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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오래 | <시인마을>아버지 가신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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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재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7-09-22 16:01 조회58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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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가신길.

                 전재민 시인/수필가. 

 

추억의 사다리 타고

구름다리 건너 저편에서 만난 아버지.

날마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토종 꿀벌처럼

일을 하지만 남는

퉁퉁 부은 다리

굽어져가는 허리

 

일본강점기든

조선 시대든

상관없었을 농부의 .

징용 갔으니 일본에도 살아보고

일본 여자가 같이 살자했는데

뿌리치고 왔다는 얘길 소주잔 거푸어 들어가면 하던.

 

아프리카 부시맨처럼

양변기 쓰는 두려워하고

겨울 꽁꽁 땅속에 묻어둔

동치미를 좋아하던 아버지.

 

상여 앞에 서서 요령 흔들고

고무신이랑 수건 허리춤에 달고

술이 안고 집으로 돌아오던 아버지.

 

활활 타는 화롯불에 김치찌개 올려놓고

두부 한모 들어갔다 좋아하던

냉장고도 티브이도 없던 시절에

막걸리 주전자에 받아 오던 내가

아버지가 지나간 길을

가로등 없는 캄캄한 담벼락 잡고

 

더듬더듬 어두운 호롱불 아래.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7-09-28 17:05:25 LIFE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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