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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 쉽게 풀어쓰는 한국사] 승정원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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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심창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8-07-05 11:25 조회2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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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정원일기의 일부 : 국보 303호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하루 동안 국왕이 신하들과 국정을 논의한 내용을 모두 받아 적고 상소를 정리해 보통 한 달 단위로 묶어 책으로 만들었다. 

 

일기는 가장 직접적이고 내밀한 기록의 하나다. 일기의 그런 직접성과 내밀함은 그 작성자가 원칙적으로 자신만을 독자로 상정하고 쓴다는 목적과 형식의 독특함에서 연유한다. 자신의 일기를 누군가 읽었을 때 민망함이나 짜증, 분노 같은 감정이 밀려오는 것은 일기의 바로 그런 일차적인 특징이 침해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세상의 거의 모든 일처럼, 일기의 성격에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오는 요소는 그 작성의 주체다. 그 작성자가 사적 개인이 아닌 공적 기관으로 바뀔 때 일기의 성격은 가장 본질적으로 변화한다. 그때 일기는 ‘업무일지’, 나아가 ‘연대기’의 하나가 된다. 

 

여기서 살펴볼 승정원일기(국보 제303호)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방대한 역사 기록의 하나다. 그 풍부한 내용과 정확한 서술은 2001년 9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됨으로써 그 가치를 확고히 인정받았다. 

 

승정원일기는 말 그대로 승정원에서 작성한 업무일지다. 잘 알듯이 승정원은 조선시대 국왕의 비서실로 승지 6명(정3품 당상관), 주서 2명(정7품), 서리 28명으로 구성된 관서였다. 

 

종신의 임기와 왕통에 따른 계승이라는 기본적 특성에서 드러나듯이, 전근대 왕정에서 국왕의 권력은 근대 공화국의 국가수반보다 훨씬 컸다. 조선시대의 국왕은 일반적인 주요 국무는 물론 소송이나 풍습에 관련된 판정처럼, 지금으로 보면 매우 특수한 분야까지 처결했다. 그러므로 국왕을 가장 가까이서 모시면서 그리로 들고 나오는 모든 문서를 관장한 승정원의 일기가 당시의 가장 포괄적이고 핵심적인 국정 기록이 되는 것은 자연스럽다.

 

승정원의 중심은 도승지부터 동부승지에 이르는 6명의 승지였지만, 승정원일기의 작성은 2명의 주서가 담당했다. 조선시대에 공식적인 사관은 예문관의 봉교(정7품. 2명)ㆍ대교(정8품. 2명)ㆍ검열(정9품. 4명)이었는데(이 8명을 ‘한림’이라고 불렀다), 주서는 그들과 동일한 지위와 기능을 인정받았다.

 

두 주서는 매일 상ㆍ하번으로 나눠 국왕이 신하들과 국정을 논의하고 처결하는 모든 자리에 입시(대궐에 들어가 임금을 뵘)해 그 내용을 기록했다. 어떤 기계의 도움도 받을 수 없던 그때, 대화를 기록하는 방법은 그저 붓으로 최대한 빠르게 쓰는 것이었다. 지금도 한 언어를 다른 언어로 통역하는 일은 쉽지 않은데, 음성으로 발설된 한국어를 전혀 다른 표현 수단인 한자로 그 자리에서 바꿔 적는 작업의 어려움은 설명하지 않아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주서와 한림은 국왕과 신하의 대화를 일단 될 수 있는 대로 모두 받아 적어 속기록에 해당하는 초책을 만들었고, 그날그날 기억을 더듬거나 다른 사관의 기록과 대조해 그 내용을 보충했다. 상소처럼 서면으로 된 문서는 서리가 베꼈다. 이 두 자료를 합쳐 하루치의 일기를 완성했고, 그것을 보통 한 달(또는 반 달)씩 묶어 책으로 만들었다. 그 표지에는 그 일기가 해당하는 연월일을 적어 승정원에 보관했다.

 

매일의 승정원일기는 크게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① 제일 첫머리에는, 여느 일기들처럼, 날짜와 날씨를 적었다. 

② 그 다음에는 그날 근무한 승지와 주서의 이름을 기록했는데, 이것을 ‘좌목’이라고 한다. 

③ 세 번째 부분에는 가장 중요한 존재인 국왕의 소재(예컨대 “주상이 창덕궁에 계셨다”)와 상참ㆍ경연의 참석 상황, 그리고 국왕을 비롯한 왕비ㆍ대비ㆍ세자 등의 안부가 나온다. 여기까지는 거의 동일하게 반복되는 정형적 부분이다. 

④ 끝으로, 일기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그날의 국정이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그 내용은 매우 다양한데, 각 관서에서 국왕에게 올린 문서와 거기에 대한 국왕의 처결, 인사행정, 여러 상소와 장계, 국왕의 거동(임금의 나들이)과 행사 등 국왕이 관련된 거의 모든 업무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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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종 5년 9월 3일의 기사로 승정원일기의 구성을 보여준다. 매일의 승정원일기는 이런 형식으로 기록되었다. 

 

승정원일기는 대부분 국왕이 거처한 도성의 궁궐에서 작성되었지만, 국왕이 다른 곳으로 거둥할 경우는 현지와 도성에서 각각 씌어졌다. 예컨대 현종은 재위 10년(1669) 3월 15일부터 4월 18일까지 눈병과 피부병을 치료하려고 온양온천으로 행차했는데, 그때 [일기]는 도성과 온양에서 작성되어 나중에 합본되었다. 그 기간 동안 승정원일기의 첫머리는 “주상이 온양행궁에 계셨다.”이라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승정원일기의 여러 특징과 가치 중에서 가장 두드러진 측면은 그 방대함일 것이다. 승정원일기는 조선 초기부터 작성되었지만, 광해군 이전 부분은 임진왜란과 이괄의 난(인조 2년, 1624)ㆍ병자호란 등으로 소실되었고, 지금은 인조 1년(1623) 3월부터 순종 융희 4년(1910) 8월까지 288년 치만 남아 있다. 그 분량은 3,245책으로 약 2억 3천만 자에 달한다. 

 

조선왕조실록은 888책, 약 5천만 자인데, 비교하면 승정원일기는 실록의 약 4.6배가 된다. 더구나 이 수치는 현재 절반 밖에 남아 있지 않은 분량으로 환산한 것이니 실제로는 9배가 넘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중국 역대 왕조의 정사를 모은 25사(3,386책, 약 4천만 자)와 견줘도 승정원일기는 5.8배가 많다. 요컨대 승정원일기는, 첫머리에서 말한 대로, 세계 최대의 역사 기록 중 하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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