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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 호주 레스토랑 아티카의 벤 셰리, 자연을 품어 식탁에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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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redbear300 작성일15-07-04 10:36 조회23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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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박용석



2012년 1월, 나는 레스토랑 개업이 무산되자 호주행을 결심했다. 모아둔 돈은 이미 꽤 많이 써버렸고, 국내에선 어디에 취직해야할지도 감이 잡히지 않았다.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그저 가장 빨리 워킹홀리데이 비자가 나오는 곳으로 급하게 비행기표를 끊었다. 

멜버른에 도착한 뒤 어찌어찌 집을 구하고 일자리를 알아보는 동안, 오직 한 가지만 생각했다. 파인 다이닝에 취직하겠다는 목표였다. 그때 참고가 된 것이 레스토랑 가이드인 ‘더 에이지 굿 푸드 가이드(The age good food guide)’였다. 프랑스에 미슐랭이 있듯 호주에는 이것이 있었다. 

호주 전체 레스토랑을 대상으로 점수를 매기고 모자 개수로 등급을 표시하는데, 최고가 3개였다. 당시 멜버른에는 모자 3개를 받은 레스토랑이 4곳이 있었다. 아티카(Attica), 재스크 래이몬드(Jasque Raymond), 로열 메일 호텔(Royal Mail Hotel), 뷔 드 몬데(Vue de Monde). 아는 곳이라고는 뷔 드 몬데밖에 없어 이력서를 e메일로 보냈지만, 현재로서는 인원을 뽑지 않는다는 정중한 답신만 받았다. 

이제 어찌할까 고민이 깊어지던 그때, 룸메이트가 아티카에 문을 두드려보라고 했다. 그는 호주에서 일하는 한국인 요리사였는데, 나에게 곧잘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곤 했다. 그런 그의 말 한마디에 아티카라는 곳에 관심을 갖게 됐다. 

자연 그대로의 맛을 살리는 최소한의 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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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게살에 허브를 곁들인 요리



아티카는 멜버른 시티에서 남쪽으로 10여 분쯤 떨어진 작은 동네에 자리한 파인 다이닝 식당이었다. 나처럼 해외에서 건너오는 사람들에게는 생소했지만, 이미 명성은 충분히 높았다. 그해 ‘세계 베스트 레스토랑 50 (World's 50 Best restaurant)’ 순위에서 53위를 기록했고(리스트는 100위까지 공개된다), ‘더 에이지 굿 푸드 가이드’에서는 셰프인 벤 셰리(Ben Shewry)가 올해의 셰프에 꼽히면서 호주에서 가장 떠오르는 식당으로 자리를 굳혔다. 

견습생 자격으로 메일을 보내고 오케이 사인을 받았다. 레스토랑은 최소 두 달간 일하기를 원했지만, 얼른 직원으로 채용돼 돈을 벌어야했기에 2주만 하겠다고 말했다. 턱없이 짧은 견습이었지만 돌이켜보건대 그 2주는 요리에 대한 나의 생각 전체를 바꿔놓은 시간이 됐다. 공교롭게도 내가 아티카에 머문 기간 동안 레스토랑에서는 특별한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었다. 첫 주는 레스토랑이 요리책을 내기 위해 50~60여 종 메뉴를 연일 촬영 중이었고, 그 다음주는 레스토랑이 그토록 고대하던 밭을 사서 땅을 갈아엎고 새로운 작물을 심는 시간이었다.

밭이 왜 그리 중요했는가는 이곳의 요리를 접하면서 이해가 됐다. 셰리 셰프는 주류의 파인 다이닝과는 다른 길을 걸었다. 바닷물에 해산물을 삶아내거나, 흙이 묻은 채 감자를 쪄냈다. 무엇보다 조리법이 간단했다. 가령 마론(Marron·호주에서 잡히는 바닷가재 크기의 민물가재)을 잡아 간단히 삶고 저온의 오일에 조리한 후, 홍합에 아주 소량의 와이트 와인을 넣고 끓인 육수를 부어주는 식이었다. 

기술적으로 대단한 레스토랑은 분명히 아니었기에, 솔직히 일을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는 과연 이 음식들이 좋은가에 대한 의문을 품었다. 스팀에 쪄낸 서양식 부추(leek)와 치즈 그리고 허브 오일이 전부인 음식을 보고는 이게 호주 최고의 요리일까 싶었던 것이다. 

