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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 쉽게 풀어쓰는 한국사] 사명대사(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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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심창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1-04-21 08:03 조회70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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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8783364_FbcislrJ_c0ca3a98d6b0c815c2f4fd76cc24c85889a67de4.jpg사명대사 유정의 초상화, 조선(19세기), 비단에 채색, 승병장으로서의 기풍을 느낄 수 있다. l 동국대학교박물관


 


사명대사(유정)의 본관은 ‘풍천’이고, 호는 사명당, 송운, 종봉 등이며, 자는 이환, 시호는 자통홍제존자로 불렸던 사명대사는 경남 밀양에서 출생하였다. 유정은 법명으로 어려서 조부 밑에서 공부를 했다. 그의 나이 13세(1556년: 명종 11) 때 황여헌(黃汝獻)에게 《맹자(孟子)》를 배우다가 부모를 모두 잃게 되자 죽음의 이치를 알고자 황악산(黃岳山) 직지사(直指寺)의 신묵(信默)을 찾아가 승려가 되었다. 그는 1561년에 승과(僧科)에 장원급제하고, 1575년(선조 8)에는 봉은사(奉恩寺)의 주지로 초빙되었으나 사양하고 묘향산에 들어가 휴정(休靜:西山大師)의 법을 이어받았다. 금강산 등 명산을 찾아다니며 도를 닦다가, 상동암(上東菴)에서 소나기를 맞고 떨어지는 낙화를 보고는 무상을 느껴 문도(門徒)들을 해산하고, 홀로 참선에 들어갔다.


1578년경에는 율곡 이이에게 국난을 예고하고 10만 양병설을 역설하기도 했다. 1589년(선조 22)에는 정여립(鄭汝立)의 역모사건에 관련된 혐의로 투옥되었으나 무죄 석방되고, 1592년(선조 25)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승병을 모집, 휴정(서산대사)의 휘하로 들어갔다. 서산대사가 노쇠하여 물러나자 전 승군을 통솔하고 체찰사 유성룡 및 명장과 합세하여 평양을 탈환하고 권율과 영남에 내려가 왜군을 섬멸하는 등 혁혁한 전공을 세워 당상에 오르게 된다. 1594년(선조 27) 명나라 총병(摠兵) 유정(劉綎)과 의논, 울산에서 왜장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의 진중을 3차례에 걸쳐 만나 대의명분과 사리를 밝혀 강화 조약을 유보하였다.


1597년 정유재란(丁酉再亂) 때 명나라 장수 마귀(麻貴)와 함께 울산(蔚山)의 도산(島山)과 순천(順天) 예교(曳橋)에서 전공을 세우고 1602년 중추부동지사(中樞府同知使)가 되었다. 1604년 국왕의 친서를 휴대하고, 일본에 건너가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를 만나 강화를 맺고 조선인 포로 3,500명을 인솔하여 귀국했다. 돌아와 영의정에 임명되었으나 스승인 서산대사가 입적하자 3일 만에 관직을 되돌리고 묘향산으로 들어간다.

 


“선조가 죽은 뒤 가야산 해인사(海印寺)에 머물다가 1610년에 입적하여 국장으로 장례가 치러졌다. 초서를 잘 썼으며 밀양의 표충사(表忠祠), 묘향산의 수충사(酬忠祠)에 배향 되었다. 저서에 《사명당대사집》, 《분충서난록》등이 전해진다. “산인(山人) 유정(惟政)은 선왕의 조정에서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나라를 구하러 나갔으니, 참으로 의승(義僧)이라고 할 만 하다.”


『광해군일기』


 


사명대사는 임진왜란의 전후 처리와 외교 교섭을 위해 1604년 일본으로 건너 가, 그해 12월부터 1605년 3월까지 교토에 머물렀다. 엔니는 교토 출신의 승려로, 1603년 교토에 고쇼지를 창건하고 초대 주지가 되었다. 엔니는 선종의 가르침에 대한 10개의 질문과 답변을 정리한 『자순불법록』을 교토 혼포지(本法寺)에 머물고 있던 사명대사에게 보여주고 자신의 이해가 맞는지 의견을 물었다. 사명대사는 이 글을 보고 엔니를 인정하여 무염(無染)이라는 호와 허응(虛應)이라는 자를 지어 주었고, 침필 편지와 시(詩)도 남겼다. 엔니는 사명대사와의 인연으로 일본 불교계에서 명성이 더욱 높아졌다.

 


“다행히 만 리 길을 가지 않고서도 이곳에 앉아서


경산(經山, 대혜선사)의 후손인 대사에게 직접 가르침을 받게 되었습니다.


전생의 인연이 아니라면 어찌 이런 일을 기약할 수 있었겠습니까.


