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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배구 | [김기자의 V토크] ㉑코트의 비타민 박상미 "다음 댄스는 우승 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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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작성일19-01-28 09:47 조회97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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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미는 "경기에 많이 나갈 수 있어 정말 행복하다"고 했다. 강정현 기자

V리그에선 과거 기량발전상(2013-14시즌 이후 폐지)을 매년 수여했다. 말 그대로 빛을 보지 못하다 눈부신 성장을 보인 선수에게 돌아가는 상이었다. 현재 기량발전상이 있다면 가장 유력한 선수 중 한 명은 IBK기업은행 리베로 박상미(25)일 것이다. 6년간 '닭장(후보 선수들이 머무는 웜업존을 일컫는 말)'을 지키던 박상미는 이적 후 1년도 되지 않아 IBK기업은행의 핵심으로 발돋움했다.

 
박상미의 프로필 신장은 1m66㎝다. 공격수로 뛰기에는 작은 키다. 전주 근영여고 2학년 때까지 레프트 공격수로 뛰었던 박상미는 3학년 때부터 수비에 전념하는 포지션인 리베로로 변신했다. 박상미는 "예전부터 리베로가 되고 싶었는데 팀 사정상 공격수가 부족했다. 항상 '내 키로 프로에 가는 게 가능할까'란 고민이 있었고, 3학년부터는 리시브와 수비에 집중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2012-13시즌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1순위(전체 7번)로 KGC인삼공사의 선택을 받았다. 고등학교 동기이기도 한 이소영(GS칼텍스), 최수빈(IBK기업은행), 신연경(흥국생명), 노란(KGC인삼공사)이 드래프트 동기다. 박상미는 "외동딸이라 부모님이 처음엔 운동을 반대하셨다. 내가 고집해 배구를 했고, 중학교(근영여중) 때부터는 합숙소 생활을 해 떨어져 지냈다. 늘 걱정을 드렸는데 프로에 가서 그나마 다행이었다"고 했다.

IBK기업은행 박상미. [사진 한국배구연맹]

 
리베로는 육체적으로 힘든 직업이다. 강스파이크와 강서브를 받기 위해 코트 위를 구르고, 몸을 날려야 한다. 박상미의 몸도 멍투성이다. 상대적으로 공격수에 비해 돋보이지도 않는다. 박상미는 "공이 무섭진 않다. 다만 아픈 건 사실"이라며 "서브는 네트를 넘어오면서 더 빨라진다. 예상보다 공 코스가 높아 얼굴에 맞기도 한다. 코트 바닥도 딱딱해서 롤링(구르는 동작)을 잘못하면 다치기 일쑤"라고 했다. 그는 "리베로들은 대체로 유연성이 좋은데 나는 떨어지는 편이다. 그래서 경기장에서 일찍 나와 몸을 푼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힘이 많이 들어가는 편이라 고쳐야 한다"고 했다.
 
몸보다 더 힘든 건 정신적인 스트레스였다. 박상미는 입단 이후 줄곧 백업선수로 지냈다. 임명옥과 김해란, 오재영 등 쟁쟁한 선배들이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공격수 출신이라 강한 서브를 넣을 줄 알아 서베로(서브+리베로, 후위에서 교체돼 서브를 넣은 뒤 리베로처럼 수비와 리시브에 집중하는 선수)로 경기에는 자주 뛰었다. 6시즌 통산 기록은 공격득점 2개, 서브득점 17개, 리시브 154개, 디그(스파이크를 받아내는 것) 171개. 주전급 선수는 한 시즌에도 올릴 수 있는 숫자다.
 
