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 [문예정원] 통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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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은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06-07 09:41 조회1,437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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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소 / 캐나가 한국문협 자문위원
헛디뎠다, 순간 어디선가 불이 번쩍
너풀대는 옷자락 다잡으려다 꼼짝 못 한다
몸을 곧추세우던 허리뼈 두어 개 단단히
삐틀어졌거나 빠져 달아난 것 같다
온종일 붙박여 애꿎은 리모컨만 꾹꾹
연속극 속 저 어머니 나동그라져 대자로
드러누운 그녀 위로 다 쏟아진 김치 한 통
그 붉은 물 내 어머니 피처럼 선연하다
쓰러질 때마다 어머니 치료 약은
매번 몸속 꽈리처럼 부풀고 또 부풀지만
아흔 살 당신 손으로 대가족 장을 뜨겠다
장 항아리 기어코 들어 올리다 삐걱했는지
싯붉은 피멍 자국 군데군데 돋아나는데
당신은 모른다 의지가지 당신 큰아들
갑작스러운 손님과 벌이는 생사生死의 당김
대책 없는 봄날 몰아치는 뭇매질에 끌려
이미 벗은 몸 다 내주고 있다는 것을
늘어진 허리쯤 이야 견딜 수 있지만
문 앞에 다가와 줄을 선 이별의 예감에
가슴을 에며 조여 드는 참을 수 없는 통증
그것은, 벌써 뿌리내리는 그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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