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32·LA 다저스)의 올 시즌 10번째 등판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특유의 날카로운 제구가 되지 않아 고전했지만, 결승타를 날려 해결했다. 동료들은 막강한 수비로 도와줬다.


 
류현진은 26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PNC 파크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리츠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 6이닝 동안 안타 10개를 맞았지만, 2실점으로 막았다. 삼진은 3개를 잡고 볼넷은 하나도 주지 않았다. 투구수는 93개. 평균자책점은 1.52에서 1.65로 올랐다. 그러나 결승타를 날리는 등 2타수 1안타 1타점으로 타석에서 활약했다. 다저스가 7-2로 이기면서 시즌 7승(1패)째도 챙겼다.
 
이날 류현진은 운수 나쁜 날이 될 뻔했다. 비로 인해 당초 예정된 시간보다 2시간은 늦은 10시쯤 경기가 재개됐다. 그러면서 류현진의 컨디션도 다소 흔들린 것으로 보인다. 1회 초 코리 시거의 적시타로 선제점을 얻은 후, 1회 말에는 삼자범퇴로 피츠버그 타선을 막고 기분 좋게 시작했다. 
 
그러나 2회부터는 불운이 드리워졌다. 1-0으로 앞선 2회 2실점하면서 1-2로 역전을 당했다. 선두 타자 조시 벨에서 중전 2루타를 맞았다. 이어 멜키 카브레라를 포수 앞에 떨어지는 땅볼로 유도했으나, 이를 잡은 포수 러셀 마틴이 3루에 악송구한 바람에 벨이 홈을 밟았다. 이로써 최근 31이닝 연속 무실점(다저스 역사상 11위)이었던 류현진은 기록을 32이닝에서 마감했다. 박찬호(46)가 세웠던 33이닝 무실점 기록도 경신하지 못했다.  
 
류현진은 타석에서 스스로 타점을 올려 만회했다. 2-2로 동점인 4회 초 2사 주자 1루에서 선발 조 머스그로브로부터 펜스를 내리꽂는 적시 2루타를 뽑아냈다. 이 타구는 384피트(117m)를 날아갔다. 홈런으로 보일만큼 큼지막했다. 피츠버그 구장의 중앙까지 길이는 125m, 우중간까지 길이는 114m다. 류현진의 타구는 중앙과 우중간의 사이 펜스를 때렸다. 그 사이 1루 주자 크리스 테일러가 홈을 밟아 3-2로 역전했다. 류현진은 올 시즌 첫 타점을 결승타로 올렸다.
 
그러나 4회 말 다시 위기에 빠졌다. 선두 타자 케빈 뉴먼에게 안타, 엘리아스 디아즈에게는 2루타를 허용했다. 디아즈의 타구를 다저스 중견수 알렉스 버두고가 재빨리 쫓아가 거의 잡을 뻔했지만, 글러브를 맞고 떨어졌다. 결국 무사 2,3루가 됐다. 
 
표정이 진지해진 류현진은 빠르게 승부를 걸었다. 수비수들의 집중력도 더 높아졌다. 콜 터커가 2구째 체인지업을 건드렸지만, 버두고가 잡아냈다. 그 다음 조 머스그로브도 2구째 체인지업을 받아쳤지만, 우익수 코디 벨린저가 잡아냈다. 어느새 2아웃이 됐고, 류현진은 아담 프레이저는 신중하게 5구째 승부까지 끌고 간 끝에 중견수 라인드라이브 아웃으로 위기를 막았다. 
 
6회 말에는 벨린저의 수퍼캐치가 빛났다. 2사 주자 3루에서 제이크 엘모어가 오른쪽 담장을 넘길 것 같은 타구를 날렸다. 그러나 벨린저가 펜스를 타고 올라가 잡아냈다. 류현진은 홈런일 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벨린저가 잡아내는 것을 보고 살짝 고개 숙여 웃었다. 류현진은 더그아웃에 들어가 벨린저를 격하게 격려해줬다. 평소 마운드와 더그아웃에서 크게 감정표현이 없는 류현진이 이날은 유독 위기를 많이 맞이해서인지 도와준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크게 표시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