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 [바나건너 글동네] 코인 빨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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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봉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08-29 09:17 조회2,06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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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성 이봉희
(사)한국문협 캐나다 밴쿠버지부 회원
때에 찌든 옷과 이불들을 큰 통에 넣는다.
세제 넣고, 유연제 넣고, 뚜껑을 닫고
지폐를 기계에 넣어 코인으로 바꾼 동전
기계에 원하는 만큼 넣는다.
윙윙 큰 통이 잘도 돌아간다.
분무기에서 물이 뿜어져 나온다.
통 안에 빨랫감들 이리저리 뒤섞이며
옷들이 샤워한다.
냄새나는 양말들도
서로서로 엉키며 물을 머금는다.
윙윙 큰 통이 잘도 돌아간다.
커다란 바구니에
시원하게 샤워한 묵은 근심들.
건조기로 옮겨지고
통속의 따듯한 사랑이 불어
옷가지들을 하나씩 말린다.
윙윙 큰 통이 잘도 돌아간다.
둥근 보름달 속에서 놀고 있는 빨랫감들.
손에 손잡고 뱅글뱅글.
옷에 묻은 흙은 털어 버리고
먼지도 털어냈다.
뽀송뽀송한 옷가지들 하나씩 고이 접어
새 옷 같은 느낌으로 주인을 맞는다.
때 묻은 냄새는 간데없고
사랑의 향기만 남았다.
오늘 입고 나면 또 빨래방에 가겠지.
빨래방에서 세상 얘기를 한다.
하루를 빨래방에서 보내는 사람들과
그들의 옷가지들.
윙윙 큰 통이 잘도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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