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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책 속으로] 삶이 꼬일 때 돌아가고 싶은 … 그곳에 오래된 집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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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redbear300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5-05-11 02:29 조회36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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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집
황선미 글, 이철원 그림
104쪽, 1만원, 에스티임 


『마당을 나온 암탉』 『나쁜 어린이표』의 황선미 작가가 쓴 ‘어른을 위한 동화’다. 오래 묵은 삶의 상처를 외면하며 살고 있는 어른들에게 그 상처를 정면으로 바라볼 용기를 준다. 매개체는 집, 주인공이 어렸을 적 살았던 옛집이다. 어른이 된 주인공은 그 집으로 다시 돌아가 자신의 과거와 화해한다. 지난해 출간된 황 작가의 소설 『뒤뜰에 골칫거리가 산다』와도 일맥상통하는 전개다.

 이야기는 폐가가 된 감나무집에 한 남자가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아무도 살지 않는 감나무집은 동네 흉물이다. 집 주변엔 쓰레기가 수북하고 쥐와 고양이가 들끓는다. 한때 감나무집은 동네에서 가장 큰 집이었다. 여학교 사감이었던 안주인은 돈이 떨어져도 고개를 숙이지 않을 만큼 꼿꼿했다.

 하지만 말년은 처량했다. 식구들이 하나 둘 떠난 뒤 아무도 돌아오지 않았다. 아들은 원양어선을 탄다고 떠났고, 며느리는 자식 공부 때문에 외국에 갔다는 소문만 떠돌았다. 혼자 된 안주인이 폐지를 주워 연명하다 죽은 뒤론 감나무 한 그루만 남아 집을 지키고 있다. 어느날 그 집을 찾아온 낯선 남자는 묵묵히 집을 치우고 고치기 시작한다.

 이 남자의 속내는 책 첫 장 ‘작가의 말’ 속에서 읽힌다. “나는 아직도 실수를 하고, 마음을 잘 다치고, 여전히 외롭고, 이루지 못한 꿈 때문에 밤에 뒤척이곤 합니다. 그럴 때마다 어린애처럼 숨어들어 안심할 수 있는 오래 전 그 방으로 가고 싶어요. 나는 아직도 집으로 돌아가는 상상을 합니다. 거기에는 나를 잘 알고 늦어도 기다려 주는 사람들이 살지요.”

 남자는 감나무집의 아들 명길이다. 그에게 집은 어떤 의미였을까. 그의 삶이 꼬이고 어그러지기 시작한 출발점이었을지 모른다. 그래서 어떻게 하든 벗어나고 싶었고, 그래서 오랜 세월 외면하고 살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집은 늘 그 자리에서 명길을 기다렸다. 그리고 그가 집을 복원하자, 그의 아들 재성도 돌아온다.

 작가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인간의 상처는 집에서 만들어지지만, 그 상처의 치유 역시 집에서 이뤄진다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집’이란 바로 가족이고, 가족 간의 끈끈한 정과 사랑이다. 그 여백이 독자들에게 자신의 ‘집’ 이야기를 끄집어내게 한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7-09-28 17:06:06 LIFE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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