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 [문학가 산책] 첫 눈 밟기
페이지 정보
작성자 dino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7-02-10 17:08 조회349회 댓글0건관련링크
본문
첫 눈이 내린 시골길 언덕에는
참새가 옹기종기 붙어 있다
연을 올리던 유년에 서서
돌 하나 집어 들면
짹째그르 참새들 흩어지고
굳이 돌을 던지지 않아도
마른 탱자 몇 개가 떨어지는 하늘은
별똥이 뵈듯 싸늘하게 맑았다
첫 눈이 내리마하는 날은
자꾸 소설 쓰던 외삼촌을 모시러
낯 선 외지 색시 데려다 놓은
선술집을 기웃거리곤 했는데
돌아오는 길에서 삼촌은 취하신 듯
작년 보름 달집 태우며
소원을 잘못 빈 탓인지
금년은 비보다 눈이 많을 거라네
첫 눈을 맞으면서 걸으면
움 속에서 꺼낸 햇밤같이
생생한 추억들이 토옥 톡
구워져 익은 듯 발밑에서 터지고
공연히 바둑이가 짖는 산마루엔
놀라 달아난 토끼 발자국이
미처 눈 속에 묻히지 못하고
솔 바위 밑 굴집까지 나있다
첫 눈이 뒤덮인 등하교 길을
달그락거리며 줄곧 내닫던
빈 도시락소리 따라가면
책보자기 단골 맡았던 짝꿍이
맹장염 앓다 떠난 돌무지도 보이고
할아버지 해소 기침소리에
곧은 가르마 탄 할머니가
자주 방문 열어보시곤 하던 시골집이
아슴하게 호롱불 아래 엎드렸다.
이내들 (시조시인)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7-09-28 17:06:06 LIFE에서 이동 됨]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