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 "어릴 적 가정부, 내게 가장 큰 사랑을 가르쳐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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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8-12-26 22:00 조회1,207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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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와 한국은 경제적으론 다르지만 민주화를 위해 독재정권에 맞서 싸웠다는 정서적 공감대가 있다. 정재계 고위층의 부정부패로 인한 갈등을 사회적으로 어떻게 풀어갈지에 대한 고민도 유사하다. 한국영화에서 이런 테마가 반복되는 것을 보며 깊이 공감해왔다.”
‘그래비티’(2013)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2004) 같은 영화로 이름난 감독 알폰소 쿠아론(57)의 말이다. 멕시코 출신인 그는 1970년대 멕시코 배경의 새 영화 ‘로마’로 한국 취재진과 화상 기자회견을 가졌다. 할리우드에서 활동해온 그가 모국어로 영화를 만든 건 ‘이 투 마마’(2001) 이후 17년 만이다.
'로마'라는 제목은 멕시코시티의 작은 동네 이름이다. 주인공은 젊은 가정부 클레오(얄리차 아파리시오 분). 영화는 그의 시선을 따라 이혼으로 깨져버린 주인집 가족의 상처, 클레오 자신이 겪는 쓰라린 실연에 더해 아픈 시대상을 섬세한 흑백영상으로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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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적으론 극장에서 '로마' 봐주길 원하지만…
평범한 일상에 자연스레 새겨지는 시대상, 비극을 관통하는 삶의 철학, 또 영화가 빛과 사운드의 예술임을 아름답게 입증하는 장면들을 보노라면 이 감독에 새삼 놀라게 된다. 이 영화를 두고 “반드시 극장에서 봐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9월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은 이 영화는 넷플릭스 공개(14일)에 앞서 12일 소규모로 국내 극장가에 개봉했다.
감독은 “이 스토리에 제일 먼저 관심을 가져준 넷플릭스와 손잡은 것인데 결과적으로 일반적인 극장 개봉보다 큰 주목을 받게 됐다. 이상적으론 극장에서 이 영화를 봐주길 원하지만, 현실적으로 보다 많은 사람이 이런 소규모 작품을 즐기기 위해선 넷플릭스 같은 신규 플랫폼이 맞지 않나 생각했다”고 돌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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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국어로 창작, 카메라 들고 직접 촬영도
나고 자란 집과 동네에 관한 영화를 만들려던 바람을 15년 만에 성사했다고.
이름난 촬영감독 엠마누엘 루베즈키가 하차하면서 직접 카메라를 들었다.
가정부 클레오를 주인공으로 삼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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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 학살된 현장서 촬영…한국 태권도 나온 이유는
“사전 리허설된 장면이란 개념을 뒤집고 싶었다”는 쿠아론 감독은 촬영 기간 동안 누구에게도 전체 각본을 보여주지 않았다. 아침마다 그날 분량을 간단히 설명했을 뿐. 하루하루 펼쳐지는 실제 인생을 카메라에 담아내듯 108일간의 촬영을 이어갔다.
70년대는 멕시코에서 학생시위가 한창이었던 시기. 정부 지원을 받은 우익무장세력 로스 알코네스가 시위대 120명을 학살하는 사건도 벌어졌다. 영화는 사건이 벌어졌던 교차로에서 실제 시위 장면을 촬영했다. 거리 풍경도 꼼꼼히 고증했다. 도로와 노점상의 고유한 소리까지 돌비 애트모스 사운드로 밀도 높게 구현했다.
한국에서 온 태권도 사범이 훈련을 시키는 장면도 나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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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작이 장악한 극장가, 작은 영화 선택 폭 좁아
시대와 국경을 초월해 깊은 울림을 주는 영화다. 그럼에도 쿠아론 감독의 말처럼 “전 세계적으로 극장이 할리우드 대작영화에 장악당한 현실”에서 극장에서 개봉했다면 과연 얼마나 봤을까. 답하기가 쉽지 않다.
칸영화제가 넷플릭스 영화의 경쟁부문 출품을 거부하고, 국내 멀티플렉스체인들이 넷플릭스의 온라인 동시 개봉 정책에 반발해 상영을 보이콧하는 상황을 감독은 어떻게 생각할까.
“한때는 극장에도 할리우드와 유럽 영화, 아트하우스영화가 다양하게 공존했는데 대자본에 떠밀려 극장에서 선택의 폭이 좁아진 지금은 오히려 신규 플랫폼에서 이런 다양성이 가능하지 않을까.”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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