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 [문학가 산책] 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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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슬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0-11-18 07:52 조회852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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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샘(露井) / 시인(캐나다한인문학가협회 회원)
산에는 비만 내려쌓고
오가는 이라곤 아무도 없다
어제는 늘 앉던 자리에서 잠시
카톡을 열어보고 나서
장갑 한 짝을 놓고 왔는데
오늘 와서 둘러보지만
서늘한 자리만 고즈넉하여
이정표 뒷매 하나 찍고 돌아왔다
집에 와 사진을 열어보는데
이정표 팻말 꼭대기에 얌전히
낯익은 장갑 한 짝이 올려져 있다
내일 갈 때까지 그곳에 없다면
남은 외짝마저 두고 오리라
누군가 따뜻하게 겨울을 나야
장갑도 더 이상 쓸쓸하지 않으리
어느날 지인에게서 카톡이 왔다
언제 손주를 얻었느냐고...
손주는 무슨, 서른이 넘은 두 아들
장가들 궁리조차 않는다고...
그런데 내 전화기 카톡 대문엔
웬 아기사진이 걸려있단다
아, 며칠 전에 약정기간이 남은
새 휴대폰을 잃어버린 탓이리라
누군가 쓰고 있는 카톡방으로
친구는 서툰 영문을 섞어가면서
휴대폰 기기는 관두드래도
저장된 정보라도 얻게 되면
소액 사례하겠다고 쓴다
답은 고사하고 카독방으로 초대하면
바람처럼 휑 그냥 나가버린다
혼자 우두커니 앉았을 무렵
내 속에 양심이란 녀석을 불러 묻는다
여태 어느 편에 치우쳐 살았느냐고-
이윽고 말이 없던 녀석은 쥐고 있던
돌멩이 하나 슬그머니 내려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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