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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 쉽게 풀어쓰는 한국사] 송시열과 그들의 나라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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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심창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0-01-17 09:13 조회9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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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시열의 학문은 전적으로 주자의 학설을 계승한 것으로 자부했으나, 조광조→이이→김장생으로 이어진 조선 기호학파의 학통을 충실히 계승, 발전시킨 것이기도 하였다. 반드시 주자의 교의를 신봉하고 실천하는 것으로 평생의 사업으로 삼았다. 

 

그러므로 학문에서 가장 힘을 기울였던 것은 『주자대전』과 『주자어류』의 연구로서, 일생을 여기에 몰두, 『주자대전차의』와 『주자어류소분』 등의 저술을 남겼다. 따라서, 철학사상도 주자가 구축한 체계와 영역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실천적 수양과 사회적 변용에 더 역점을 둔 것이었다. 여기에는 조광조의 지치주의의 이념, 이이의 변통론, 김장생의 예학 등 기호학파의 학문 전통이 큰 작용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정통 성리학의 입장에서 조선 중기의 지배적인 철학, 정치, 사회사상을 정립하였다. 이후 이것은 조선 후기의 정치, 사회를 규제한 가장 영향력 있는 학문 체계가 되었다.

 

먼저 철학사상을 살펴보면, 가장 역점을 두었던 것은 정직의 실천 문제였다. 그러므로 송시열의 이기, 심성론은 특별히 주목받지 못한 면이 있으나, 실상은 당대의 성리학을 집대성한 것이었다. 이기, 심성론에는 주자에 대한 완벽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이의 설을 계승, 발전시켰다. 즉, 서로 다른 이론과 개념들을 수용하여 하나의 통일된 체계를 정립하였다.

 

이, 기는 “하나이면서 둘이요, 둘이면서 하나”라는 이이의 대명제를 받아들여, 이것을 이의 관점에서 말하면, 이에도 움직임과 멈춤이 있다고 할 수 있으니, 그것은 이가 기를 주재하기 때문이며, 기의 관점에서 말하면, 이에는 동과 정이 없다고 할 수 있으니, 그것은 기가 이를 운용하기 때문으로 보았다.

 

이 밖에 형상(형)과 도구(기)의 혼동을 분별하여 형, 기, 도의 관계를 삼단설로 설명한 것은 독창적이다. 마음을 기로 보는 정통적 입장이나, 마음은 무궁하다는 것을 말하기도 하였다. 또 송시열은 마음이 발하기 전의 상태를 성품(성)으로, 마음이 이미 발한 상태를 정으로 보았다. 마음이 발한다는 것은 곧 기가 발하여 이가 실리는 현상인데 이것이 칠정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주리파에서는 칠정(기쁨, 노여움, 슬픔, 즐거움, 사랑, 미움, 욕심)과 사단(인, 의, 예, 지)을 엄격하게 분별했으나, 송시열은 사단도 칠정에 속한다고 주장하였다.

 

여기에서 송시열의 수양론이 전개되는데 그 핵심은 ‘정의를 모아 기상을 기르는 일’이었다. ‘정의를 모으는 일’은 곧 ‘정직’으로 표현하였다. 그러므로 수양론도 곧 ‘정직으로서 기상을 기르는 일’로 압축되었다. 

 

송시열의 지론에 의하면, 모든 인간 활동의 저력은 기상이고 그것은 정직으로서만 길러진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정직은 수양의 덕목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다. 송시열은 정직의 실천을 일생의 지표로 삼았고, 제자와 후손들에게도 강조하여 마지않았다. 그런데 정직에 의한 기상의 도야는 불굴의 의지를 함양하는 데는 효과적이었지만, 그것이 지나치면 독선과 흑백 논리에 빠지기 쉬운 경향이 있었고 화합과 타협에 장애가 되는 것이기도 하였다. 

 

송시열의 정치사상은 조선 중기의 사림 정치 이념을 대표하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정치의 원리를 『대학』에서 구했는데, 그것은 수기치인으로 표현된다. 즉, 남을 다스리는 일은 자신의 수양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인데, 이 때문에 송시열은 통치자의 도덕성 확립을 강조하였다. 특히, 임금은 만화(만물의 조화나 변화, 특히 인간 사회의 모든 변화)의 근본이므로 덕의 함양이 정치의 제일 과제라고 믿어, 맹자의 “한번 임금을 바르게 하면 나라가 바르게 된다.”라는 주장을 정치 활동의 지표로 삼았다. 따라서, 송시열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왕에게 수신, 제가, 면학을 강조하고 사심(바르지 않은 간사한 마음)과 사은(사사로이 베푸는 은혜)을 억제할 것을 권하였다.

