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 [江南人流] "핑크색이 당신을 역겹게 만듭니까?"
페이지 정보
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01-29 00:00 조회1,451회 댓글0건관련링크
본문
“핑크가 당신을 역겹게 만듭니까?”
1996년 한 미국 화장품 회사가 내놓은 광고 카피다. 화장품 광고라고는 믿기 힘든 문구와 눈가에 푸른 눈물 자국을 그린 채 손톱을 빨강·파랑·보라·골드 등 여러 컬러를 섞어 바른 모델의 모습이 잡지에 실리자 미국 화장품 시장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메이크업 브랜드 ‘어반 디케이’ 이야기다. 이런 강렬한 광고를 만든 이유가 있었다. 당시 미국 화장품 시장은 소녀 같은 이미지를 풍기는 핑크 일색의 메이크업이 크게 유행하고 있었다. 어반 디케이 창립자 웬디 좀니르 CEO는 광고 행간에 ‘남들이 다 하는 똑같은 메이크업에서 벗어나 자신의 개성대로 다양한 메이크업을 하길 바란다’는 의미를 담았다. 지난 9월 말 미국 어반 디케이 본사를 직접 찾아가 좀니르 CEO로부터 그가 진짜 원하는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글(LA)=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사진=어반디케이
제품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네이키드’란 이름의 다양한 컬러를 담은 아이섀도 팔레트로 유명하지만, 이들이 처음 만들어낸 네일제품과 립스틱에는 ‘스모그’ ‘담배꽁초’ ‘녹조’ 같은 환경·사회적 문제를 표현한 단어들이 사용됐다. 컬러 또한 보라색·초록색·회색 등 당시로선 잘 사용하지 않은 것들이었다. 지금 어반 디케이는 미국 소녀들 사이에서 일하고 싶은 ‘꿈의 직장’이라 불릴 만큼 인기 있는 화장품 회사로 성장했다. 실제 이곳 직원들은 어반 디케이를 '여자를 위한 회사'라고 말한다. 이 회사의 진짜 모습은 뭘까.
바닷가에 늘어서 있는 요트를 지나 도심으로 들어가자 건물 전체가 보라색으로 칠해진 거대한 어반 디케이 본사 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은 ‘마더쉽’이라 부르는 사무공간을 중심으로 제품 개발 부서가 있는 ‘크리에이션’, 디지털 콘텐트 및 광고 등을 제작하는 ‘스튜디오’까지 3개의 단층 건물로 구성돼 있다.
사무실을 한바퀴 둘러보는데 핑크색 드레스를 입은 좀니르 CEO가 뛰어나와 인사를 건냈다. "이번 아이섀도 팔레트 컨셉트가 체리여서 이렇게 옷을 입었다"는 그는 직접 기자를 회의실로 안내했다. 회의실 역시 기대를 깨지 않았다. 천장엔 큰 샹들리에가 달려있고 의자는 모두 다른 모양이었다. 한쪽 벽 전체는 그라피티가 가득 그려져 있어 마치 클럽 같은 분위기가 풍겼다.
'어반 디케이는 어떤 회사냐'는 질문에 좀니르 CEO는 망설임 없이 "스트롱 시스터후드(strong sisterhood·강력한 자매애)"라고 답했다. 여자를 위한, 여자끼리 똘똘 뭉쳐 일하는 회사란 의미다. 그는 "많은 엄마와 엄마가 될 사람들, 즉 여자들이 편하게 그리고 마음껏 일하기 위해선 '워크 다이어트' 대신 '워크 크리에이티브' 할 수 있도록 근무 환경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 일환으로 그가 선택한 첫 번째 방법이 반려견과 함께하는 근무였던 것. 동물실험도 전면 반대한다. 좀니르 CEO는 "나는 비건(채식주의자)은 아니지만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동물 실험에 절대 찬성할 수 없다. 어반 디케이 역시 동물 애호가를 지지하는 비건 프랜들리 브랜드"라고 말했다.
오후 5시가 못돼 인터뷰를 끝내고 회의실을 나오니 이미 사무실이 텅 비었다. 근무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지만, 집에 일이 있거나 아이 문제가 생길 땐 자율적으로 근무시간을 조정한다. 정말 여자를 위한 근무 환경이 잘 갖춰져 있는 곳이라 인정할만하다.
"워라밸을 이룰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스포츠에요. 특히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스포츠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삶이 윤택해지고 자기 자신을 찾게 되죠. 나 역시 서핑을 통해 나를 돌아보게 됐고, 그렇게 찾은 나를 표현하기 위해 점점 더 창의적으로 변했죠. 여러분들도 이 방법에 도전해보세요."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