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 [문학가 산책] 사월, 축축하나이다 검붉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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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dino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6-04-25 12:26 조회1,099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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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물이 솟아나지 않는
샘을 들여다 보며
그대 울음 소리를 따라
내 마음 검붉나이다
어느 늙은 성경의 한 귀절에
한 때는 세상이 물에 잠기어 수구가 되고
비 그친 뒤 불덩어리로부터 모든 나무들이
머리가 먼저 물 위로 솟아 올랐다 하더이다
지금은 덤불에 쌓인 수유리 말라붙은 샘이
저 깊은 동굴에 뿌리를 꽂고서
만 갈래의 여린 봄 잎사귀를 흔들어
안팎으로 세차던 바람 흔들어
이 땅을 잠들지 못하게 하나이다
비록 수유리 샘에 물이 없어
떨어지는 붉은 꽃잎 떠 비출 수 없으나
이미 그 영혼의 수면이 목덜미까지 왔음을
봄비가 뒷산을 타고 와 탑을 적실 때
허겁지겁 느끼나이다
목이 젖어 목이 젖어
서울 수유리의 사지가
축축하나이다 검붉나이다
유병수 / 시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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