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 [문학가 산책] 넷플릭스와 나와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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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3-12-05 21:25 조회433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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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빈 (시인, 캐나다 한인문학가협회 회원)
아침에 일어나 기지개보다 먼저 컴퓨터를 켜면
동녘의 창처럼 환히 밝아오는 스크린으로
넷플릭스에서 보내는 첫 아침 인사가 떠오른다.
“회원님이 가장 좋아할 만한 콘텐츠” 드라마 목록이다
1. 어느 날 우리 집 현관문으로 멸망이 들어왔다
2. 그 겨울 바람이 분다
3.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놀라워라,
“좋아할 만한”이 아니라…
그냥 나다.
언젠가 내게 또 하나의 비극이 닥쳐오지 않을까
단단히 마음 문을 단속하고 살았다
무릎까지 눈이 푹푹 빠지던
내 고향 강원도의 겨울을 그리워하며
칼 바람이 내 뺨따귀를 때려 주기를
“정신차려!”라고 호통쳐 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 호통에도 아랑곳없이
아무 생각 없이
단 하루 만이라도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존재로
사라지고 싶었다
세상 누구보다
컴퓨터가 내 마음을 가장 잘 알아주는 시대가 곧 오려나 보다
그 때가 되면 우리는
서로에게 존재할 필요가 없는 존재로 사라지리라
1. 어느 날 내 영혼으로 넷플릭스의 알고리즘이 들어왔다
2. 심장에 바람이 분다
3.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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