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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기고] “라디오 한국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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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nonymou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4-11-03 15:38 조회41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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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밴쿠버에 살고 있는 나는 직업상 미국에서 일하는 날이 더 많다. 일 주일에 4-5일은 미국과 캐나다를 오가며 대형트럭을 몰고 일하고 있다. 

벌써 나의 트럭커 생활 12년 째, 내가 오가는 길의 시애틀에  ‘라디오 한국’이 없었다면  외롭고 힘이 들었겠지만 이 방송이 있어 나는 너무 행복하였다. 특히 내가 미국 전역의 장거리를 돌아 집으로 올 때면 이 방송이 나를 먼져 반겨주는 느낌이였다. 

그동안 내가 달려간 곳은 텍사스, 노스 캐롤나이나, 그리고 마이야미는 물론 이름도 생소한 미국의 시골까지 곳곳히 누비며 달렸다. 

외국 땅에서 나같은 동양인이 큰 트럭을 몰고 일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인종, 나이, 학력 불문하고 일할 수 있는 것은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다만 한가지 힘든 일은 외로움을 참아내며 운전해야 하는 일이다.


미국의 끝없는 고속도로를  한없이 달려야 하며, 특히 보름달이 밝게 비취는 밤길 운전에는 마음이 울적해져 온갖 생각에 그리운 고국과 가족 생각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루륵 흘러내려 울적한 마음을 잘 가다듬을 수 없기도 하였다. 그리고 일을 마치고 캐나다 밴쿠버로 돌아오는 길, 스노콜미 언덕을 넘어 시애틀 근처에 와서 들리기 시작한  방송 ‘라디오 한국’은 너무너무 반갑고 눈물겹도록 고마운 우리말  방송이였다. 

이런 경험은 아무도 쉽게 겪을 수 없는 일이지만 나만이 홀로 느끼는 짝사랑 같은 느낌이다. 그리고 나는 미국 교민도 아닌 캐나다 교민으로 어쩌면 귀동냥으로 그동안의 외로움과 고국 소식에 목마른 갈증을 해소할 수 있어 특혜를 받은  기분이였다.


특히 라디오 한국에서 그동안 보내준 방송들, 지난번 남진 공연 을 들려 줄 때는 트럭을 휴게소에 세우고 두시간을 들었고, 세시봉을 이야기하며 신청곡을 두 곡씩 들려줄 때도 감동이였다. 

우리들의 시대 노래를 듣노라면 내 마음은 젊음으로 달려갔고, 한국의 선거결과를 알려 줄 때는 나도 모르게 환희가 터져나왔다. 어디 그 뿐인가? 월드컵 축구 중계, 대통령 취임 실항 중계 등을 들을 때면 여기가 한국이지? 미국인지? 잘 분간이 안 갈 정도로 고국의 소식을 잘 알려주어 이 방송을 들을 때면 전혀 외롭지 않게 운전을 한다. 그러나 특히 세월호 참사같은 가슴아픈 고국의 소식에 너무 마음이 아픈 나머지 눈물이 흘러내려 그냥 흐르는 채로  운전을 하였다. 정 많은 우리 민족의 애간장을 끓게한 사건은 온 교민들도 함께 울었던 것으로 안다. 그리고 그 안타까운 마음을  정성으로 모아 고국에 송금한 소식은 너무 감동이였다. 

내 생각에는 대한민국 정부가 해야 될 일을 아니 총영사관에서도 못하는 일들을 우리의 라디오 한국에서 오직 교민들을 위해 24시간 쉬지않고 방송을 할 뿐만 아니라 마음에 우러나는 정성을 모아 교민 사회를 위해 직접 헌신하고 또 고국의 어려움에 솔선하여 뛰어들어 성금을 모아  전달하는 그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 생각한다. 

나는 방송을 들을 때마다 라디오 한국은 방송의 사명을 넘어 우리 교민의 선봉장으로 헌신하고 직접 행동하는 일에 너무 고맙고 감사하다는 말 밖에 할 수 없었다.


나는 이렇게 시애틀 교민도 아니면서 더 시애틀 교민처럼 라디오 한국의 애청자가 되어 오늘도 그 길을 트럭을 몰고 달리며 시간 시간 들려주는 고국 소식에 외로움, 그리움 모두 감싸주는 이 방송을 누구보다도 사랑하고 있다.  

김 유훈 (한국문협 밴쿠버지부)

* 이 글은 시애틀 라디오 한국 창사 17주년 특별수기 공모전에 제출해 은상을 받은 작품입니다.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7-09-28 17:12:20 LIFE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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