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센의 재미있는 과학 이야기] 산타의 썰매는 초음속 비행물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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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석준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8-12-27 09:17 조회3,503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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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이제 연말연시가 다가옵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평소에 말을 잘 안듣던 꼬마아이들도 갑자기 부모의 말에 고분고분하고 가능한 착해보이려고 노력합니다. 크리스마스에 산타 할아버지에게 선물을 받기 위해서지요. 저희 아이들은 올해 드디어 조금씩 의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의심을 하면 산타 할아버지가 섭섭하셔서 선물을 안주실 수도 있다는 말에 자신들의 맹목적인 믿음을 산타할아버지에게 ‘전해달라며’ 엄마 아빠에게 부탁하는 막내아들의 모습에 웃음 참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전세계의 어린이들이 기다리는 산타 할아버지는 밤새 자신의 임무를 다하기 위해 전세계를 돌아다녀야 합니다. 산타는 과연 얼마나 빨리 돌아다녀야 아이들을 실망시키지 않고 선물을 모두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요? 몇가지 단순한 가정을 통해서 조금 근거없는 재미있는 계산을 해볼까 합니다.
지구 전체의 약 71%는 바다로 덮여 있고, 육지의 면적은 약 1억 4900만 제곱킬로미터정도입니다. 이중에 인류가 밀집해서 살고 있는 도시의 지역은 전체 육지의 약 2%에 해당합니다. 2000년대 산타의 움직임에 대한 수학적 분석을 논문으로 발표한 바 있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의 래리 실버버그(Larry Silverberg) 교수에 따르면 종교에 상관없이 산타의 선물을 기다리는 아이들은 약 2억명이라고 합니다. 이 아이들이 모두 대부분의 인간이 살고 있는 지역에 살고 있고, 각집에 2명의 아이들이 살고 있으며, 각 집들이 모두 동일한 간격으로 떨어져 위치하고 있다고 단순화하여 가정하면, 산타가 2억명의 모든 아이들에게 선물을 전달하기 위해 하루 밤동안 돌아다녀야 하는 거리는 약 2,980,000킬로미터라고 계산됩니다. 시간변경선을 고려하면 전세계에 밤이 걸쳐있어서 산타가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은 약 31시간이라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각 집에 들리기 위해 가속, 감속을 해야하는 것을 무시하고 등속도로 움직인다고 하더라도 위에 가정들에 따르면 산타의 썰매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약 96,129 km/hr의 속도로 돌아다녀야 합니다. 이를 기본 단위계를 이용해 환산해 보면 1초당 2만6천미터를 날아가는 속도입니다. 빛의 속도의 0.0089%밖에 안되는 속도이기 때문에 상대성이론에 의한 시간 확장(time delay), 길이 축소(length contraction) 등의 효과는 무시해도 되지만, 음속에 비교하면 소리보다 무려 76배이상 빠른 속도에 해당합니다. 아이들이 정성스럽게 만들어 둔 쿠키와 우유를 산타할아버지가 드시지 않고 가시는 건 아마도 맛난 음식을 즐길 시간이 없으셔서 일 것 같습니다. 문제는 단지 쿠키를 먹을 틈도 없다는 것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산타 할아버지의 썰매가 이렇게 빠른 속도로 비행을 계속 하면 엄청난 양의 소닉붐(sonic boom)을 만들어 낼 가능성이 생깁니다. 물체가 음속보다 빠르게 비행을 하면 자신이 만들어낸 소리보다 더 앞서 나가게 되면서 공기가 급격한 압축, 팽창을 일으키며 큰 폭발음을 만들게 되는데, 이를 소닉붐(sonic boom)이라고 합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집 주변에서 폭죽을 터트리는 소리를 들으신다면, 폭죽 소리가 아니라 산타 할아버지의 썰매가 초음속 비행을 하는 중에 만들어진 소닉붐을 들이신 것일지도 모릅니다.
산타할아버지의 썰매는 말도 안되는 빠른 소리로 돌아다녀야 하는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선물을 받아야 하는 아이들이 2억명이라면 선물 하나당 무게가 500그램이라고만 쳐도 전체 선물의 무게는 1억 킬로그램이 됩니다. 산타와 사슴, 그리고 썰매자체의 무게를 무시한다고 하더라도 엄청난 무게가 됩니다. 사슴이 끄는 썰매를 타고 산타가 돌아다닌다는 이야기는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서 구전되어 온 바이킹들의 이야기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원래의 이야기에 따르면 루돌프와 함께 썰매를 끄는 사슴은 총 여덟마리라고 합니다. 보통 사슴 한마리가 끌 수 있는 무게는 약 150킬로그램입니다. 이를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1억킬로그램에 달하는 선물이 담긴 썰매를 끌기 위해서는 약 6십만마리 이상의 사슴이 필요한데 이를 여덟마리의 사슴이 끌고 다녔다고 하니, 어쩌면 루돌프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처럼 귀여운 꽃사슴이 아니라 켄타우로스(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반인반수 괴물)와 비슷한 우락부락한 사슴일지도 모릅니다.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들은 여러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영화 앤트맨에서 나오는 것과 같이 아이들에게 나누어줄 선물의 사이즈를 콩알만하게 줄일 수 있다면 (그래서, 무게도 함께 줄일 수 있다면) 무게와 우락부락한 루돌프에 대한 문제는 해결이 가능해 집니다. 어릴 적 보았던 만화에서도 북극에 위치한 산타의 집에서 산더미같은 선물상자들을 썰매에 실은 뒤 요정들이 마법을 통해 선물들을 산타의 빨간 보따리에 모두 집어넣어 주는 장면을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이렇게 작아진 선물들을 각집에 도착해서 다시 원래 크기로 돌려주는 방법으로 선물을 전달하는 모습을 상상해볼 수 있습니다. 또 다른 방법은 산타의 보따리를 선물을 담을 수 있는 도구가 아니라 선물을 순간이동시킬 수 있는 ‘텔레포트(teleport)’의 게이트로 사용하는 겁니다. 선물을 들고 다닐 필요없이 산타의 집에 쌓여있는 선물들이 하나씩 보따리를 통해 각 집의 크리스마스 트리 아래로 순간이동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또 다른 해결책 중 하나는 북극의 산타 할아버지가 각 지역에 숨은 산타들의 도움을 받는 것입니다. 문어발식 다단계 기업과 비슷하게 북극의 산타의 역할을 다수의 산타의 대역들이 대신해서 일을 처리하는 것입니다. 처음 두가지 방법은 어쩌면 언제가 과학적으로 가능해 질 수도 있는 방법일 것입니다. 현재의 과학으로는 불가능한 이야기들이지만, 언젠가는 현실화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즐거운 상상을 해봅니다. 어쩌면 전혀 생각지 못한 다른 방법들이 가능해 지면서 산타의 수고를 덜어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적어도 그때까지는 (아마도 그런 기술들이 가능해진 뒤에도) 세번째 말씀들인 다단계식 방법으로 아이들에게 선물을 전달해 주게 될 것입니다. 현재, 그리고 과거에도 그랬듯이 각 집에 있는 산타의 대역들이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 아침의 기쁨을 대신 전해주는 역할을 충실히 해낼 것입니다.
제 친구 아들은 산타의 실체를 꼭 녹화하겠다며 크리스마스 트리 옆에 몰래 스마트폰을 설치했다고 합니다. 세상 모든 산타의 대역들이 자신들의 정체를 들키지 않고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쳤기를 바라며, 산타의 존재를 의심하던 아이들이 자라서 언젠가는 산타를 편하게 해줄 수 있는 새로운 기술들을 가능하게 만들어주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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