빨라서 어깨너머로 배웠다”고 말했다.
 

허웅과 허훈은 프로농구 시즌이 끝난 뒤 아버지와 발리로 효도관광을 다녀왔다. 허씨 형제는 지난 4일 느닷없이 농구교실을 찾았다. 아이들과 슛대결을 하고 사인해주고 돌아갔다. [사진 허재]

허웅·허훈 형제는 지난 4일 아버지가 운영하는 농구교실을 깜짝 방문해서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의 사인 요청에 응하면서 원포인트 레슨도 해줬다. 허재 감독은 요즘 종종 농구교실 근처의 사무실에서 잠을 잔다고 했다. 그만큼 아이들을 열정적으로 가르치고 있다. 오는 14일엔 고양시 발달장애인 선수 10명을 데리고 일본 팀과 경기를 하기 위해 후쿠오카에 다녀올 계획이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에요.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참 좋네요. 애들과 함께 코트에서 뛰다보면 내가 젊어지는 기분이 들어요.”
 

 
‘농구 대통령’ 허재는…

 
출생 1965년생 (54세)
가족 아내 이미수씨,
장남 허웅(DB), 차남 허훈(KT)
선수 경력 용산고-중앙대-기아-동부
(2004년 은퇴)
수상 경력 농구대잔치 MVP 3회,
프로농구 MVP 1회
감독 경력 전주 KCC(2005~2015),
대표팀(2009, 2011, 2016~18)
감독 성과 챔프전 2회 우승,
2018 아시안게임 3위
현재 허재 농구아카데미 운영

 
 
고양=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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