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 유튜버 언니와 발달장애 동생, '흥부자' 자매 18년만의 동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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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8-12-10 22:00 조회1,136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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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열세 살의 나한테 이렇게 말한다면 어떤 기분이었을까. 이제 가족들과 떨어져 외딴 산꼭대기 건물에서 지금껏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들과 살아야 해. 그게 가족의 결정이고 너에게 거부할 권리는 없어. 네가 장애를 타고났기 때문에.”
다큐멘터리 ‘어른이 되면’(13일 개봉)으로 연출 데뷔한 유튜버 장혜영(31) 감독은 한 살 어린 동생 혜정씨의 삶을 이렇게 돌이켰다. 중증발달장애를 타고난 혜정씨는 꼬박 18년을 장애인 수용시설에서 살다 지난해 다시 사회로 나왔다. 세 자매 중 둘째언니 장 감독과 함께 살게 되면서다. 장 감독이 ‘생각많은 둘째언니’란 유튜브 채널을 열고 장애인과 여성‧성소수자 문제 등 사회이슈에 대해 발언하기 시작한 것도 동생과 살기로 결심한 2016년부터였다.
이번 영화엔 1년의 준비 끝에 지난해 동거를 시작한 두 사람의 첫 6개월간 일상과 고민이 두루 담겼다. 미뤄온 소원을 이루듯 신나게 세상을 흡수하는 혜정씨의 흥 덕분일까. 자매가 음악‧영화 하는 친구들과 어울려 놀 듯 찍은 영화는 의외로 밝은 분위기지만, 장애인에 대한 통념에 허를 찌르는 대목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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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 장애인 시설에 보내고 부모 이혼…헤어진 가족
동생이 있던 시설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다른 가족의 도움은.
다큐멘터리는 어떻게 만들게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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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 자퇴하며 '공개 이별 선언문', 동생 삶 돌아봐
마음을 돌린 건 대학 때다. “최소한 경제적으로 딸들을 건사하려 노력했던 아버지께 자랑 한 마디라도 됐으면 좋겠다”며 연세대 신문방송학과에 진학했지만, 정상에 가까워져도 행복을 장담할 수 없는 무한 경쟁 풍토가 의미 없이 느껴졌다. 4학년이던 2011년 그가 자퇴하며 써 붙인 ‘공개 이별 선언문’이란 대자보는 “여러분은 왜 지금 여기 있는가”란 문구와 함께 세간에 화제가 됐다. 그는 “명문대 졸업장을 따려고 1년 더 다니느니 그만둘 용기를 냈다”면서 “이후 제 인생은 하기 싫은 걸 안 하는 방식으로 길을 만들어왔다”고 회상했다.
“혜정은 뭔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없을 때면 ‘어른이 되면 할 수 있어?’라고 내게 물었다. 얼마나 많은 시간 동안 그 말을 들어왔을까. 아무도 자신과의 약속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세상에서 무언가를 계속 바라고 새로운 약속을 하는 마음은 어떤 것일까.”
장 감독이 남긴 연출의 글 일부다. 그는 자퇴 후 동생의 삶을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됐다. 평생 시설을 집이라 여기며 살았던 동생에게 함께 살자고 ‘구애’하며 디즈니 만화를 좋아하는 동생과 함께 일본 도쿄 디즈니랜드로 첫 해외여행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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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장애인 케어 진정성은 있지만…"
유튜브를 통해 영화가 한차례 공개되고 올해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등에서 주목받으며 자매에겐 응원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악플러도 존재한다.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된 유튜브에 동생과의 일상을 노출하는 것이 걱정되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그 이전의 삶도 안전하진 않았다”면서 “사람들에게 호소할 수 없는 상태로 혐오를 겪는 것보단 표면화된 위협이 차라리 낫다. 해결을 위해 뭔가 얘기해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가 혜정씨와 꿈꾸는 미래는 영화 속 자작곡에도 나온다. 둘이서 무사히 귀여운 할머니가 되는 것. 그러나 현 정부가 내놓은 제도엔 아쉬움을 표했다. 지난 9월 청와대 관련 행사에도 참석한 그는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발달장애인 평생대책종합케어가 “장애 문제를 생각하는 진정성은 있으나 예산과 제도는 미흡하다”고 털어놨다.
“아직 우리 둘의 삶을 지탱하는 건 제가 잡고 있는 균형이죠. 제가 아프기라도 하면 신기루가 돼요. 인생을 걸고 버티고 있어요. 지금처럼 혜정에게 아끼는 친구들이 점점 많아져서 튼튼한 보호막이 돼주면 좋겠어요. 이런 영화를 저처럼 사시라고 찍은 건 절대 아니고 제 나름대로 세상에 던진 질문이죠. 유튜브를 통해 계속 소통해 나가려 합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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