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센의 재미있는 과학 이야기] 역사상 세번째 여성 노벨 물리학 수상자가 된 워털루 대학 스트릭런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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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석준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8-10-04 09:27 조회2,95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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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노벨 물리학상의 영예는 미국 벨 연구소의 아서 애쉬킨(Arthur Ashkin), 프랑스 에코폴리텍 및 미국 미시간 대학의 겸임교수인 제라르 무르(Gerard Mourou), 그리고 캐나다 워털루대학 교수 도나 스트릭런드(Donna Strickland)에게 안겨졌습니다. 지난 10월 2일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물리학상 선정위원회는 레이져 관련 물리 분야에서 그들이 이룬 혁신적인 발견에 대한 공로를 인정해 노벨상을 수여한다고 발표하였습니다. 아서 애쉬킨 박사는 올해 96세로 그동안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과학자중 최고령의 기록을 새웠고, 도나 스트릭런드 교수는 1903년 마리 퀴리(Marie Curie), 1963년 마리아 괴페르트 메이어(Maria Goeppert Mayer)를 이어 무려 55년만에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는 여성 과학자가 되었습니다. 물론 최초의 여성 캐나다 과학자가 노벨상을 수상했다는 쾌거에 캐나다 과학계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레이저는 원래 ‘유도방출에 의한 빛의 증폭(Light Amplification by the Stimulated Emission of Radiation)’이라는 말의 첫 알파벳들로 이루어진 줄임말입니다. 이름 자체에 레이저의 발생원리가 담겨 있습니다.
보통의 분자나 원자들은 안정적인 에너지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바닥상태(ground state)라고 합니다. 하지만, 외부에서 에너지를 흡수하면 불안정상태(excited state)로 올라가게 되고, 다시 안정된 바닥상태로 돌아가기 위해 흡수된 에너지를 빛, 즉 전자기파(electromagnetic radiation)의 형태로 방출해 버립니다. 어느 방향으로 빛이 방출되는가는 무작위적으로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형광등이나 일반 전구에서 나오는 빛의 원리가 모두 이와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의도적으로 일정 방향성을 갖게 나열한 뒤 많은 원자가 여러 다른 에너지 준위가 아닌 하나의 통일된 에너지 준위만큼 에너지를 얻었다가 동시에 낮은 에너지 준위로 떨어질 수 있게 ‘유도해서 방출을 시키면’, ‘증폭된 세기의 빛’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되고, 이를 레이저라고 부릅니다. 마치, 여러명의 북을 치는 드러머들이 각자 자기 마음대로 북소리를 내는 것과 열을 맞춰서서 한쪽 방향으로 동시에 함께 같은 박자로 북을 쳤을 때의 소리를 비교하는 것과 같습니다. 1917년 그 유명한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레이저의 핵심원리인 유도방출원리를 밝혔고, 이후 많은 과학자들이 50여년간 연구를 거듭한 결과 1960년 미국 휴즈 연구소(Huges Research Laboratories)의 메이먼(T. H. Maiman)박사가 처음으로 루비막대를 이용한 레이저를 만드는데 성공하였습니다.
이번 노벨상을 수상한 분들의 업적은 이러한 레이저를 이용해서 바이오, 특히 의학분야의 무한한 연구의 가능성을 열고, 다른 많은 분야를 포함하여 레이저를 활용할 수 있는 폭을 넓히는 것에 기여한 것입니다.
아서 애쉬킨 박사는 광학집게(optical tweezer)라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이는 레이저를 작은 초점에 집중시키는 방법으로 주변과 물질의 굴절률(빛의 통과하면서 휘어지는 정도)의 차이를 이용해 작은 입자들을 이동시키거나 붙잡아두는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기술입니다. 처음 애쉬킨 박사가 이 기술을 개발한것은 1960년대 레이저가 처음 만들어진 직후였지만, 당시에는 그 가능성만 인정받았을 뿐 빠르게 다른 분야에 사용되지는 못했습니다. 이 후 오랜 연구를 거듭한 끝에 1987년 드디어 광학집게를 이용하여 살아있는 박테리아를 상처를 주지 않고 ‘광학적으로’ 잡아두는 것에 성공하였고, 이후 의학, 생물학분야에서 세포, 박테리아, 바이러스 등의 연구에는 빠질 수 없는 기술이 되어 관련분야 발전에 엄청난 공헌을 해오고 있습니다.
제라르 무르 교수와 도나 스트릭런드 교수는 고출력 레이저를 가능하게 해준 처프펄스증폭(Chirped Pulse Amplification; CPA) 기술을 알아낸 성과로 이번 노벨상을 공동수상했습니다. 더 많은 드러머가 함께 모여서 북을 치면 더 큰 소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본적으로 더 많은 유도방출이 한꺼번에 일어날 수 있게 만들면 더 강한 레이저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1970년대에는 어떻게 하면 더 강한 레이저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에 레이저에 관련된 연구가 집중되었고, 1980년대초에는 더이상 증폭을 하면 매질자체의 손상을 주어 더이상 레이저를 고출력으로 끌어올리지 못하는 한계점에 도달하게 됩니다. 점점 더 강한 무기를 만들어내다가 끝내 그 무기의 위력에 무기자체가 손상되는 시점에 도달한 것입니다. 이 문제점을 해결하고 한계점없이 더 높은 출력의 레이저를 가능케 한 것이 이들의 CPA기술입니다. 당시 지도교수였던 무르 교수와 박사과정중인 스트릭런드 교수는 매질의 손상이 너무 높은 고주파 펄스의 출력을 높이는 과정에서 비롯된 다는 것을 알아낸 후, 펄스의 진동수를 낮추기 위해 파장을 길게 늘여준 뒤 출력을 높이고 다시 압축하여 진동수를 다시 복원하는 방식으로 고출력 레이저를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왠지 우리와는 먼 다른 세상의 이야기들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이 기술이 바로 안과에서 시력교정을 위해 사용하는 라식, 라섹 레이저 수술이 가능하게 해준 기술이며, 이 외에도 대부분 일상에서 사용되는 고출력 레이저는 이들의 기술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것들입니다.
과학분야의 노벨상은 일반적으로 혁신적인 과학적 발견이 인류의 발전에 얼마나 공헌했는가를 그 수상기준으로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매우 획기적인 발견에 대한 이례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연구발표가 있고 20년 길게는 30여년 뒤에야 노벨상 수상자로 인정을 받곤 합니다. 하지만, 노벨상은 현재 생존해 있는 과학자에게만 수여하기 때문에 사후에 그 공로를 인정받아 대단한 과학자로 추앙받고 있지만 노벨상을 받지는 못한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덕분에 과학자들 사이에는 노벨상을 받으려면 즐기면서 연구를 하고 스트레스없이 오래 장수를 하거나 아주 젊을 때 연구결과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농담을 주고받고는 합니다. 이 농담에 따르면 이번 수상은 두가지 모두에 해당합니다. 애쉬킨박사는 96세까지 장수한 덕분에 최고령 노벨상 수상자라는 기록을 새웠고, 스트릭런드 교수는 대학원 시절 박사논문 연구주제로 이번 노벨상을 받았으니 두번째 농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최초의 여성 캐나다인이 된 스트릭런드 교수를 축하하며 지금 이시간에도 연구실에서 난제를 풀어내기 위해 고생하고 있는 젊은 과학도들, 그리고 그런 과학도들이 되고자 꿈을 키우고 있는 어린 학생들이 20년, 30년 뒤 또 다른 노벨상 수상자가 되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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