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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 [송지훈의 축구·공·감] 이강인 혼자 힘으론 이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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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작성일19-05-27 02:00 조회71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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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전에 진 뒤 고개를 떨군 이강인. 혼자 힘만으론 패배를 막지 못했다. [연합뉴스]

 
‘전가의 보도(寶刀)’라는 말은 ‘가문에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귀한 칼’이라는 뜻이다. 어려운 상황을 해결할 확실한 방안을 의미한다. 문자 그대로만 보면 더할 나위없이 좋은 표현이지만 ‘상투적인 해결책’이라는 뉘앙스도 담고 있다. 다른 해결책을 고민하는 대신 손쉽게 칼에만 의지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기 쉽다는 의미다.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본선에 출전한 한국 U-20축구대표팀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25일 폴란드 비엘스코-비아와에서 열린 포르투갈과 본선 F조 첫 경기에서 이강인(18·발렌시아)이라는 ‘보검’을 앞세우고도 0-1로 패했다. 전반 7분 상대 측면 공격수 트린캉에게 허용한 골을 끝까지 만회하지 못했다.
 
프랑스, 아르헨티나 등과 함께 이번 대회 유력한 우승 후보로 손꼽히는 포르투갈에 한 점 차로 진 걸 나쁘지 않은 결과로 볼 수도 있다. 그렇다 해도 첫 경기에서 패배하며 16강 진출에 ‘빨간 불’이 켜진 것 또한 사실이다.
 

한국이 U-20 월드컵에서 16강에 오르려면 남은 두 경기에서 최소한 1승 이상을 거둬야 한다. [연합뉴스]

 
본선 참가 24개국 중 16팀을 가리는 조별리그에서 살아남으려면 승점 4점(1승 1무)이 필요하다. 아무리 양보해도 1승(3점)은 필수다. 포르투갈에 진 한국은 남아공(29일 오전 3시30분)과 아르헨티나(6월 1일 오전 3시30분) 중에서 한쪽은 반드시 잡아야 한다. 아무래도 아르헨티나에 2-5로 진 남아공과의 대결이 상대적으로 쉬울 것으로 보인다.
 
포르투갈전에서 이강인은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소화했다. FIFA와 전 세계 주요 매체가 ‘U-20 월드컵을 빛낼 유망주’로 점찍은 선수답게 90분 내내 중원과 측면을 오가며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줬다. 포르투갈 수비진의 집중 견제를 받으면서도 패스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
 

포르투갈전 후반에 교체 투입돼 빠른 발을 활용한 돌파를 선보인 엄원상(맨 왼쪽). [연합뉴스]

 
그러나 한국은 ‘이강인’이라는 칼에 지나치게 의지했다. 포르투갈전에서 시도한 196개의 패스 중 이강인이 39개(19.9%)를 책임져 이 부문 팀 내 1위에 올랐다. 스루패스(2회), 슈팅으로 이어진 키 패스(3회), 유효슈팅(1회), 크로스(8회), 드리블 돌파(2회) 등 대부분의 공격지표에서 이강인이 1위였다. 패스하고, 슈팅하고, 돌파하면서 수비에도 가담했다. 
 
보통 팀 내 패스 1위는 중앙 수비수 또는 수비형 미드필더의 몫이다. ‘공격 에이스’ 이강인이 가장 많은 패스를 했다는 건 역설적으로 수비 지역에 머문 시간이 길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20세 이하 대표팀은 지난 1983년 4강 신화를 36년 만에 재현할 해법으로 ‘말벌 축구’ 전략을 꺼내들었다. 의도적으로 웅크리다 과감한 역습으로 상대의 허를 찔러 골을 넣고 승리하는 전략이다. 결정적인 순간에 상대 급소에 독침을 찔러넣는 과정을 이끄는 게 이강인의 임무다. 그런데 이강인이 수비 지역에 주로 머문다면 한국이 독침을 세울 기회를 잡긴 쉽지 않다.
 

장신 공격수 오세훈은 후반 들어 제공권 싸움에 적극 참여하며 경기 분위기를 바꿨다. [연합뉴스]

 
29일 남아공과의 경기에선 이강인이 짊어진 짐을 동료들이 나눠져야 한다. 포르투갈전에서 답답하던 전반에 비해 후반엔 공격 흐름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승리의 실마리가 여기에 있다. 한국은 후반에 교체 투입한 엄원상(20·광주)이 빠른 발을 앞세워 포르투갈의 뒷 공간을 허물었다. 큰 키(1m93㎝)로 제공권을 장악한 오세훈(19·아산), 수비수를 따돌리고 공간을 파고 들어 여러 차례 슈팅 기회를 만든 조영욱(20·서울)의 플레이도 좋았다. 
 
특징이 서로 다른 공격수들이 함께 어울려 활약하자 상대 수비진이 분산되면서 이강인의 움직임이 살아나는 효과도 있었다. 남아공전에서 꼭 다시 보고 싶은 장면들이다. 축구팀장 milkyman@joongang.co.kr
 

후반 들어 다양한 특징의 공격수들이 서로 어우러지며 이강인(오른쪽)의 공격도 살아났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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