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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센의 재미있는 과학 이야기] 신비한 우주쇼 ‘블러드 문’, 안타깝게도 밴쿠버에서는 볼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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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석준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8-07-26 10:18 조회7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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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칼럼이 게재되는 7월 27일, 금요일은 하늘에서 세기적인 우주쇼가 펼쳐지는 날입니다. 바로 21세기에 일어난 월식 중 가장 긴 월식(lunar eclipse)이 1시간 43분여동안 일어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하늘에 붉은 빛의 보름달이 떠오르는 신비로운 장관이 펼쳐질 것이지만, 안타깝게도 밴쿠버를 포함한 북미지역에서는 관측이 불가능합니다.

 

월식은 달이 지구의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면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2500년전 개기월식을 바라보며 달에 생기는 원형의 그림자가 지구의 그림자라고 생각하며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알아냈다는 일화도 있습니다. 월식은 사실 주기상 일년에 평균 두번정도 일어나는 현상으로 매우 신기한 일로 주목받지는 못합니다. 대부분은 부분 월식이며 길지 않은 시간동안만 일어나기에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번 월식은 보름달 전체가 지구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는 개기 일식이며 달이 지구 그림자의 가장 중심부를 통과하면서 상대적으로 긴 시간동안 월식을 유지할 것이기 사람들의 이목을 끕니다. 달이 태양빛을 가려 일어나는 개기일식(solar eclipse)의 경우, 태양빛이 가려지면서 밤처럼 어두워지는 것과 달리 월식 때에는 빛을 잃은 달이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하늘에 붉은 빛을 띤 달이 보이기 때문에 이른 핏빛의 달, ‘블러드문(blood moon)’이라고 합니다. 

 

태양빛을 직접적으로 받지 못하는 달이 붉은빛으로 보일 수 있는 것은 지구 대기에 의한 빛의 산란현상때문입니다. 낮에 하늘이 파랗게 보이고, 해질녘 노을이 붉게 보이는 원리와 같습니다. 태양빛은 붉은색부터 푸른색까지 무지개빛의 색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데, 이러한 빛은 색깔에 따라 다른 파장(wavelength)을 갖습니다. 에너지가 낮은 붉은 빛은 상대적으로 긴 파장을 갖고, 높은 에너지의 푸른색 계열 빛의 파장은 짧습니다. 빛이 지구의 대기권의 작은 알갱이들을 만나면 산란(scattering)을 일으키는데, 이때 파장이 짧을 수록 산란각이 작고, 파장이 길수록 더 큰 각도로 산란을 합니다. 낮에 태양이 하늘 높이 떠 있을 때는 이렇게 산란각이 큰 붉은색 계열이 옆으로 대부분 튕겨나가고 산란각이 작은 푸른색 계열이 직진하여 땅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하늘이 푸르게 보이고, 저녁무렵 지평선 근처의 태양에서 오는 빛은 산란을 크게 해야 지면으로 방향을 틀어 우리들에게 도착하기 때문에 붉은 빛이 보이게 됩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달로 가는 빛을 가리기는 했지만, 지구 가장자리를 지나가는 태양의 빛이 지구 대기에 의해 산란되면서 그림자 속의 달에게 꺽여 도달하게 되고, 이때 산란각이 큰 붉은 계열의 빛이 더 많이 달에 도달하기 때문에 달이 붉게 보이는 것입니다. 

 

