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 [문학가 산책]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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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ino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5-05-11 11:55 조회356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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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5 세탁기 밑으로 아보카도씨가 굴러 들어갔다
그 속에서 나무는 무성히 자랄 것이다
3/18 행복한 하루다, 이 몸을 이끌어 어느 강 상류에서
띄워 보낼까 내가 낳은 징표 그 모진 것들을
4/11 밤바람이 몹시 분다 흔들리는 키큰 미류나무
속에 새들이 살고있다 잠든 머리맡에 서성이는
항상 어둠의 새들
4/26 뒤뜰에 우박이 내렸다 깨어진 서랍밖으로
온후한 고독이 서케처럼 쏟아져 나왔다
4/28 몇몇 친구들이 먹을 것 없는 텅빈 도래지로 떠났다
4/29 같이 살아온 앵무새(부풀이)에게 요즘 냉담한 것이
그의 짐승다움 때문일까 작은 영혼은 변함없이
올곧은데 서로서로 타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5/3 눈부신 아침이다 새소리에 깨어나 웃는 대신 울었다
따뜻한 햇살이거나 푸른 하늘이거나
다시 생긴 날의 경이로움이거나 무서워서이거나
5/4 간이역에서 막차가 떠났다
손님은 독립된 낱말처럼 구부러진 길로 흘러 들어갔다
5/5 피었다 지는 꽃잎의 두려움은 눈큰 사슴같다
김태영 / 캐나다한인문학가협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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