사실 어느 요리사라도 그들이 무엇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면 가질 수 있는 궁금증이 아니었을까. 그것은 내가 그때까지 당연시했던, 그러니까 뭔가 놀라운 기술이나 소스의 조합을 이용해 환상의 음식을 만들어내는 것을 최고로 치는 일반론의 대척점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책 작업을 위해 촬영되는 음식을 계속 봐 오면서도 그의 음식이 왜 그리 높게 평가받는가에 대해 의문을 놓을 수 없었다. 보통 가정집에서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조합의 음식이었다. 결국 이 의구심은 단숨에 놀랄만한 방법으로 해소됐다. 고민 끝에 나는 셰프에게 직접 물은 것이다. 당신은 손님에게 무엇을 전달하느냐고. 

셰리는 대답 대신 나에게 DVD 두 장을 내밀었다. 그 안에 담긴 영상을 보는 순간, 나는 그때까지 품은 질문에 대해 뚜렷한 답을 얻을 수 있었다.

“요리로 자연의 순수함과 문명 사회를 연결”

아티카의, 아니 셰리의 요리는 ‘자연의 지역주의’가 근간이었다. 그는 뉴질랜드 출신으로, 어린 시절의 경험과 자연으로부터 영감을 통해 창의적 요리를 끊임없이 선보이길 원했다. 자연에 존재하는 순수한 식재를 가장 자연적인 상태로 손님에게 제공하고, 그것으로써 자연과 문명사회의 재연결(Reconnect Nature and Cultural Society)하자는 게 목표가 됐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이곳의 음식은 철저하게 자연 상태의 순수함에 가깝게 결과물이 나오도록 의도된 요리일 수 밖에 없었다. 

그는 수렵과 채집이라는 과정을 통해 많은 재료를 구했다. 사용되는 대다수의 허브는 뒷뜰에서 따서 썼고, 때로는 바닷물도 이용했다. 해초·가는갯는쟁이(saltbush)·바다시금치(beach spinach)같은 것들을 얻기 위해 바닷가를 가거나, 쇠비름(purslane)을 찾아 레스토랑 뒤편에서 캐는 일들을 반복했다. 그리고 그것을 별다른 조리 기술 없이 손님에게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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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 크림 요리



영상을 끊임없이 돌려보며 그가 몇 년간 지켜왔던 요리의 일관성이 마음에 와 닿았다. 자연주의 음식을 만드는 다이닝 셰프가 손님에게 궁극적으로 전달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자, 평범하고 형편없어 보이던 요리는 더할 수 없는 감동이 되었다, 호두 껍데기를 일일이 조심스레 벗겨낸 후, 크림을 만들어 다시 호두 껍데기에 채워넣고 위에는 완두콩을 올리는 요리, 흙 묻은 감자를 간단하게 물에 데쳐 껍질을 벗겨내고 저온의 오일에 조리해 국물을 부어주는 요리에서 자연을 품은 음식의 정수를 발견했다, 

현재 아티카는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며 화려하게 성장하고 있다. 2013년 ‘세계 최고 식당 베스트 50’ 중 21위에 올랐고, 같은 해에 ‘호주 최고 식당(Best Restaurant in Australasia)’ ‘최고의 개업(Highest New Entry)’ 타이틀을 한꺼번에 거머쥐며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2014·15년 연속으로 ‘세계 최고 식당 베스트 50’ 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음도 물론이다(2년 연속 32위). 리스트에 오른 유일한 호주 식당이라는 영광도 함께하면서. 

지난해 5월, 나는 호주에 간 김에 레스토랑을 예약해 들렀다. 음식은 내가 느꼈던 그의 일관성을 여전히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식사를 하면서, 당시 봤던 그의 확신이 변하지 않았다는 것에 큰 기쁨을 느꼈다. 여전히 그곳은 호주 최고의 레스토랑이며, 셰프는 일관되게 자연에 존재하는 음식의 정수를 손님에게 그대로 제공하는 일을 한다. 여전히 바다에 나가 해초를 캐고 풀을 뽑으면서 손님에게 자신이 자연에서 느낀 놀라움을 전달해내며 말이다. 

벤 셰리(Ben Shewry·38) 
2005~현재 아티카 헤드 셰프 
멜버른 써카(Circa) 레스토랑 부주방장 
런던 남(Nahm) 레스토랑 근무 
뉴질랜드 타라나키 출신 

장진모(30) 
현 앤드 다이닝 헤드 셰프 
화수목 이그제큐티브 셰프
부띠끄 블루밍 수셰프
루카(Luka) 511 헤드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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