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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문학가 산책] 겨울을 앓고 난 사랑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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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승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9-05-31 09:15 조회1,42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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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d9004cb194ee1819348fdc3a26f84ec_1559321468_4882.jpg이 승 돈/시조시인

 

 

산을 가까이 두고 내려다보면

 

비는 수직으로만 퍼붓는 것이 아니라

 

수평으로 지나가는 것임을 알게 됩니다

 

 

 

누군가를 먼 곳 두고 그리려고 하면

 

마음은 홀로 긋는 직선이라기보다

 

서로에게 다가가는 맞줄일 때 비로소

 

지척에 묶여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봄이면 사뭇 높아지는 강 수위의 우려도

 

겨우내 줄곧 쏟았던 비 탓이라기보다

 

미동 않던 눈산 밑둥이 다 녹았기 때문이죠

 

 

 

나무와 함께 이웃하고 섰을 때는

 

하늘 키 높이만 바라볼 게 아니라

 

바닥 주변 부위까지 다둑여야 했던가요

 

 

 

사는 동안 내게 정말 요긴했던 말은

 

실수에서 걸러낸 단 몇 마디로 족해서

 

잠에서 일어나보면 쉬운 것들뿐인데

 

 

 

스물일곱 해 지킨 자리 내준 나무처럼

 

함부로 나가 젖혀진 다음에야 우리

 

깍지 껴 버틸 수 있었음을 떼 쓴 흔적들

 

 

 

제 정신 마악 송두리째 잃은 뒤

 

뽑혀나간 사랑니한테 투정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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