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 [문학가 산책] 봉분곁에 기댄 마음 -남천 마을 백합공원에서
페이지 정보
작성자 이승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2-06-15 07:56 조회743회 댓글0건관련링크
본문
이승돈 시인 (캐나다 한인문학가협회 회원)
셀 수 없는 빛 거느린 은하 속에서
외로운 빛 먼저 눈이 붉어
숱한 봉분 이룬 공원묘지들
몇 해 간격 두고 나란히 누우신
부모님께 홀로 문안 드린다
산기슭 지날 땐 기적 울리고 싶다던
경부선 상하행의 사촌형이 몰던 열차도
스치는 바람처럼 더는 울지 못하고
흔들리지 않은 말씀 귀 기울이려고
눈에 들인 두 손주 얼러주신 사랑 외
일의 귀천 뒤로 접고 떠난 캐나다였는데
그간 무얼 하며 지냈느냐고
어머님이 내 손 쥐어보는 사이
아버님은 또 어딜 다녀보았느냐고
헤진 신발부터 어서 벗어 보라신다
동틀 무렵 페퍼새가 지저궈대는
최초로 독립 구한 라이베리아처럼
두 손 두드리며 발 구른 소식만큼씩
아프리카 오지까지 확장된 새 지평들
나두야 홀가분한 웃음꽃 받아들어
목화밭 솜옷 짓고 수숫대 안경 쓰면
금잔디 뗏장 사이 하얀 삘기 닮은
송구스런 새치머리도 검게 물들 건데
어쩌랴 저녁놀 산골짝 둑을 터
산그늘로 비스듬히 소매 흠뻑 적신 뒤
버선목 발치 누워 세상 하나 잠긴 하늘
깨어날 후일 징후도 일러주시겠다면
현주소지 지상 어둠쯤 두려울 일 아니지요.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