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 [바다건너 글동네] 인간, 파렴치한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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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안봉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08-14 11:32 조회1,904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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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봉자(사)한국문협 캐나다 밴쿠버지부 회원
우주가 그 큰 품에 삼라만상을 끌어안고 골고루 사랑하니,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크고 작은 별들이 서로서로 질서를 유지하며 의좋게 살아왔더라. 그들 중에 태양이라는 별 하나가 있어서 수성,금성,지구,화성,목성,토성,천왕성,해왕성,*명왕성 등, 아홉 자식을 거느렸는데, 그 모양이나 성품이 더할 나위 없이 각자 다르더라. 큰 녀석, 작은 녀석, 파란 녀석, 붉은 녀석, 찬 녀석, 뜨거운 녀석에 성격들조차 모두 다르더라. 그중 셋째 자식 지구가 가장 빼어나게 수려한 용모에 성품도 유순한 데다 인덕 또한 그럴 수 없이 후하여, 생명의 근원인 물과 불을 귀히 여김은 물론, 크게는 제 어미 태양을 공경하고, 작게는 제 안의 미생물까지 빈틈없이 골고루 먹이고 거두며 원리와 순리를 따르더라. 온갖 생명체들이 주객 없이 몰려와 먹고, 자고, 후손들 번져가며 어울려 살아가도다.
오호, 통제라!
지칠대로 지쳐 마침내 병까지 든, 잘 생기고 어진 주인 거동 좀 보소. 정신 분열증(초현병)에 토사곽란이 겹쳐 이젠 정말로 머잖아 멸망의 위기에 도달하여, 몇 수년의 가뭄, 몇 수년의 홍수는 약과이고, 사막에 눈 내리기, 한겨울에 꽃 피우기, 오뉴월에 서리 내리기 등, 심심찮게 노망 비슷한 발작까지 일으키기에 이르렀도다. 그래도 두 발 달린 짐승들 여전히 하늘의 섭리 어기는 제 행실 못 됨은 깨닫지 못하고, 가엾은 제 주인 지구와 애꿎은 하늘만 탓하는구나. 윤기 흐르던 지층은 기갈이 들어 군데군데 사막이 늘어가고, 식수(食水)는 줄어들고, 초목을 기르는 강물들도 여기저기 바닥이 드러나는가 하면, 지구의 지붕엔 구멍이 뚫려 죽음의 오존층이 하루가 무섭게 생명을 위협하건만, 우리 인간들 언제나 철이 들꼬.
애가 타는구나!
참말로 애가 타는구나!
나 자랄 때, 태양계에는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명왕성 등, 아홉 개의 행성이 있다고 배웠다. 그런데 그들 중 제일 작고, 태양에서 가장 멀리 있고, 맨 나중에 발견된 (1930) 명왕성 (Pluto)이 2006년에 왜소 행성으로 감등, 태양계의 아홉 개 행성 명단에서 퇴출당했다. 그때부터 명왕성은 일반 행성(planet)이 아닌 소행성(dwarf planet)으로 불린다. 그가 너무 작고 너무 멀어서 오늘날 더욱 시야가 넓혀진 우주 과학계의 새로운 기준과 필요 조건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란다. 마치 작고 멀리 있는 막내동생을 가족 명단에서 내쳐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왠지 75억 km 밖 Pluto에 자꾸만 미안하고 가슴이 짠~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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