박상미는 지난 시즌 뒤 트레이드로 IBK기업은행 유니폼을 입었다. 기업은행에서도 그는 제2리베로와 서베로를 오갔다. 하지만 점차 이정철 IBK기업은행 감독은 박상미의 기용빈도를 높여갔고, 2라운드 이후엔 주전으로 도약했다. 이정철 감독은 "솔직히 주로 후보로 나오던 선수라 큰 기대를 가지진 않았다. 그런데 함께 지내보니 성격이 밝고 매사에 긍정적이었다. 이런 선수가 잘 되야 하지 않는가"라고 했다. 동기생 중 절반 이상이 은퇴했지만 박상미는 25살이 된 뒤 더 빛을 발했다. 박상미는 "이렇게 오래 코트에 있을 줄 몰랐다"고 했다.
 

몸을 날리는 수비는 박상미의 트레이드마크다. [사진 한국배구연맹]

박상미의 강점은 뛰어난 반사신경에서 나오는 수비다. 받아내기 어려울 것 같은 공도 척척 받아낸다. 그래서 하이라이트 프로그램과 포털 사이트 명장면 코너의 단골 손님이기도 하다. 비교적 약한 편인 리시브도 경기 출전이 늘면서 향상됐다. 박상미는 "이적이 내게는 큰 행운이었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각오도 생겼다"고 했다. 이어 "아직 부족하다. 다른 리베로 언니들처럼 위치 선정 능력이 좋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준우승팀 IBK기업은행은 개막 전 지난해보다는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챔피언 도로공사, 선수 보강에 성공한 흥국생명에 밀릴 거라는 전망이 많았다. 2016-17시즌 뒤 박정아가 빠진 데 이어 지난해엔 외국인선수 메디와 김미연까지 이적해 선수층이 얇아졌다. 4라운드를 마친 현재 순위는 3위(12승8패, 승점36). 그러나 선두 흥국생명(13승7패, 승점41), 2위 GS칼텍스(14승6패, 승점40)와 격차는 크지 않다. 새 외국인선수 어도라 어나이와 박상미가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친 덕분이다.
 
배구 팬들로부터 박상미가 사랑받는 이유는 또 있다. 지난달 12일 인삼공사전 이후 인터뷰에서 보여준 '막춤'이다. 이 영상은 포털 사이트에서 11만 명이나 봤다. 일반적으로 배구 동영상 조회수가 1만 건을 넘기 어려운 걸 감안하면 굉장한 관심이다. 박상미는 "경기 전에 아나운서 분이 인터뷰를 하게 되면 '춤을 보여달라'고 하셨다. 경기에 안 나갈 줄 알고 '알겠다'고 했는데 정말 인터뷰를 하게 돼서 췄다"고 했다. 그는 "감독님이 춤출 때는 힘을 잘 빼던데, 수비할 때도 빼라"고 하시더라"며 웃었다.
 
평상시에도 박상미는 활기가 넘친다. 팀 동료 김희진은 "'돌아이'란 별명으로 불린다"고 귀띔했다. 박상미는 "내가 생각해도 특이한 편"이라고 수긍했다. 그는 "사실 팀을 옮기면서 선수들과 가깝게 지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래서 더 오버한 것도 있다"며 "인삼공사에서 함께 있었던 백목화 언니가 '저 정도는 아니었다'고 했는데 그 말도 맞다. 사실 목화 언니랑 뛸 때는 어렸기 때문에 내 모습을 다 보여주지 못했다"고 했다.
 

여자배구 IBK기업은행팀 박상미 선수가 3일 경기도 기흥팀 체육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강정현 기자

그 어느때보다 큰 관심을 받지만 흔들리지 말아야겠다는 결심도 했다. 박상미는 "차분해져야 한다. 운동선수가 운동으로 주목받아야 하는데 외적인 거로 주목받았으니까"라며 "휴대폰에서 스포츠 섹션을 없앴다"고 했다. 그는 "당분간은 댄스도 끊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박상미는 프로에 온 이후 아직까지 우승 경험이 없다. 그만큼 욕심도 강하다. "리버풀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을 봤다. 단상 위에서 사진 찍는 걸 보니 소름이 끼쳤다. 나도 꼭 정상에 서 보고 싶다. 댄스? 우승하면 다시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용인=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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