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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캐나다 한 중간에서] 우리들의 겨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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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윤문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8-07-27 08:51 조회1,39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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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날  

매서운 겨울 골목길에는

꼬마들이 다방구,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저녁  푸른 종소리가 날 때 까지 했었다

언 손이 빨개도 추운 줄 몰랐던 때였다

 

집 앞에 내 키에 두배 반 높이 되는 낭떠러지

가 있었는데 난 하염없이 거기서 놀기를 좋아 했다

 

뛰어내리고 다시 돌아서 올라가고 

뛰어 내리고   또 뛰어 내리고..

 

그 땐 내가 무척 가벼운 몸이라

쿵하는 소리도  안들렸다

 

김장하는 날

푹 절인 김치에  바로 버무린 아삭한 무채를

엄마가 고무장갑낀 채로 내 입에 넣어주면 

 

떨어질 새라 

입을 쫙 벌려 하나도 흘리지 않고 

먹었던 날이 있었다

 

입안이 슬슬 쓰리며 매운맛이 돌아도

다시 입을 벌려 

엄마의 손 맛을  느꼈던 날이 있었다

 

추운 겨울 날 아침이면

새끼줄로 꽁꽁 매여 있는

수도가  간 밤에  

매서운  칼 바람이 수도관속으로 들어갔는 지

매우 뜨거운 물을 부어야 스르르 녹을 수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제일 먼저 하는일은 

이렇게 수도를 녹이는 일이 었다

 

쇠로 만든 대야 가장 자리에 얼음을 녹이는 일

 

연탄불에 뜨거운 물 팔팔  끓여 

찬물 과 서서히 섞어 세숫물로 쓰곤 했던 일 

 

겨울은 제 역량을  이렇게 매서운 추위로 

 

우리에게 다가왔다가

 

유유히 3월, 봄에게

 

바톤을 천천히 익살 스럽게 넘겨주는 것이었다

 

구태여 추억을 만들지 않아도

 

우리들의 겨울이

 

추억의 이름으로 

꽁꽁 언 수도 꼭지처럼, 

다방구 하며 도망치던 코흘리개의

빨간 코처럼,

살며시 주위를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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