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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 움츠렸다가 독침 한 방…한국 ‘말벌 축구’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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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작성일19-05-24 02:00 조회95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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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 이하 월드컵에 출전한 한국 대표팀이 ‘말벌 축구’ 전략으로 1983년 4강 신화 재현에 나선다. 왼쪽부터 김세윤, 고재현, 이강인, 정호진, 박태준. [사진 대한축구협회]

 
말벌 축구.
 
20세 이하(U-20) 월드컵 본선에서 ‘죽음의 조’에 배정된 한국의 필승 전략이다. 정정용(50)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0 축구대표팀은 25일 오후 10시30분 폴란드 비엘스코-비아와 스타디움에서 유럽의 강호 포르투갈과 F조 1차전을 치른다. 첫 경기부터 이번 대회 최강 팀을 만난다. 한국은 그동안 갈고 닦은 ‘말벌 축구’로 포르투갈을 잡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말벌 축구’는 빠르게 상대의 약점을 파악한 뒤 강력한 독침 한 방으로 제압하는 말벌의 공격법에서 따온 이름이다. 주전 골키퍼 이광연(20·강원)은 “한 방 제대로 쏴서 곧장 독이 오르게 하는 축구”라면서 “다음에 (토너먼트에서) 다시 만나더라도 얕잡아 볼 수 없도록 완전히 제압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23일 열린 실내훈련에서 이강인이 웃으며 질주하고 있다. [연합뉴스]

 
말벌 축구는 ①유인 ②압박 ③역습의 3단계로 이뤄진다. 수비라인을 의도적으로 내려 세워 상대 선수들을 우리 지역으로 끌어들이는 게 먼저다. 이후 조직적이고 빠르게 에워싸 볼을 빼앗는다. 마지막으로 서너 명의 선수가 상대 측면 또는 뒷공간을 일시에 파고들어 수비 라인을 허물고 골 찬스를 만든다.
 
공격 에이스 이강인(18·발렌시아)의 활약이 중요하다. 전세진(20·수원), 조영욱(20·서울) 등 최전방에서 호흡을 맞추는 동료 공격수들과 함께 상대 위험지역에 침투한 뒤 패스 또는 슈팅의 타이밍과 방향을 결정한다. 공격 완급 조절에서부터 ‘독침’을 꽂을 방법과 시점을 판단하는 것까지 모두 이강인의 몫이다.
 
말벌 축구는 지난 1983년 멕시코 대회 당시 한국의 4강 신화를 일궈낸 ‘벌떼 축구’의 21세기 버전이다. 36년 전 선배들은 압도적인 체력을 바탕으로 모든 선수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당시 멕시코 고지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심폐 지구력을 기르기 위해 마스크를 쓰고 훈련한 일화가 유명하다. 
 
당시 외신은 “한국 선수들은 90분 내내 지치지 않고 벌떼처럼 달려든다”며 “상대를 가리지 않고 끈질기게 달라붙어 괴롭히는 모습이 붉은 악령들(Red Furies) 같다”고 보도했다. 한국 축구대표팀에 ‘붉은 악마(Red Devils)’라는 별칭이 붙은 것도 여기에서 연유했다.
 

U-20 월드컵

 
정 감독은 ‘벌떼 축구’의 전제 조건인 ‘강한 체력’에 현대 축구 전술의 핵심 요소인 ‘압박’과 ‘역습’을 결합했다. 훈련 기간 내내 우리 선수들의 전반적인 체력 강화에 주력하는 한편, 최대한 빠르게 상대 진영을 파고드는 공격 패턴을 갈고 닦았다.
 
정 감독은 말벌 축구 전술의 핵심을 ‘사소취대(捨小取大)’라는 사자성어로 표현했다. 그는 “작은 이익을 탐하지 말고 더 중요한 목표에 집중하자는 뜻”이라면서 “우리 선수들이 1983년 4강 신화를 재현하겠다는 의지로 똘똘 뭉쳐 있다. 경기 중에는 ‘완벽한 한 방’을 만들기 위해 때를 기다리며 집중하자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첫 상대 포르투갈은 지난해 이 대회 예선을 겸해 열린 19세 이하(U-19) 유럽챔피언십에서 우승했던 강호다. 스트라이커 하파엘 레앙(20·릴)을 비롯해 유럽 1부리그 무대에서 실력과 경험을 쌓은 선수들이 즐비하다.
 
유럽 축구 이적 전문 사이트 ‘트랜스퍼 마르크트’가 매긴 이강인의 시장가치는 675만 유로(약 90억원) 수준. 포르투갈에는 레앙을 비롯해 이강인보다 몸값이 비싼 선수가 6명이나 있다.
 

U-20 축구대표팀 사령탑 정정용 감독(오른쪽)과 에이스 이강인이 웃으며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나라는 U-20 대표팀 간 맞대결에서 포르투갈을 한 번도 이겨보지 못했다. 지난 1979년 이후 통산 8번 싸워 3무 5패에 그쳤다. 2년 전 한국에서 열린 U-20 월드컵에서도 16강에서 만나 1-3으로 졌다. ‘포르투갈 징크스’를 끝내기 위해서는 ‘말벌의 독침’이 필요하다.
 
정정용 감독은 포르투갈전 기자회견에서 "준비하는 과정에서 최선을 다 했다. 이제부터는 우리 선수들이 자신감과 열정, 패기를 바탕으로 이 축제를 마음껏 즐기길 바란다"면서 “공격 기회가 자주 오진 않을텐데, 유효 슈팅으로 이끌고 득점으로 연결하는 집중력만 유지하면 된다"고 말했다.
 
한편 FIFA는 23일 ‘U-20 월드컵을 수놓은 5가지 명장면’을 소개하면서 2년 전 우리나라가 조별리그에서 아르헨티나를 무너뜨린 경기를 포함했다. 당시 한국은 ‘바르셀로나 듀오’ 이승우(21·헬라스 베로나)와 백승호(22·지로나)의 연속골에 힘입어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를 2-1로 격파했다. 
 
FIFA는 “한국은 기니에 3-0으로 이긴 뒤 통산 6회 우승에 빛나는 아르헨티나를 대담하게 밀어붙였다. 그 결과 승점 3점을 거머쥐며 홈 팬들을 열광시켰다”고 2년 전의 추억을 되새겼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2년 전 국내에서 열린 U-20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를 2-1로 격파한 우리 선수들이 함께 기념 촬영하며 환호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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