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 [밴쿠버문학]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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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인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4-02-27 08:30 조회226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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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숙ㆍ(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도서관
지구가 너무도 빨리 돌아
헛구역질이 나는 날에는
나는 피신하곤 한다
말의 중력이 덜 작용하는 곳
세상을 살고 간 이와
살고 있는 이의 언어들이 공존하는 곳
이상과 환상이 켜켜이 새겨진
시들지 않는 숲
날랜 표범처럼 서늘한 발톱을 세워
내 목덜미를 노리던 시간은
이곳 나무의 혼과 인간의 꿈이 뒤섞인
그늘 속에 숨은 나를 미처 지나쳤다
나는 잠시 자유를 얻는다 타임!
활자들의 파도가 내 맥박을 쳐대고
나는 참았던 숨을 토해낸다
전쟁터 같은 삶 속에 뒹구느라
집에서도 속 편히 잠들어 본 적 없을 듯한
한 남자가, 구석 의자에 기대앉아
얼굴을 쳐든 채로 그르렁 그르렁 코를 골고 있다
(잠 속에서 신을 만나 하소연이라도 하듯이)
침묵만이 신성하나 적어도 입을 열지 않은
그와 그의 단잠을
누구도 쫓아내지 않는다
이제는 드물게 꿈 꾸는 것이 허용되는 곳
도서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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