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 [바다건너 글동네] “자식이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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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유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07-24 10:29 조회2,215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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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훈 (사)한국문협 밴지부
농사 중에 최고의 농사는 “자식 농사”라 한다. 세월이 강물처럼 흐르다 보니 내
젊음은 어느덧 지나가고 이제 할아버지란 소리를 듣게 되었다.
내가 일찌기 카나다로 올 줄 알았다면 자식을 더 많이 낳을 걸 하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었다. 그러나 다행히 두 아이들이 잘 자랐고 이제는 집을 떠나 각기 제
생활들을 하고 있다.
나와 아내는 두 애들이 남겨둔 흔적과 손때 묻은 옷이나 물건들을 버리지 못해
그대로 보관하여 애들이 보고싶으면 아이들의 빈방을 기웃거리거나 청소를
핑게로 물건들을 정리 하기도 한다. 심지어 20년 전 애들이 타던 스포츠카를 집
앞에 세워두고 가끔씩 시동을 걸고 운전을 한다. 왜냐하면 언제가는 집으로
돌아와 그 차를 타게 하기 위해서이다.
옛 말에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말도 있고, “가지많은 나무에 바람 잘날 없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내 일생에 가장 큰 기쁨은 자식을 키우며 함께 생활했던 그
시기이다. 아들과 딸이 어렸을 때 나에게 매달려 재롱을 피우며 한껏 사랑스럽게
지냈던 시절은 이제 사진속에 남아 있고, 마음속엔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다. 딸은 시애틀에 살면서 한달에 한번 씩 집에 와서 우리들을 걱정해 주기도
하고 같이 식사를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갖게 해줘서 늘 고맙다. 그리고 결혼해서
한국에 살고 있는 아들은 토끼같은 세 명의 손자 손녀를 두었다. 아내는
동영상으로 그 셋이 노는 것을 보면서 너무 행복해 한다.
이렇게 우리의 삶 속에서 힘들고, 고생되고, 어려웠던 일들이 많이 있었지만
자식들이 주는 그 기쁨으로 모든 것을 이길 수 있었기에 감사하게 된다. 나는
트럭을 운전하면서 힘이 들고 어려움이 있을 때면 아이들과 함께했던 시절의
추억을 떠 올리며 감상에 젖기도 한다.
“자식이 뭐길래..”라는 말 속에는 약간 부정적인 의미를 포함하고 있지만 나는 이
말은 온갖 옛 추억이 묻어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이라 생각한다.
지금 나와 같이 일하는 오래된 동료들이 있다. 그들은 지금 막 50대가 되어
자신들의 아들들을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다. 특히 두 명은 트럭커로 성공을 해서
집을 세 채를 가졌다고 항상 거만을 떨며 남들을 얏보는 친구들이였다. 그러나
금년들어 그들의 행동이 완전히 변하였다. 잘 웃지도 않던 그들이 나에게 가까이
와서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잘 한다. 지난 10 여년 동안 본 적이 없던 행동이다.
“캐빈, 트럭 수리를 우리 아들이 하는 샾으로 와 주라”하는 부탁이다. 즉 두 명
모두 자신의 아들들에게 트럭을 수리하는 정비사로 키우고 정비공장까지
차려주었기 때문이다. 그 오랫동안 자신만을 알고 불편함을 모르고 지내왔던
외국인들 조차 “자식이 뭐길래” 이렇게 변하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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