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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문학가 산책] 그녀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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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1-04-14 07:48 조회1,06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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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빈/시인(캐나다한인문학가협회 회원) 



잠든 아이의 숨소리에 귀기울이며

그녀는 열 촉짜리 갓등을 켠다

불빛 비친 아이의 노란 얼굴이

카스테라처럼 도톰하게 부풀어오른다


이 밤도 아이는 꿈을 꾸면서

삶에 섞인 달콤한 환상들을 배워 가겠지

굳이 과외비를 지출하지 않고도 다행이,


그녀는 단내 나는 아이 뺨에 입을 맞추고

다리 한 쪽이 흔들리는 경대 앞에 앉는다


일기 한 장으로 오그라든 하루 위에는

빽빽한 지출 내역이 밥풀처럼 눌어붙고

집 나가서 소식 없는 아이 아빠 생각에

그녀의 문장들은 마침표를 달지 못한다


늦게 지는 여름 해처럼 지친 사지를 접어

홑이불 속 아이 곁에 밀어 넣으며


이 밤

비록 환상일망정 

꿈만이라도 달콤하고 도타웁기를...


갓등을 끄고 눈꺼풀을 닫을 때

그녀의 젊음도 홑겹으로 얄팍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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