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 90년대생 고아성·이솜·박혜수, 90년대 페놀사건 파헤친 말단직원들로 뭉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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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0-10-19 03:00 조회1,207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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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이 4살(세는 나이) 때여서 처음엔 하나도 기억이 안 났어요. 근데 영화 촬영 전 분장‧의상을 한꺼번에 갖추고 거울을 보는데 자료화면이 아니라 제가 봤던 사람이란 생각이 드는 거예요. 옛날에 할머니댁 갔을 때 퇴근하고 돌아온 저희 이모, 당시에 본 일하는 여성들에 대한 무수한 잔상이 제 머릿속에 있다는 걸 깨닫고 뭉클해졌어요. 이모가 당시 대기업 말단사원이었고 비슷한 상황에 있었거든요. 당시를 기억하는 분들, 직접 겪은 분들이 많을 거란 생각에 잘 해야겠다는 책임감을 느꼈죠.”
95년 그린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90년대생 주연배우 고아성·이솜·박혜수
가장 눈에 띄는 건 세 주인공이다. 불의에 맞선 약자에 관한 영화는 많았어도, 그 주체가 이번처럼 20대 여성들이었던 적이 있었던가 싶다(극중 자영의 나이는 27살). 독립영화도 아닌, 총제작비 79억원의 상업영화로선 드문 시도다. 영화 ‘괴물’ ‘설국열차’의 고아성, ‘소공녀’로 주연급 연기력을 인정받은 이솜, ‘K팝스타’ 출신으로 JTBC 드라마 ‘청춘시대’, 영화 ‘스윙키즈’ 등에서 두각을 드러낸 박혜수였기에 가능했을 터. 개봉 전 만난 배우들도 반색했다.
“이렇게 또래 여성 배우들과 같이 작업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없고 있어도 저에게 올까,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이 작품을 정말 열심히 잘해보고 싶었죠.”(이솜)
“각기 다른 세 여성이 친구로서 힘을 모아 결국 승리해내는 서사가 너무 매력적이었어요. 영화 산업 전반을 생각하면 많이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런 시기에 연기하고 있는 게 감사하고 소중하죠.”(박혜수)
“촬영할 때 합숙을 자처해서 매일밤 내일 어떻게 찍을지 이야기도 나눴어요.”(고아성)
꼰대 부장 막말에 울컥했죠
고아성은 영화 초반 자영이 허드렛일 하는 장면을 언급했다. 닦아놓은 구두, 담배 따위를 상사 자리에 놓는 자영의 모습에 누군가가 “그 사람은 왜 지 일을 남한테 시켜” 하는 대사가 우연인 듯 겹쳐지는 장면이다. “그 장면이 감독님 메시지구나, 딱 알면서 영화를 파악하게 됐다”면서다. 실무능력이 뛰어난 자영은 커피 10잔 12초 만에 타기에 매진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I love myself(나는 나를 사랑한다)”가 입버릇인 ‘걸크러쉬’ 유나는 대졸 사원에게 아이디어를 도둑맞기 일쑤다. 올림피아드 우승자 출신인 보람은 천재적 수학 실력을 가짜 영수증 처리에 쓴다. 박혜수는 “꼰대 부장이 (보람에게) ‘야!’ (막말)하는 걸 들으면서 직장 다니는 내 친구들이 이렇구나 싶어, 되게 울컥했다. 나를 너무 하찮게 여기는 누군가의 눈빛을 느끼는 기분은 시대를 넘나들어 누구나 공감하실 듯하다”고 했다.
이솜 "반대로 산 우리 엄마, 유나에게 담고 싶었죠"
‘회장 빽’ 믿고 사고치는 오 상무(백현진), 돈벌이에 혈안 된 빌리박 사장(데이비드 맥기니스) 등 영화 속에는 ‘어른’이랄 만한 기성세대가 전무하다. 그 속에서 주인공들이 스스로 옳다고 믿는 길을 만들며 성장해나가는 여정이 뭉클하게 그려진다. 고아성은 “코로나19로 모두가 쉽지 않은 시기인데 우리 영화만큼은 즐겁게 보실 수 있을 것 같다. 저도 많이 위로받았다”고 가만히 돌이켰다.
박혜수 "언니들 무한 사랑, 저도 선배 되면…"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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