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 부모 관심 뺏겨 우는 첫아이, 동생을 가족으로 포용하게 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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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01-13 22:00 조회744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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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아이를 키워보면 어른이 배우는 게 훨씬 많습니다. 막연했던 어릴 적 기억이 선명해지면서 또 한 번 그 시절을 사는 듯한 기분도 들어요. 당시 느꼈던 가치와 의미를 다시금 일깨우게 되죠.”
‘늑대아이’ ‘괴물의 아이’ 등 애니메이션에 가족의 의미를 담아온 일본 거장 호소다 마모루(52) 감독의 말이다. 16일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미래의 미라이’를 들고 지난달 한국을 찾은 그는 3년 전 둘째 딸이 태어나자 첫아들이 부모 사랑을 빼앗겼다고 느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곤 이번 작품을 구상했다고 했다.
주인공은 네 살배기 소년 쿤. 갓 태어난 여동생 미라이에 부모 사랑을 빼앗기며 인생 최대 위기에 처한 그에게 미래의 미라이가 찾아온다. 시간여행에 나선 쿤은 증조부모까지 4대에 걸쳐 온 가족을 만난다.
“아이가 어떤 식으로 동생을 ‘가족’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생각했죠. 이제껏 제가 만든 그 어떤 영화보다 가장 큰 테마예요. 아이와 함께 사는 평범한 일상을 통해 인간의 삶이 이어져 가족을 형성하는 생명의 거대한 루프를 그려내려 했습니다.”
상상력의 원천은.
쿤과 미라이의 부모는 출산 후 엄마가 복직하고 아빠가 육아와 살림을 맡는다.
집안 전체가 한눈에 올려다보이는 계단식 집 구조가 특이하다.
쿤의 목소리를 연기한 카미시라이시 모카는 19세 여성 배우다. 일본 개봉 당시 배역과 어울리지 않는단 비판이 있었는데.
다채로운 화풍도 볼거리다. 상상 속 괴물이 등장하는 기차역 장면이 공포영화처럼 오싹하다면, 가족의 오랜 역사를 간직한 나무 속에 빨려드는 장면은 기하학적인 화면 구성이 두드러진다. 과거로 간 쿤이 자기 또래인 어린 시절의 엄마와 신나게 노는 장면도 재미있다.
영화를 본 아들의 반응은 어땠나.
영화엔 쿤의 외증조부가 제2차 세계대전 때 다리부상을 한 채 고통스럽게 생존하는 장면도 나온다. 어린 쿤은 이런 선조의 삶이 있었기에 지금의 자신이 있다는 걸 조금씩 깨달으며 철이 든다. 일본과 역사적으로 얽힌 우리 관객이 보기엔 마음이 다소 복잡해지는 장면이다.
호소다 감독은 “실제 아내의 할아버지 이야기”라면서 “부상을 딛고 할머니와 혼인하셨던 사연을 그리려다 보니 전쟁장면이 들어갔다. 결코 특정 시점에서 전쟁을 표현하려던 의도는 아니었다. 한국이나 중국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여 주실지 알 수 없지만, 어디까지나 전쟁에 휘말린 서민들의 전 세계 공통된 경험으로서 그렸다”고 조심스레 설명했다.
스스로 힘이 됐던 과거의 순간을 떠올린다면.
그는 “이번 골든글로브 진출 소식에 깜짝 놀랐고 영광이었지만,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제 작품을 환영해준 해외영화제는 2006년 ‘시간을 달리는 소녀’로 처음 찾은 부산국제영화제다. 한국 관객의 응원에 늘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차기작은.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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