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 ‘마인’ 김서형 “성 소수자 이야기 부담감? 내겐 하고 싶던 멜로”
페이지 정보
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1-07-01 03:00 조회1,279회 댓글0건관련링크
본문
“멜로를 하고 싶었고, 사랑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재벌가 이끄는 며느리 역, 새 얼굴 보여줘
‘센 캐릭터’ 숨겨진 애틋한 감성 연기 호평
백미경 작가·이나정 PD 만나 “날개 달아”
지난달 29일 서울 신사동에서 만난 그는 “부담감보다는 마음껏 연기할 수 있다는 시원함이 더 컸다”고 했다. “영화 ‘캐롤’(2016)이나 드라마 ‘킬링 이브’(2018~) 같은 작품을 재미있게 봤어요. 연기를 너무 잘 해내니까 성 소수자 역할을 떠나서 몰입이 되더라고요. 언젠가 내게도 기회가 오면 정말 잘 해내고 싶다고 생각했죠. 요즘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많이 보니 엄청 특별하거나 남다른 이야기도 아니잖아요. 멜로나 로맨틱 코미디 대본은 거의 안 들어오는데 김서형이 이런 것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기도 했고요.” ‘품위있는 그녀’(2017) 등 여성 서사로 새로운 장을 연 백미경 작가의 작품이라는 점도 “날개를 단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 덧붙였다.
“이성애·모성애…사랑의 종류는 다양”
그래서 수지 최와 만나는 짧은 장면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실제 촬영을 시작하고 나서 두 달 뒤에나 만날 수 있었던 일정도 애틋함을 더했다. “다른 장면을 찍을 때도 항상 재회 장면을 염두에 두고 있었어요. 사실 누가 못 만나게 하는 게 아니라 본인이 선택한 거잖아요. 그래서 서현이는 혼자 있을 때도 항상 눈이 그렁그렁해요. ‘성골 귀족’으로 모든 걸 다 가졌지만 정말 원하는 것 한 가지를 갖지 못한 사람이니까요.” 남다른 감정 표현의 비결에 대해서는 “연애를 쉰 지 오래 되어서 다양한 종류의 사랑에서 영감을 얻었다”며 “이성애뿐 아니라 모성애나 부성애, 가족애, 반려견을 향한 마음 등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건 굉장히 폭이 넓다”고 답했다. “그리고 제가 눈이 좀 예쁜데 감독님도 그걸 알고 잘 잡아주신 것 같아요. 하하.”
다른 여성 캐릭터와 연대하는 모습도 돋보였다. 둘째 며느리 서희수(이보영)는 물론 튜터 강자경(옥자연)을 비롯해 시어머니 양순혜(박원숙)에 이르기까지 모든 인물을 아우르는 구심점 역할을 수행했다. “효원가에서는 정서현뿐 아니라 공작새 노덕이까지 다 자기 자식이 아닌 남의 자식을 하나씩 키우고 있잖아요. 비록 어른들은 그러지 못했지만 아이들만큼은 정상적으로 길러내자는 공감대 같은 게 있었던 것 같아요. 서희수랑은 동서지간이지만 친구에 더 가까운 것 같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지시나 명령을 하는데 희수랑은 조금이나마 마음을 터놓고 얘기하잖아요. 이보영씨는처음 촬영하는 날부터 ‘형님’ 하면서 팔짱을 끼더라고요. 저는 감정 표현을 못하고 투박한 편인데 먼저 살갑게 다가와 줘서 고마웠죠. 두 사람이 워낙 다르니 시너지도 나고.”
“매년 새 작품 만날 때마다 ‘마인’ 찾는 중”
화면 밖에서 힘을 보태준 백미경 작가와 이나정 PD에 대해서도 남다른 애정을 표했다. “사실 다 저한테 의지하는 것 같지만 철저하게 외톨이였어요. 다른 인물과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게 아니라 혼자 서재에서 고민하는 장면이 제일 많고, 누가 무슨 얘기를 하기 전에 그 상황을 다 알고 있잖아요. 그래서 잘못하면 감정선이 뚝뚝 끊어질 수도 있겠다 싶어 대사가 없을 때도 연기를 엄청 했어요. 그러다 보니 감독님도 앞뒤로 타이트하게 자르지 않고 공간을 주시더라고요. 그런 게 차곡차곡 쌓여서 감정선이 완성된 것 같아요. 서재에 있던 문양도 심장을 표현한 거래요. 효원가 서열 1위라는 의미도 있고. 워낙 디테일이 살아 있어서 머리카락, 솜털 한올까지 더 집중할 수 있었죠.”
그렇다면 김서형은 이번 작품을 통해 진짜 ‘나의 것(mine)’을 찾았을까. 1994년 데뷔해 올해로 28년차를 맞은 베테랑이지만 “매년 새 작품과 캐릭터를 만나 여전히 답을 찾아가는 중”이라고 했다. “‘악역 전문’ ‘센 캐릭터 전문’이라는 수식어가 싫을 때도 있었어요. 다른 것도 잘할 수 있는데 왜 이런 역만 들어오지 싶고. 그렇다고 몇 년씩 쉴 순 없으니까 어떻게든 변주를 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배우로서 새로운 숙제를 받으면 너무 재밌거든요. 물론 나는 정말 열심히 했는데 왜 100점 안 주냐고 할 순 없지만 저는 자신을 믿거든요. 이제 새로운 역할도 좀 들어오지 않을까요. 저도 모르게 생긴 버릇이나 습관 같은 게 생겨서 과연 청순한 역을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내가 한번 해볼게’ 하는 용감한 제작진도 있겠죠? 그렇게 한 해 한 해 버텨가는 거죠. 뭐.”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