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 [style_this week] 가짜 티 내야 더 잘 팔리는 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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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7-12-26 14:49 조회2,364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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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를 흉내 내던 가짜는 없어졌다. 대신 가짜의 매력을 한껏 드러내 완전한 진짜가 되어 나타났다. 페이크 퍼(fake fur·인조 모피) 얘기다. 착한 패션으로 관심을 끌었던 페이크 퍼가 트렌드를 타고 모피 시장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그런데 이제는 착해서가 아니다. 예뻐서 팔린다.
지난 2017년 10월 17일 구찌의 퍼-프리(fur-free) 선언에 이어 12월 15일, 미국의 유명 패션 브랜드 마이클 코어스가 퍼-프리 대열에 합류했다. 패션 전문 일간 매체 WWD는 “마이클 코어스의 회장 겸 최고 경영자 존 아이돌(John Idol)이 모피 제품 생산을 2018년 12월까지 단계적으로 중단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 결정은 디자이너 마이클 코어스가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관객들과의 대담 중 동물보호단체 PETA의 기습 시위가 일어난 지 6개월 만의 일이다. 2016년 일찌감치 모피 중단을 선언한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아르마니에 이어 구찌, 미국을 대표하는 마이클 코어스까지 모피 중단에 동참하면서 ‘퍼-프리’는 전 세계 패션 업계의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었다.
여기에 최대 수혜자는 역시 가짜 모피, 페이크 퍼다. 물론 페이크 퍼의 인기는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2014년 겨울 즈음부터 등장해 지난해에는 열풍이라 불릴 정도로 거의 모든 여성복 브랜드에서 페이크 퍼 제품을 출시했다. 여기에 올해 구찌와 같은 대형 패션 브랜드가 퍼-프리 선언을 하면서 대중들 사이에서 보다 이슈가 됐다. 5년차 페이크 퍼 디자이너인 '앙크 1.5'의 김진선 대표는 “2~3년 전만 해도 페이크 퍼가 어떤 원단인지부터 한참 설명을 해야 했다면 요즘에는 소비자들이 먼저 페이크 퍼를 알아봐 준다”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몰리올리·래비티·애크미·길트프리·랭앤루 등 페이크 퍼 전문 브랜드도 국내 시장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래비티 최은경 대표는 “지난해부터 거의 모든 여성복 브랜드에서 인조 모피 라인을 출시하면서 경쟁이 그만큼 심해졌는데도 수요가 계속 늘고 있어 매출이 꾸준히 증가세”라고 밝혔다. 실제 현대백화점은 올 겨울 들어 3개의 페이크퍼 전문 브랜드 팝업 스토어를 10여회 운영해 브랜드별 월 평균 7000만원대의 매출을 올렸다. 보통 팝업 스토어가 4~5000만원 수준인 것에 비해 높은 편이다. 지난해 페이크 퍼와 리얼 퍼를 섞어서 컬렉션을 출시했던 여성복 브랜드 지컷은 올해 아예 페이크 퍼로만 구성한 ‘퍼 웨더 컬렉션’을 출시했다. 신세계 백화점 편집숍 블루핏에서는 자제 제작 제품으로 올해 처음 페이크 퍼 아우터를 출시했다. 전체 물량의 90% 이상이 이미 소진되었을 정도로 반응도 좋은 편이다.
그런데 페이크 퍼, 왜 이렇게 인기일까. 흔히 페이크 퍼의 인기 비결로 착한 소비, 개념 소비 트렌드를 꼽는다. 리얼 퍼가 동물을 가학적으로 다룬 결과물이라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이에 대한 반감이 커졌기 때문. 유명인들의 경우 리얼 퍼를 입는 자체가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다. SNS에 노출이라도 되면 동물애호가들은 물론 일반 대중에게도 따가운 질책을 받기 때문이다. 모델 이현이씨는 “요즘에는 행사장에 가면 '이거 페이크 퍼야'라는 식으로 스스로 밝히고 다녀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단지 착하다는 이유만으로 페이크 퍼가 팔리는 건 아니다. 당연하게도 예쁘고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리얼 퍼의 대안으로 만들어진 페이크 퍼가 이제는 자체 경쟁력을 가지게 된 것. 가장 큰 이유는 페이크 퍼 자체의 퀄리티가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아졌다는 데 있다.
요 몇 년간 소재 개발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진 덕이 크다. 과거 합성 소재로 만들어진 페이크 퍼가 리얼 퍼와는 확연히 다른 촉감과 광택, 보온성으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다면 요즘에는 리얼 퍼와 진배없는 퀄리티에 컬러는 더 화려하고 디자인은 더 트렌디해 인기다. 페이크 퍼 전문 브랜드 원더 스타일의 곽영아 대표는 “백화점에서 리얼 퍼와 페이크 퍼를 손으로 만져봤을 때 차이가 거의 느껴지지 않아 가격표를 보고 구분할 정도”라며 “컬러를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고 가공도 쉬워 다양한 디자인을 쉽게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 최대 강점”이라고 분석했다.
한세대학교 패션학과 장남경 교수는 “공급자의 역량과 수요자의 필요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예”라며 “소재 산업이 발전하면서 초기와 달리 페이크 퍼 자체의 품질과 디자인이 좋아졌고 또 소비자들도 이를 적극적으로 즐길 준비가 되어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덕분에 페이크 퍼가 무조건 싸구려라는 이미지도 벗었다. 실제로 요즘 페이크 퍼는 예전처럼 그렇게 저렴하지도 않다. 앙크 1.5 김진선 대표는 “과거 5~10만원 안팎이 평균이었던 페이크 퍼 아우터 가격이 요즘에는 평균 20만~30만원, 비싸게는 40만~50만원까지 올라갔다”며 “페이크 퍼의 가격 저항력이 높아져 고가여도 질이 좋고 예쁘면 판매가 된다”고 말한다. 리얼 퍼 대신이 아니라 페이크 퍼 자체로 가치를 느끼고 있다는 얘기다.
모피 ‘대안’에서 ‘대체 불가’된 페이크 퍼
착해서 아닌, 예뻐서 산다
리얼 퍼와 비슷한 퀄리티, 젊은 디자인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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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퍼-프리’ 선언에 페이크 퍼 날개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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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크 퍼, 진짜와 구분 안 될 정도
덕분에 페이크 퍼가 무조건 싸구려라는 이미지도 벗었다. 실제로 요즘 페이크 퍼는 예전처럼 그렇게 저렴하지도 않다. 앙크 1.5 김진선 대표는 “과거 5~10만원 안팎이 평균이었던 페이크 퍼 아우터 가격이 요즘에는 평균 20만~30만원, 비싸게는 40만~50만원까지 올라갔다”며 “페이크 퍼의 가격 저항력이 높아져 고가여도 질이 좋고 예쁘면 판매가 된다”고 말한다. 리얼 퍼 대신이 아니라 페이크 퍼 자체로 가치를 느끼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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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에 어울리는 캐주얼한 디자인
어찌 됐든 페이크 퍼 트렌드는 당분간 지속할 전망이다. 패션계 전반에 동물 보호에 대한 공통 인식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리얼 퍼를 넘어 나름의 존재감을 획득한 지금, 페이크 퍼가 어디까지 진화할지 기대해볼 만하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style_this week] 가짜 티 내야 더 잘 팔리는 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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