 

실제 정책 면에서는 민생의 안정과 국력 회복에 역점을 두었고, 그것을 위한 여러 가지 대책을 건의하였다. 즉, 국가의 용도를 절약하여 재정을 충실하게 하고, 궁중의 연회와 토목 공사를 억제하며, 공안(공물의 품목, 수량을 적던 장부)을 바로잡고, 세금을 감해 양민의 부담을 줄이며, 사노비의 확대를 억제하여 양민을 확보하며, 안흥에 조창(곡식을 쌓아 두는 창고)을 설치하자는 것 등이었다. 이러한 일련의 서정 쇄신책은 이이의 변통론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었다. 민생 안정과 국력 양성 문제는 그 자체가 당면한 급선무였기도 하지만, 송시열은 북벌 실현을 위한 선결 과제로 인식하였다. 

 

송시열의 정치사상에서 또 하나 간과될 수 없는 것은 예치의 이념이었다. 이는 공자의 통치 철학이기도 했지만, 특히 김장생의 예학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는 “예의가 다스려지면 정치도 다스려지고, 예의가 문란하게 되면 정치도 문란하게 된다.”라고 강조하였다. 

 

예는 유교 정치에 있어서 교화의 수단일 뿐만 아니라 정치의 명분을 밝히는 것이기도 하였다. 그러므로 송시열은 복제예송에 깊이 개입했고, 만년에는 종묘제도를 정리하여 바로 잡으려고 하였으며 문묘 배향 문제, 정릉의 복위와 효종의 세실 문제, 만동묘의 설치 등 국가적 전례 문제에 정력을 기울이기도 하였다. 

 

송시열은 김장생을 계승한 예학의 대가로서 중요한 국가 전례 문제에 깊이 관여했는데, 이 때문에 예학적 견해 차이로 인한 예송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였다. 1659년 5월 효종이 죽자, 계모인 자의대비(조대비)의 상복을 3년(만 2년)으로 할 것인가, 만 1년으로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제기되었다. 이것은 인조의 차자로서 왕위를 계승한 효종을 적장자로 인정할 것인가 아니면 차자로 간주할 것인가 하는 중요한 문제와 결부되어 있었다.

 

이때 윤휴는 『의례』 상복 편의 소설인 “제일자가 죽으면 본부인 소생의 차 장자를 세워 장자로 삼는다.”라는 근거에 의하여 대비가 3년 복을 입어야 한다고 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국왕의 상에는 모든 친족이 상복을 입는다는 설에 의하여 상복을 입을 것을 주장하였다. 

 

그러나 송시열은 『의례』의 소설에 “서자가 대통을 계승하면 3년 복을 입지 않는다. ”라는 예외 규정을 들어 이에 반대하였다. 서자는 첩의 자식의 칭호이기도 하고, 적장자 이외의 여러 아들을 지칭하는 용어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또, 국왕의 상에 친족들이 3년 복을 입는 것은 신하로서의 복을 입는 것인데, 어머니인 대비는 아들인 왕의 신하가 될 수 없다고 하였다. 

 

그러나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은 정태화 등 대신들은 『의례』에 근거한 두 가지 설을 다 취하지 않고, 『대명률』과 『경국대전』에 장자, 차자 구분 없이 1년을 입게 한 규정, 즉 국제기년설 따라 1년 복으로 결정하였다. 그리고 1660년 3월 허목이 또 차장자설을 주장하여 3년 복으로 개정할 것을 상소하였다. 그리고 윤선도는 1년설이 “효종의 정통성을 위태롭게 하고 적통(적자 자손의 계통)과 종통(종가 맏아들의 계통)을 두 갈래로 만드는 설”이라고 공격하였다. 

 

그러나 송시열과 송준길은 서자가 첩자를 뜻하지 않는다는 설을 논증하고, 차장자설의 여러 가지 모순을 지적하였다. 그리고 제1자가 죽고 제2자를 세워 장자로 간주하는 경우는 제1자가 미성년에 죽었을 때뿐이라고 단정하였다. 

 

이 문제로 조정에서는 여러 차례 논의가 있었으나 1년설은 번복되지 않았고, 윤선도 등 남인들은 유배되거나 조정에서 축출되었다. 그러나 1674년 효종비의 상으로 다시 자의대비의 복제 문제가 제기되어 서인들은 송시열의 설에 따라 대공복(9개월 복)을 주장하여 시행되었으나 영남 유생 도신징의 상소로 다시 기년복(1년 복)으로 번복되었다. 

 

그 결과 송시열은 ‘예를 그르친 죄’를 입고 파직되었다가 변방으로 유배되고 말았다. 이와 같은 송시열의 예론은 『의례』에 근거를 두고 전개되기는 했으나, 대체로 “왕가의 예도 일반인과 다르지 않다.”라는 성리학적 보편주의 예학의 정신에 입각한 것이었다. 그 때문에 왕위에 즉위, 종묘를 주관했던 효종의 제왕적 특수성과는 관계없이 차자(둘째 아들)라는 출생의 차례만이 중시되었다. 이 때문에 송시열의 본의와는 달리 왕실을 낮추고 종통과 적통을 두 갈래로 만들었다는 비난을 받아 정치적 위기를 겪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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