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 [밴쿠버문학] 끝나지 않은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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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회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3-12-05 14:28 조회41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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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회자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회원
애 넷 딸린 과부와 오십 된 노총각이 마을회관에서 식을 올렸다
동네 사람들 모내기도 미룬 채 잔치 준비에 바쁘다
아들딸 낳고 잘살라는 이장님의 주례사도 있었다
신랑 신부를 태운 차가 요란한 깡통 소리를 내며 신혼여행을 갔다
손 흔드는 사람들 틈에 오랜만에 고기 맛을 본 개들이 더 신났다
그들은 그렇게 출발 했다
어린애 울음소리가 끊긴 지 십 년이 넘은 동네다
늦깎이 신혼부부가 돌아오는 날 동네 사람들 혼례날처럼 들떠 있었다
그런데 넋 나간 얼굴로 신부 혼자 돌아왔다
신혼여행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하지 않았다
수수밭에 바람일 듯 동네가 수렁 거리고 그 여자 얼굴이 수심으로 채워졌다
“지 아버지 닮아 장가가기 전에도 즈그 어머니 살아생전 속깨나 태우더니 그 몹쓸 놈의 역마살이 또 도진 게야, 신부 팔자도 어지간히 더럽고 사나운 팔자구먼.” 사람들이 쯧쯧 혀를 찼다.
신부 배가 바가지 엎어 놓은 것처럼 불러오고 딸을 낳았다
오 년이 지나도 소식조차 없는 애비에 대해선 소문만 무성하다
여섯 살짜리 계집아이가 마을회관 마당에다 손가락으로 남자 얼굴을 그린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즈그 아버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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