큰 자비를 내려서 지금 법을 전수해주신다면 그 덕이 얼마나 그지없겠습니까.“


『자순불법록』


 


『자순불법록(諮詢佛法錄)』은 고쇼지를 창건한 엔니 료젠(円耳了然, 1559~1619)이 선종(禪宗)의 기본 개념과 임제종의 가르침에 대한 이해를 10개의 질문과 답변으로 정리한 글이다. 엔니는 자신이 이해한 내용이 맞는지 사명대사에게 이글을 보이고 가르침을 받고자 했다. 그는 다행히 만 리 길을 가지 않고서도 이곳에 앉아서 자신이 속한 임제종의 법맥을 이은 사명대사에게 직접 가르침을 받게 되었다며 기쁨과 존경의 마음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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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려 엔니가 부처의 가르침에 대해 사명대사의 의견을 묻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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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명대사가 친필로 쓴 시구(詩句), 일본(1605), 종이에 먹, 교토 고쇼지 


신라 말 문장가로 이름난 최치원(崔致遠, 857~?)이 지은 시 「윤주<潤州>(지금의 중국 장쑤성<江蘇省>) 자화사 상방에 올라<登潤州慈和寺上房>」 중 두 구절이다. 시 속의 자화상처럼 고쇼지가 탈속적이라는 뜻을 담아 이 시구를 남긴 듯하다.


 


畵角聲中朝暮浪 나팔 소리 들리고 아침저녁으로 물결 일렁이는데,


靑山影衰古今人 청산이 그림자 속을 지나간 이 예나 지금 몇이나 될까.


 


임진왜란부터 10여 년 간을 돌아본 사명대사의 감회를 표현한 시이다. 일본에서의 임무만 잘 마무리한 뒤에 속세의 일을 정리하고 선승(禪僧)의 본분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고려 말 문신 유숙(柳淑, 1324~1368)의 시 「벽란도(碧瀾渡)」를 치운하여 지은 시이다.


有約江湖晩 강호에서 만나기로 약속한 지 오래되지만


紅塵己十年 어지러운 세상에서 지낸 것이 벌써 10년이네


白鷗如有意 갈매기는 그 뜻을 잊지 않은 듯


故故近樓前 기웃기웃 누각 앞으로 다가오는 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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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명대사가 대혜선사의 글씨를 보고 쓴 글, 일본(1605), 종이에 먹, 교토 고쇼지


 


사명대사가 교토 고쇼지에 소장된 중국 남송의 선종 승려 대혜 종고(大慧宗杲, 1089~1163)의 전서(篆書) 글씨를 보고 감상을 적은 글이다. 사명대사는 이 글에서 중생을 구제하라는 스승 서산대사가 남긴 뜻에 따라 일본에 왔음을 강조하여, 사행(使行)의 목적이 포로 송환에 있음을 분명히 밝히고 사행을 떠나기 전 입적(入寂)한 스승(서산대사)에 대한 절절한 추도의 마음을 드러냈다. 임제종의 법맥이 중국 선종의 제6조(祖)인 혜능으로부터 대혜를 거쳐 사명대사로 이어진다는 조선 불교계의 법통 인식을 보여준다.


 


   


758783364_EQcO14uz_62a2023b426dd3d51a7379655e6c769da12cba4c.jpg사명대사가 승려 엔니에게 지어 준 도호, 일본(1605), 종이에 먹, 교토 고쇼지


 


사명대사는 고쇼지를 창건한 승려 엔니 료젠(円耳了然, 1559~1619)에게 ‘허응(虛應)’이라는 도호(道號)를 지어주고 두 글자를 크게 써 주었다. 엔니를 사명대사에게 소개한 난젠지(南禪寺) 장로 센소 겐소(仙巢玄蘇, 1537~1611)는 조선과 일본의 외교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쓰시마번(對馬藩)의 외교승이기도 했다. 엔니와 겐소는 같은 임제종 승려였기 때문에 엔니는 겐소의 소개로 자연스럽게 사명대사와 교류할 수 있었다.


 


758783364_23OSgIjd_26fe711ec09690fb647639e6c83b189d8d1689f1.jpg사명대사가 승려 엔니에게 준 글과 시, 일본(1605), 종이에 먹, 교토 고쇼지


 


사명대사가 고쇼지를 창건한 승려 엔니 료젠(円耳了然, 1559~1619)에게 도호(道號)를 지어 주며 함께 보낸 글이다. 사명대사는 엔니의 자(字)를 허응(虛應), 호(號)를 무염(無染)으로 짓고, 이는 관세음보살이 두루 중생의 소리를 듣고 살핀다는 뜻을 담은 것이므로 잘 새겨서 마음에 간직하라고 하였다. 또, 계속 불법에 정진하면서 중생 구제에도 힘쓸 것을 강조하는 시를 함께 적어 주었다. 수행 전진과 어지러운 세상에서 중생을 구제하는 속세의 임무가 모두 중요하다는 사명대사의 뜻이 담겨 있다.


 


言前活路莫遲留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활로에서 머뭇거려서는 안 되네


直道行行到始休 곧바로 길을 가고 가다보면 비로소 그칠 곳에 이르리라.


鑑物冲虛無所住 만물을 비추어 보면 텅 비어서 머물 곳이 없고


回機寂照有攸由 기틀을 되돌려 고요히 살피면 나아갈 곳이 없네.


頂門具眼如天主 정수리에 눈을 갖추니 천주(天主, 대자재천<大自在天>)와 같고


肘後懸符似國候 팔에 부절(符節)을 매달았으니 제후와 비슷하네.


度世濟生遊幻海 세상을 건지고 중생을 구제하려 속세에 노닐면서


駕船無底任波頭 바닥없는 배를 타고 파도 위에 몸을 맡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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