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우영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산책길 모퉁이에서

배추벌레 한 마리가 소리도없이 

스멀스멀 기어 다니며 배추에 몸을 간지럽힌다

납작 엎드린 채 기어 다니며

잎사귀에 구멍을 숭숭 뚫어 놓고

야금야금 상처를 내며 나아간다

빗줄기에 한결 생기를 되찾은 남새밭

넉넉해진 고랑 길 숨을 고르고 견디면서

허리 굽은 농부 손에 안겨질 날만 기다린다 

허공에 나부끼는 물결 나비 한 마리 날갯짓하며

후두둑 후두둑 빗방울 털어내고 

물결무늬 더 깊게 새기면서 날개를 쥐락펴락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