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 퇴근 후 떠나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로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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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02-20 23:00 조회1,514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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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익선동은 지난해부터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20대 젊은 층부터 40~50대 중장년층까지 폭넓게 사랑 받는 동네다. 1920년대 지어진 작은 한옥을 개조한 아날로그 감성의 카페·레스토랑·액세서리숍 등이 자리 잡은 골목을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공간이다.
최근 이곳에 시선을 잡아끄는 디저트 카페&바가 생겨 새로운 익선동 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호텔 세느장'이다.
이곳은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매니어들을 통해 오픈 3개월만에 입소문이 났다. 이 영화는 살인 사건을 중심으로 호텔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특유의 감각적인 영상으로 보여줘 국내에서도 팬덤을 조성했다. 호텔 세느장은 부다페스트 호텔을 그대로 익선동으로 옮겨 온 것처럼 영화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공간과 물건으로 가득하다.
좁은 골목 안쪽에 자리 잡은 4층짜리 핑크색 건물 외벽만 해도 눈길을 잡아끈다. 영화 속 호텔 같은 웅장한 규모는 아니지만, 세월이 느껴지는 빛바랜 핑크색 타일이 주는 묘한 분위기가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곳은 1979년부터 이곳에 자리 잡고 있던 '쎄느장 여관'을 개조해 만들었다. 익선동에 이미 '살라댕방콕' '익동정육점' '심플도쿄' 등을 운영하고 있는 유정수 대표(글로우서울코리아) 작품이다.
여관은 지난 2018년 11월 카페로 개조하기 전까지도 손님을 받았다. 이 건물을 부타페스트 호텔처럼 보이게 만드는 핑크색 타일은 처음 이곳이 생길 때부터 있던 것으로, 건물현판엔 '당시로써는 파격적인 인디핑크의 외관과 앤티크한 구조를 가지고 긴 시간 수많은 인연의 장소로서 기능하였다"고 설명한다.
유리로 된 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로 만날 수 있는 보라색 옷을 입은 벨보이(※이곳에선 바리스타)와 방 열쇠가 벽면 한가득 걸려있는 컨시어지 데스크(음료 데스크)는 이곳이 영화 속 '그곳'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다. 음료 데스크 옆으로는 호텔에서 짐을 나를 때 벨보이들이 사용하는 금빛 카트와 디저트 진열대로 사용하는 앤티크 가구를 배치해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저녁식사 후 달콤한 디저트와 함께 하는 대화 시간을 가지길 원한다든지, 퇴근 후 분위기 좋은 곳에서 누리는 잠깐의 데이트를 원한다면 찾아와볼만하다. 어느 한 곳 버릴 공간이 없지만,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제대로 즐기길 원한다면 3층에 자리 잡길 추천한다. 파란색을 주요 색으로 사용해 꾸민 컨셉트가 복도의 레드 카펫, 오래된 원목 계단 기둥·창틀과 어우러진 느낌이 좋다. 벽에 걸린 부다페스트 호텔 그림이나 이곳의 굿즈 중 하나인 달력도 볼거리다.
예쁘게 꾸며진 공간은 분명 '인스타그래머블'하다. 하지만 기존의 '사진찍기용'에 집중한 카페와는 달리 공간의 완성도가 높다. "부다페스트 호텔을 너무 좋아한다"고 말하는 유 대표가 이곳을 영화의 매니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을 담았기 때문이리라. 낡은 여관의 느낌이 너무 좋아 테이블을 놓을 수 있도록 방 사이의 벽을 허물고 노후한 배관, 안전상 문제가 있을 만한 골조 보강 공사 외엔 가급적 손을 안 댔는데도 공사기간만 3개월이 걸렸다.
"핑크색 타일이 붙은 50년 된 건물을 본 순간 부다페스트 호텔을 떠올렸어요. 이런 곳이 흔치 않잖아요. 건물이 자체가 가지고 있는 색과 스토리를 그대로 살리고 싶었어요. 호젓한 분위기가 남아있는 익선동과 비밀스러운 부다페스트 호텔을 닮은 공간이 묘하게 통하는 면이 있지 않나요."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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