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 [바다건너 글동네] 시절 단상(時節 斷想)
페이지 정보
작성자 민완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09-05 09:35 조회1,724회 댓글0건관련링크
본문
민완기(사)한국문협 캐나다 밴쿠버지부 회원
어느새 9월이 찾아왔다.마냥 뜨겁고 길 줄만 알았던 햇살도 수그러지고,이제 바야흐로 가을로 접어드는 모양이다. 우리의 지혜로운 선조들은 그때그때 시절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보냈는지가 갑자기 궁금해져서 거실 한쪽의 만물박사‘Hey Google’에게 말을 걸어보았다. “한국 세시풍속 사전에서 우리나라 계절, 월별 별칭을 알려줘.”
깐깐 5월. 음력 5월을 부르는 말. 오월은 하루하루가 깐깐하고도 지루하게 지내는 달이라는 뜻으로 매사 조심하라는 의미가 있으며, 특히 이달은 속칭 악월(惡月)이라고 불리는 이유가 냉장시설이 미비했던 시절, 음식이 부패하기 쉬운 데서 연유한 것이다.
미끈 6월. 농사일이 바빠 한 달이 미끄러지듯이 빨리 지나간다는 뜻으로 농사의 전성기를 뜻하는 “메뚜기도 오뉴월이 한창”이라는 속담 역시, 매사 바쁘게 움직이는 농경문화의 특징을 나타내 준다.
어정 7월, 건들 8월. 글자 그대로 한 여름 폭염과 장맛비 가운데, 나무 그늘 아래서 어정어정 거리면서, 또는 물가에서 천렵을 즐기면서 한량처럼 건들건들대며 보내는 시절이라는 뜻.
동동 9월. 이제 본격적인 수확 철을 맞아 두 발을 동동거리며 일을 해도 바쁘기만한 시절을 뜻함이다.
일찍이 작가 정비석은 4계절의 속성을 이렇게 구분한 바 있다.”봄은 사람의 기분을 방탕에 흐르게 하고, 여름은 사람의 활동을 게으르게 하며,겨울은 사람의 마음을 음울하게 하건만, 가을만은 사람의 생각을 깨끗하게 한다.” 또한 ’농가월령가’중 입추를 노래한 음력‘7월령’을 보면 가을이 성큼 다가옴을 다음과 같이 노래한다. “ 초가을이 되니 입추,처서 절기로다/ 화성은 서쪽으로 흐르고 미성은 중천이라/늦더위 있다 한들 계절을 속일소냐/빗소리도 가볍고 바람 끝도 다르도다.”
아쉽지만 짧아지는 해와 함께 바람은 서늘해지고, 비가 또 자주 오게 되리라. 좀 늦은 더위가 이어지겠지만 가을을 시샘하는 질투의 잔열일 따름일것이다.
‘어정 7월, 건들 8월, 동동 9월’을 기억하면서 이제부터라도 시간을 쪼개어서 한 해의 수확을 잘 갈무리 해야겠다는 다짐을 동동거리며 해본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