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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슬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0-11-18 07:52 조회80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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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4bc39c96caaf3e75b331aa0d56c33e_1581702297_7847.jpg이슬샘(露井) / 시인(캐나다한인문학가협회 회원)


 


산에는 비만 내려쌓고


오가는 이라곤 아무도 없다


 


어제는 늘 앉던 자리에서 잠시


카톡을 열어보고 나서


장갑 한 짝을 놓고 왔는데


 


오늘 와서 둘러보지만


서늘한 자리만 고즈넉하여


이정표 뒷매 하나 찍고 돌아왔다


 


집에 와 사진을 열어보는데


이정표 팻말 꼭대기에 얌전히


낯익은 장갑 한 짝이 올려져 있다


 


내일 갈 때까지 그곳에 없다면


남은 외짝마저 두고 오리라


누군가 따뜻하게 겨울을 나야


장갑도 더 이상 쓸쓸하지 않으리


 


어느날 지인에게서 카톡이 왔다


언제 손주를 얻었느냐고...


손주는 무슨, 서른이 넘은 두 아들


장가들 궁리조차 않는다고...


 


그런데 내 전화기 카톡 대문엔


웬 아기사진이 걸려있단다


 


아, 며칠 전에 약정기간이 남은


새 휴대폰을 잃어버린 탓이리라


 


누군가 쓰고 있는 카톡방으로


친구는 서툰 영문을 섞어가면서


휴대폰 기기는 관두드래도


저장된 정보라도 얻게 되면


소액 사례하겠다고 쓴다


 


답은 고사하고 카독방으로 초대하면


바람처럼 휑 그냥 나가버린다


 


혼자 우두커니 앉았을 무렵


내 속에 양심이란 녀석을 불러 묻는다 


 


여태 어느 편에 치우쳐 살았느냐고-


이윽고 말이 없던 녀석은 쥐고 있던


돌멩이 하나 슬그머니 내려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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