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 포도계의 샤넬, 황제의 멜론···MZ세대, 과일로도 플렉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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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1-06-04 03:00 조회93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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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이맘때 파리 재래시장에서 먹은 납작 복숭아가 그립네요.”
6월 복숭아 철이 시작되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선 ‘납작 복숭아’를 찾는 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오고 있다. 납작복숭아는 코로나19 확산 전 유럽 여행 때 반드시 맛봐야할 과일로 꼽히곤 했다. 국내에서 흔히 볼 수 없는 프리미엄 과일을 마치 명품백처럼 ‘인증샷’으로 올리는 사람들이 늘면서 입소문이 난 것이다.
이들은 과일을 지칭할 때도 그냥 복숭아·딸기·포도가 아니라 설향·킹스베리·죽향·캔디하트·블랙사파이어 등 품종명을 쓴다. 인스타그램에는 프리미엄 과일 관련 게시물이 10만건이 넘는다.
과일도 '사진발' 잘 받아야 인기
신선식품 쇼핑몰 마켓컬리도 지난해 딸기 품종 6개를 추가해 총 9가지를 판매 중이다. 설향·죽향·아리향·금실·장희·육보·만년설·메리퀸·비타베리 등이다. 지난해 설향 판매량이 4% 증가하는 동안 신품종 딸기 판매량은 1341% 급증했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평범한 딸기가 아니라 못 보던 품종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샤인 머스켓이 쏜 이색 과일 열풍 신호탄
반포동에 사는 워킹맘 한모(35)씨는 “3~4년 전 마켓컬리에서 샤인 머스켓은 입고되기 무섭게 다 팔릴 정도로 인기였다”며 “못 보던 과일을 보면 아이들에게 한번쯤은 맛보이고 싶어 비싸도 꼭 산다. 자주는 못 먹일 것 같아서 사진도 찍어두는 편”이라고 말했다.
과일도 '플렉스' 하는 세상
역사적으로 한국인에게 귀한 과일은 ‘부의 상징’이기도 하다. 어떤 과일을 먹는지는 집안의 재력을 보여주는 지표였기 때문이다. 예컨대, 고(故) 백남준의 부인 구보타 시게코는 백남준 집안의 부유함을 설명하기 위해 서울에 딱 2대밖에 없는 캐딜락을 보유했고, 6.25 전쟁 아비규환 속에서도 파인애플을 먹을 정도였다고 회고담에 썼다.
일본처럼 1000만 원짜리 멜론 등장할까
과일의 다품종화 추세는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한 백화점 식품 담당 직원은 “명품 과일을 찾는 소비자는 매년 더 고급스럽고, 새로운 품종을 찾기 때문에 이색 과일을 발굴하는 업무가 중요하다”며 “특히 과일의 선물용 수요도 매년 늘고 있어 한국에서도 일본처럼 한 알에 50만원 하는 딸기, 1000만원에 낙찰되는 멜론 등이 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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