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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 쉽게 풀어쓰는 한국사] 가야의 건국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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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심창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8-12-20 09:24 조회3,36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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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해 구지봉(거북이 웅크린 모습) : 일제 때 머리 부분을 잘라내 길을 냈다. 맥을 끊기 위함이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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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지봉 기념 조형물 

 

[이 지역은 옛날부터 아도간, 여도간, 피도간, 오도간, 유수간, 유천간, 신천간, 오처간, 신귀간 등 9간이 추장(족장)으로 백성을 다스리고 있었다. 후한 고아무제 건무 18년 임인 3월 첫째 뱀날에 북녘 구지에서 수상한 소리가 들려 사람 200~300인이 이곳에 모였다. 목수리의 지시대로 9간 등이 구지가를 부르면서 춤을 추자, 하늘에서 자줏빛 노끈이 내려왔다. 그 아래에 붉은 천으로 덮인 금합이 있으므로, 열어보니 둥근 황금알 여섯 개가 있었다. 이를 아도의 집에 갖다 두었더니, 12일이 지나서 6알이 동자로 화하였다. 이들은 하루하루 커서 10여 일이 지나 어른이 되어, 보름날에 즉위하였다. 처음 나타났으므로 이름을 수로(재위 42~199. 수릉이라고도 한다. 김해 김씨의 시조)라 하였다. 나라 이름을 대가락이라 하고 또는 가야국(금관가야)이라고 하였으니, 곧 6가야의 하나이다. 나머지 다섯 사람은 각기 돌아가 5가야의 임금이 되었다. 그 후 왕은 도읍을 정하고, 탈해를 물리치고, 허황후와 결혼하고, 제도를 정비하였다. 영제 중평 6년 기사 3월 1일에 왕이 죽었으니, 당시 나이 158세였다고 한다.]

 

- 가야 지역에는 두 개의 건국 신화가 전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에서 김해지방의 것이 삼국유사 소재 「가락국기」에 전하는 수로왕 신화이다. 가락국기는 원래 고려 문종대 후반(1075~1083)에 금관지주사로 있던 어떤 문인이 편찬한 것을 고려 후기의 승려 일연이 줄여서 실은 것이다.

 

 

 

수로왕 신화는 김해 지방에 하나의 통합된 정치 집단이 형성되는 과정을 전하는 자료로서 주목된다. 이 기록은 오랜 기간에 걸쳐 여러 가지의 전승이 복합된 것으로서 그 성격을 속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9간 등의 무리가 구지봉에 하강한 황금알에서 화한 동자를 추대하여 수로왕으로 삼았다는 줄거리는 일정한 역사성을 반영하고 있다.

 

 

 

그 줄거리에서 추론해 낼 수 있는 의미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 한편 이영식 교수는 건국 신화에 나오는 구지가를 바다에 인접해 생활하던 김해 지역의 고대인들이 신에게 기원하기 위해 펼쳤던 주술(magic)의 노래(일종의 풍요제)로 보았다. 주술에는 여러 형태가 있지만, 구지가는 신과 인간의 세계를 연결하는 사자(Messenger)를 위협 주술의 형식이었다. “머리를 내어라 그렇지 않으면 구워서 먹겠다.”라는 위협당하는 대상은 거북이었다. … 구지가의 위협 주술에는 위협당하는 메신저의 동물과 주술에 응답했던 신의 관계가 일치하지 않고 있다. 바다와 육지를 왕래하는 거북을 위협했던 주술의 결과는 하늘에서의 수로왕의 천강(하늘에서 내려옴)으로 나타났다. … 신라 성덕왕대의 수로 부인의 예와 같이, 위협 주술의 방식대로라면 거북을 위협하면서 기원하는 대상은 천신이 아니라 해신이 되어야 마땅하다. 이러한 괴리(서로 등져 떨어짐)는 원래의 구지가가 특정한 목적, 즉 수로왕의 등장을 신성시하려는 가락국의 목적에 의해 각색되는 과정에서 발생하였다.

 

 

 

첫째, 수로왕 신화에서는 수로왕보다 9간의 이름과 그들의 행위가 신화 처음에 먼저 나오는데, 이들은 김해 지방에 산재하던 소단위 세력 집단들인 9촌의 추장(군장)들로서, 수로 강림(신이 인간 세계에 내려옴) 전부터 이미 존재하던 세력이었다.

 

 

 

둘째, 9간 등이 구지봉에 모여 공동 제의를 벌이는 체제는, 하늘에서 들려온 수상한 목소리에 따라 처음으로 연출된 것이라기보다, 수로왕의 출현 이전부터 이 지역에 형성되어 있었다.

 

 

 

셋째, 수로왕 출현 장면의 묘사는 고조선 및 고구려 계통 신화 같은 천강 및 난생의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이는 가락국 지배 계층의 신성 수식 관념이 한반도 북방 계통의 민족과 그리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넷째, 하늘에서 내려왔다는 수로왕이 9간 같은 기존 세력의 한 사람인지, 아니면 당시에 다른 곳에서 온 이주민인지는 분명하지 않으나, 대체로 이주민이거나 또는 이주민의 명분을 아직 잃지 않은 사람으로 추정된다.

 

 

 

다섯째, 천강의 명분을 지니는 수로를 9간이 합의하여 왕으로 추대하였으므로, 결국 기존 세력들의 합의에 의하여 왕권이 창출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수로왕 신화는 김해 지방에 이미 소단위 기존 권력 집단들의 연합체인 ‘9촌 연합’이 존재하고 있는 상태에서, 각각의 지배자인 9간이 합의하여 이주민 계통의 수로왕을 추대함으로써 가락국이라는 소국이 출현하게 되었음을 반영하는 시조 탄생 및 건국 신화이다. 그들이 하나로 통합된 정치 체제를 이룬 이후, 수로왕이 또 다른 이주민 계통의 세력으로 보이는 탈해의 도전을 물리쳤다는 설화가 이어지는 것으로 보아, 소국 결정의 계기는 내부적인 요인보다 당시의 혼란스러운 외부 상황에 있었다고 하겠다.

 

 

 

그런데 하늘에서 김해 구지봉으로 여섯 개의 알(6인)이 한꺼번에 내려왔다는 것은 비합리적인 요소로서 설화의 원형을 잃은 것이다. 조선 초기의 『고려사』지리지 및 『세종실록』지리지 김해조에 기록된 수로왕 신화에는 황금알이 한 개로 되어 있는데, 오히려 이것이 신화의 원형에 가깝다.

 

 

 

또한 「가락국기」의 수로왕 신화는 다른 신화들과 달리, 가락국 건국 이후에 아유타국 공주 허황옥과의 신이한 결혼을 자세하게 서술하고 있다. 아유타국의 소재지와 관련해서는 여러 가지 가설들이 분분한 상태이다. 아유타국이 인도, 태국, 중국, 일본의 어느 곳에 있었는지, 또 다른 실제로 허왕후가 그 가운데 어느 곳에서 온 것인지 모두 분명치 않다. 우연한 일이 실제로 벌어졌던 것일 수도 있으나, 원래의 신화에다가 불교적 신비로움을 추가하기 위해 통일 신라로 추정되는 어느 시기에 누군가 자신이 알고 있는 불교 지리적 지식을 더한 것일 가능성이 더 높다.

 

 

 

하여튼 그 가운데 어느 나라에서 허왕후가 실지로 왔다고 해도, 그것이 가야의 역사 전개에 큰 영향을 주었던 것 같은 흔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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