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 [김식의 야구노트] 추신수의 비결은 오른발 ‘10㎝ 우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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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작성일19-06-20 02:00 조회6,126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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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타석에선 홈런 못잖게 짜릿한 안타가 나왔다. 3회 신시내티 오른손 선발 소니 그레이가 던진 시속 151㎞ 패스트볼이 추신수의 몸쪽을 향했다. 스트라이크존 보더라인을 파고드는, 잘 던진 공이었지만 추신수는 부드럽게 잡아당겨 우전안타를 만들었다. 몸쪽으로 꽉 찬 공을 받아칠 때 추신수는 안정적인 하체 움직임(중심이동)을 보였다. 왼손 타자 추신수의 이동 발인 오른발을 정면(중견수 쪽)으로 뻗은 뒤 강한 타구를 만들었다.
추신수는 19일 현재 규정타석을 채운 텍사스 타자 중 출루율 1위(0.385), 장타율 1위(0.508), OPS(출루율+장타율) 1위(0.892), 타율 2위(0.281), 홈런 3위(12개)를 기록 중이다. 20대 타자들이 점령한 메이저리그에서 37세 추신수의 활약은 매우 돋보인다.
마이너리그에서 다듬고 메이저리그에서 완성한 타격자세를 바꾸는 건 큰 모험이었다. 추신수는 지난해 전반기 90경기에선 타율 0.293, 홈런 18개로 폭발했다. 그러나 후반기 56경기에서는 타율 0.217, 홈런 3개에 그쳤다. 어렵게 만든 폼이 조금씩 무너졌던 것이다. 송재우 해설위원은 “추신수의 말을 들어 보면 후반기 몸 상태가 더 좋았는데 이상하게 공이 안 맞았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메이저리그 경력 15년인 추신수는 지금도 타격에 대한 연구를 거듭한다. 그런데도 여전히 기술적인 문제에 부딪힌다. 레그킥을 시도하는 추신수의 고민은 오른발이 조금씩 닫힌다(스트라이드 방향이 좌익수 쪽으로 이동한다)는 것이었다. ‘크로스 스탠스’ 형태였다. 방향타 역할을 하는 오른발이 좌익수 쪽을 향하자 스윙 궤적도 그걸 따라갔고, 밀어치는 타구가 많아졌다.
오른발이 닫힐수록 몸쪽 공에 대응하기 어렵다. 특히 빠른 공을 가진 투수들은 추신수의 몸쪽 코스를 집요하게 공략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올 시즌 추신수는 스탠스를 바꿨다. 투수와 중견수 쪽으로 스트라이드를 하는 ‘스퀘어 스탠스’가 된 것이다. 추신수의 타구 방향은 오른쪽(우익수-중견수 방향)으로 조금 이동했다. 지난해엔 당겨쳐서 우익수 쪽으로 가는 타구가 33.4%, 중견수로 향하는 타구가 40.5%, 밀어쳐서 좌익수로 가는 타구가 26.1%였다. 올해는 우익수 쪽 36.0%, 중견수 쪽 42.1%, 좌익수 쪽 21.9%의 분포(베이스볼 서번트 기준)다.
스트라이드를 교정하면서 몸쪽 공 대처가 수월해졌다. 송재우 해설위원은 “LA 다저스 코디 벨린저는 지난해까지 몸쪽 하이패스트볼 타율이 2할대에 그쳤다. 그러나 타격 준비 자세를 조금 수정했더니 그 코스 타율이 3할대 중반이 됐다. 약점을 조금만 보완해도 결과는 확 달라진다”고 말했다.
길이 84㎝의 방망이의 경우 스위트스폿(중심)은 13㎝ 정도이다. 6~7㎝의 방망이 지름에서 범타와 안타를 가르는 차이는 0.5㎝에 불과하다. 타격에서는 아주 작은 변화가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 추신수의 스트라이드 변화 폭은 10㎝ 안팎이다. 이것만으로도 공과 배트가 만나는 임팩트 존이 확 달라진다.
타격 전문가들은 타격에서 가장 중요한 게 일관성이라고 말한다. 수백 명의 투수가 던지는 수천 가지의 공을 때리다 보면 타자의 자세는 미세하게 변하기 마련이다. 변화를 감지하고, 바뀐 이유를 찾고, 대응법을 마련하는 게 투수와 타자 싸움의 본질이다. 37세 추신수가 아직도 고민을 거듭하는 이유다.
김식 야구팀장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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