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 [문학가 산책] 벽(壁)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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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슬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0-02-14 09:45 조회1,592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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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샘(露井) / 시인(캐나다한인문학가협회 회원)
벽을 사이에 두고
이쪽과 저 쪽이 서로 앓았다
병세는 어디가 어떻게 깊어가는 줄 모르고
아픔을 짚어내는 단일혈육 처방에
훈수들로 외려 두터워가는 이중의 벽
벽을 허물려면 파랑새 얘기부터 꺼내자
갇혔던 기별 벽지부터 떼어내면
손톱자국 긁힌 화해일기 투성이의
다시 붙들고 싶은 우리들 나뉜 뼛조각
설렘과 마주함은 기다림 뒤끝 효험일 텐데
어르신들 들끓고 간 광장엔 뒤 마려워도
몸 사려 섞어 앉지 않는 새들의 날갯짓
어딜가면 그 눈길 마주칠 수 있을까
깃털을 알몸 알들을 어루만지게 될까
잡동사니 피난처 국제시장의
값싼 사랑은 더 이상 팔리지 않고
상륙작전 펼쳤던 밤이슬 인천에선
파이프 문 사내도 슬그머니 빠졌다
일어섰다 곤두박질한 파도타기 세월들
벼이삭 한 줌과 맞바꾼 핵우산 아래
동방의 등불은 점차 가물거려서
숱한 인명 앗았던 쌕쌕이가 유유히
아침 뉴스 내 머리 위를 나른다
남부여대(男負女戴) 기나긴 흰옷 행렬의
남녘 가는 외통 흥남부두 뱃머리처럼
성치 않는 반도허리 고의춤을 조여올 때
영변 약산 볼 부은 진달래 실어 나른 미사일 길
박제되어 슬픈 파랑새 주체셈법 사거리 앞에
저자 좌판 엿장수들 입방아가 분주한데
수숫대로 여윈 울바자 보듬고픈 동해 해오름
이산가족 쥐어짜다만 눈물차표 한 장 쥐고
너와 나 아직은 반쪽만의 홑이불 바람 속
가위 눌린 뼈들로 누워 가엾은 살을 섞는다.
- 전운 감돌던 2017년 어느 가을 볕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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