하늘에 한시간 넘게 붉은색의 보름달이 떠올라 있는 모습은 상상만해도 으스스하면서도 신비로울 것 같지만, 처음에 말씀드린 것처럼 안타깝게도 밴쿠버지역에서는 전혀 관측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예측되는 바에 의하면, 월식은 오후 8시50분경 영국쪽 하늘에서 처음시작되고, 약 30분후 달이 지구의 그림자속으로 완전히 들어가면서 붉은 빛의 블러드문이 나타나 약 1시간 정도를 하늘에 떠 있다가 다시 정상적인 보름달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지구 자전과 달의 위치에 따라 인도양 지역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한 월식을 관측할 수 있고 그 지역의 양옆으로 유럽에서부터 아시아 지역의 대부분에서 부분적인 관측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반대편에 위치한 대부분의 북미지역에서는 관측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합니다. 다음 개기일식은 2019년 1월달에 다시 찾아올 것인데, 이때는 북미지역에서 관측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니 블러드문의 신비함을 관측하는 것은 6개월정도 뒤로 미루어 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블러드문’을 관측하지 못하는 아쉬움은 화성(Mars)를 바라보며 달랠 수도 있겠습니다. 태양과 지구, 그리고 다른 행성이 일직선으로 놓이게 되는 것을 ‘충(opposition)’이라고 합니다. 화성은 2년 2개월마다 지구와 충의 위치에 놓이게 되는데, 바로 이번달말 31일에 화성이 충의 위치를 지나갑니다. 이번에는 화성이 단지 충의 위치에 놓여 지구, 태양과 일직선으로 놓일 뿐만 아니라, 15-17년정도의 주기로 화성이 지구에 가장 가까운 궤도를 돌고 있기 시기와 겹치기 때문에 더욱 특별합니다. 화성은 2035년이 되기 전까지는 이번 31일에 지구와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하게 됩니다. 이는 화성이 지구와 가장 멀어질 때와 비교하자면 7분의 1정도의 거리밖에 안되며, 덕분에 다른 때와 달리 육안으로도 화성을 볼 수 있습니다. 이번 주간에 해가 진후 남동쪽 하늘에 붉은 계열의 밝은 빛을 본다면 바로 화성을 보고 계신 것입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예로부터 점성술 등에서는 하늘에 붉은 기운이 도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하늘에 핏빛의 기운이 돈다는 것은 상상만해도 으시시하니 왜 그런 말들이 떠도는지는 짐작이 갑니다. 당연히 아무런 과학적 근거가 없는 말들이지만, 블러드문이 뜨면 사악한 기운이 활개를 친다던지, 형혹수심이 일어나면 재앙이 닥친다던지 하는 이야기들은 모두 이런 붉은 천체들과 관련있습니다. 고대 중국의 점성술에서 ‘형혹’은 화성을 뜻하고 ‘수심’이란 화성이 ‘전갈자리의 심장부를 지킨다’라는 의미로 화성이 전갈자리의 중심부에 일정 기간 머물러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현상을 ‘형혹수심’이라고 했으며, 나라에 대재앙이 일어날 징조로 여겼습니다. 모든 별들은 동쪽하늘에서 서쪽하늘로 질서있게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는데, 중간에 갑자기 방향을 역행하며 속도를 줄였다가 다시 순방향으로 진행하는 모습은 옛날 사람들에게는 뭔가 좋지 않은 징조로 보이기 충분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화성이 지구보다 태양에서 먼 거리에서 지구보다 천천히 공전을 하고 있기 때문에 보이는 일종의 착시현상에 해당합니다. 또한 이는 화성만의 특징이 아니라 지구보다 바깥쪽에서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하는 모든 행성들의 공통점입니다. 이는 겉보기 역행운동(apparent retrograde motion)이라고 부르며 하늘에서 주기적으로 보일 수 밖에 없는 당연한 현상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화성의 궤도는 공교롭게도 전갈자리의 중심부를 지나가고, 또 전갈자리의 중심부에는 화성과 마찬가지로 ‘붉게’ 보이는 안타레스(Antares)라는 별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구에서 하늘을 바라보면 간혹 화성의 겉보기 역행운동이 전갈자리 부근에서 일어나게 되면, 전갈자리 중심부의 또 다른 붉은 별 안타레스가 붉은 화성을 앞으로 가지 못하게 붙잡고 방해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입니다. 고대의 점성술사들은 이를 불길한 징조로 여겼던 것 같습니다. 안타레스라는 별의 이름도 ‘화성을 반대하는’ 이라는 의미의 ‘Anti-Mars’라는 뜻에서 비롯된 것으로 고대 그리스 사람들도 안타레스와 화성이 서로 라이벌로 맞서 싸운다고 해석을 했습니다. 역시 화성과 안타레스의 만남은 그들에게도 좋은 징조는 아니었습니다. 물론 이는 모두 지구에서 바라봤을 때 그런 것 처럼 보이는 것일 뿐, 우주 밖 세상을 3차원적으로 생각한다면 안타레스라는 별은 화성이라는 행성(planet)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큰 별이며, 역시나 ‘옆을 지나간다’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이상 기온의 불볕더위에 고생을 하고, 토론토에서는 충격적인 총격사건이 나고, 한국에서는 안타까운 소식에 이래저래 정말 불길한 기운이 덮쳐오나 착각할 수도 있을 법한 요즘입니다. 아무쪼록 모든 분들이 붉은 기운들의 핑계를 댈 꺼리조차 없이 안전하고 즐거운 여름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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