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바구니를 열심히 챙기지 않는다면 물건을 사올 때마다 어쩔 수 없이 함께 집에 오는 게 비닐봉지다. 재활용할 목적으로 무심히 서랍에 넣어 놓다 보면 어느 순간 서랍을 열 때마다 밖으로 튀어나올 정도로 순식간에 쌓인다. 이 비닐봉지만 잘 정리해도 부엌 공간이 넓어진다. 부엌을 깔끔하게 만드는 비닐봉지 정리법을 소개한다.
보통 비닐봉지는 부엌 서랍에 대강 넣어 놓거나 큰 봉지 하나를 걸고 그 안에 넣어 보관한다. 이 방법도 양이 적을 때는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하지만 양이 많아지면 서랍 안에 봉지가 가득 차 무엇을 넣어놨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어지럽혀진다. 또 봉지 하나에 모아놨을 땐 부피가 계속 커져 부엌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것은 물론 미관상 좋지 않다.
두껍고 큰 봉지는 딱지 접듯 삼각 접기
부드럽고 작은 봉지는 뽑아 쓸 수 있게
싱크대 안쪽이나 찬장 위 죽은 공간에 보관
비닐봉투를 정리하기 전(왼쪽)과 후의 모습. 비닐봉투만 정리했는데도 서랍에 많은 공간이 생겼다.
비닐봉지 정리법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방법은 다 쓴 갑티슈 박스에 봉지를 넣어놓고 뽑아쓰는 방법이다. 물론 깔끔하긴 하다. 하지만 만약 비닐의 재질이 두껍거나 크기가 큰 봉투라면 잘 뽑히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두껍고 뻣뻣하거나 크기가 큰 비닐봉투라면 차라리 한 개씩 따로 접어 통이나 천 주머니에 담아 보관하는 게 깔끔하다.
여기서 핵심은 비닐봉투를 접는 방법이다. 비닐봉투를 잘 펴서 종이 딱지 접듯이 삼각형으로 접으면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다.
가장 핵심인 접기 방법을 알아보자. 먼저 비닐봉투를 바닥에 모양대로 잘 편다. 세로로 절반을 눈대중으로 나눈 후 양쪽 끝을 중앙을 향해 접고 다시 반으로 접어 가늘고 긴 띠 형태로 만든다.
정리할 비닐봉지를 바닥에 모양대로 잘 편다. 세로 절반을 가늠한 후에 양쪽 끝을 안쪽으로 모아 접는다.
손으로 끝에서 입구 쪽으로 쓸어내려 안에 있는 공기를 다 빼낸 후에 끝에서부터 삼각형으로 손잡이 부분만 남을 때까지 둘둘 접는다. 손잡이 부분은 따로 잘 접어서 삼각형 안쪽으로 넣어 마무리한다.
비닐봉지 접기 과정.(자세한 과정은 영상 참조)
이렇게 하나를 접는 데 걸리는 시간은 30초 남짓. 한꺼번에 모아 접으면 시간이 꽤 걸리는 큰 일이지만 비닐봉지가 생길 때마다 접어 놓으면 정리가 쉬워진다. 삼각으로 접어놓은 비닐봉지들은 작은 면 파우치나 박스에 넣어 보관한다. 따로 정리박스가 없으면 과자 박스를 활용해도 좋다.
작은 삼각형으로 접은 비닐봉투는 작은 면 파우치나 종이 빈 과자박스에 넣어 보관한다.
부드럽고 작은 비닐봉지는 줄줄이 엮어 좁은 구멍을 낸 종이 박스나 페트병에 넣어 보관한다. 엮는 방법은 손잡이 두 개를 겹쳐 잡고 그 안으로 다른 비닐봉지를 통과해 중간 정도에서 반으로 접어 놓으면 된다.
비닐봉지 손잡이 두 개를 모아 벌린 후 그 사이로 다른 비닐봉지를 통과시킨다. 그렇게 줄줄이 엮는다.
