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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문학가 산책] 강낭꽃과 우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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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승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1-07-21 08:00 조회84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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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aa90d1f53954216fae02a70314f3acf_1564085313_3209.jpg 이승돈/시인 (캐나다한인문학가협회 회원)




어둠에서 깨어난 강낭꽃 새순이


함께 웃자고 한 뼘씩 아침 건너올 때에도 


너는 하루를 바람처럼 구겨 버렸지




하나 둘 강낭꽃잎 떠나보내고


서넛 넓은 잎들도 자취 감춘 다음이


네 차례인 줄 어찌 알기나 했겠어




내가 이미 소유하고 있었거나


정말 가질 기회가 주어졌을 때도 그게


얼마나 큰 기쁨이었는지 몰랐다해서


지난날을 새삼 탓하자는 건 아니다




식구들로 감싼 알곡 강낭콩의 예비처럼


허물마저 소중히 지금 간직하게 되면


아직은 잃거나 떠나보낸 것이 아니라


단지 잊고 있었던 걸로 치부되는 거니까




강낭콩처럼 여며둔 그 마음속에


남몰래 움튼 벅찬 싹들이 자라나면 


몸통마다 네 생각도 길어 여물어지면


그러면 그게 다 꽃이 될 수 있으니까




우린 짐작으로만 모든 걸 안다며


누군가 보듬은 정성을 기억 못한 적 있지


더구나 나눌 줄은 좀체 몰랐던 거지




오래 전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거나


스스로 눈 뜨지 못한 분별 때문에


떠난 후에 남은 수많은 어리석음의 가치들




어제처럼 부실한 기억의 마른 껍질내고


강낭콩처럼 든든한 씨종자 매달지 않아


우리들 겨울밤 천정은 늘 쓸쓸하였고


자신마저 응시 못한 시간이었기로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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