박스는 뻔한 갑티슈 대신 믹스커피 박스를 선택했다. 크기도 적당하고 구멍 위치도 좋아서다. 자기가 원하는 아무 종이박스에 구멍을 뚫어 사용해도 된다.
구멍을 통해 첫 번째 비닐봉지 손잡이를 삐죽 빼놓고 박스 안으로 줄줄이 엮은 비닐봉지를 꾹꾹 눌러 담는다. 이 상태로 박스 입구를 막으면 완성이다. 이렇게 보관한 비닐봉지는 하나를 뽑으면 다음 번 봉지의 손잡이가 구멍 밖으로 자동으로 나오기 때문에 뽑아 쓰기 편하다. 손잡이가 없는 부드러운 봉지는 이 방법대신 삼각 접기를 사용해서 보관한다.
줄줄이 엮은 비닐봉지의 첫 번째 봉지 손잡이를 박스 밖으로 조금 내놓은 후, 다른 봉지들을 박스 안으로 밀어 넣는다.
박스 밖으로 나와있는 비닐 손잡이를 당기면...
쏙 뽑히면서 자동으로 다음번 비닐봉지의 손잡이가 삐쭉 밖으로 나온다.
보관용기를 빈 페트병으로 바꿔 활용할 때도 같은 방법을 쓸 수 있다. 자신이 원하는 크기대로 큰 페트병을 자르고 밑동을 5cm 높이로 다시 한번 잘라 놓는다. 줄줄이 엮은 비닐봉지를 페트병 안에 넣고 밑동을 끼워 넣으면 된다.
빈 페트병을 알맞은 크기로 자른다(왼쪽). 페트병의 뚜껑 역할을 할 밑동을 잘라낸다.
서랍 안에 넣기 위해 작은 사이즈로 페트병 크기를 맞췄다.
봉지를 뽑아내면 다음번 봉지 손잡이가 저절로 밖으로 튀어 나온다.
잘 정리했다고는 하지만 비닐봉지 보관함을 밖으로 내놓으면 아무래도 지저분해 보인다. 쉽게 꺼내 쓸 수 있는 곳이면서 가급적 눈에 잘 띄지 않고 좀처럼 활용하지 못하고 있던 부엌의 죽은 공간을 활용하는 게 좋다. 대표적인 곳이 싱크대 하부장의 문 안쪽이다. 부착식 고리를 하나 달아 파우치를 매달아 놓거나 양면테이프로 종이박스를 붙여 놓으면 된다. 단 종이박스를 이용할 때는 납작한 것을 사용해야 하부장 안에 들어있는 다른 물건들과 부딪히지 않는다.
그릇이 양념통을 넣어놓는 찬장의 윗쪽 빈 공간도 활용하기 좋은 곳이다. 역시 접착력이 좋은 양면 테이프를 사용해 비닐봉지를 담아 놓은 종이박스를 붙이기만 하면 된다. 물론 부엌 서랍의 안쪽에 봉지 종류별로 정리해놓는 것도 좋다. 단 이때는 박스 입구를 위쪽으로 오도록 세워 놓아야 쓰기 편하다.
작게 접은 비닐봉지를 모아 놓은 파우치를 싱크대 문 안쪽에 걸었다.
그릇을 넣어놓은 찬장 윗 공간은 늘 비어있는 죽은 공간이다. 여기에 비닐을 넣은 종이 박스를 양면테이프로 붙여 놓아 공간을 활용한다.
가장 쉬운 서랍 안 보관법. 비닐봉지 종류별로 박스를 구분해서 넣어놓는다. 이때 박스 입구를 위쪽으로 오도록 세로로 세워 놓아야 쓰기 편하고 잘 헝클어지지 않는다.
글·사진=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한 끗 리빙]부엌에 평화 불러오는 놀라운 비닐봉지 정리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