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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 | 10대 노숙자, 할리우드 톱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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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7-10-03 14:23 조회36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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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스타들의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활약하는 테일러 장 바바이안. 불우했던 과거를 긍정의 힘으로 바꾸면서 미국에서 손꼽히는 뷰티 전문가가 됐다. 박종근 기자

'불가능은 없다(Anything Possible).' 냉소 가득한 이 현실에서는 낯설기까지한 긍정의 한 마디를 인생에 걸쳐 보여주는 이가 있다. 재미동포이자 할리우드 톱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테일러 장 바바이안(43·Taylor Chang Babaian)이다. 네 살 때 부모를 따라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간 그는 노숙까지 하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딛고 할리우드에서 손꼽히는 뷰티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오노 요코, 폴라 압둘, 카니예 웨스트, 김윤진 등 톱스타들와 셀레브리티(셀럽)이 가장 빛나는 순간을 위해 그를 찾았고, 화장 노하우를 담아 펴낸 책 『Style Eyes(스타일 아이즈)』는 패션 매거진 하퍼스 바자가 선정한 '베스트 뷰티 북'에 꼽혔다. 이뿐 아니다. 로레알·시세이도·베네피트 등 세계적 화장품 브랜드와의 협업부터 인공 눈썹 브랜드(Kre-at Beauty) 창업까지 활동 영역을 넓혀갔다. 그런 그가 지금은 미국 UCLA 대학에서 인류학을 공부하며 또 다른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8월 24일 한국을 찾은 그를 중앙일보에서 만났다. 대화 중간중간 '그게 언제였죠?'라는 물음에 그는 단박에 대답하지 못할 때가 많았다. "지금껏 삶이 어찌나 긴 여정이었는지, 얼마나 숨 가빴던지 순간순간을 정확히 기억할 수가 없어요. " 

 

바바이안이 메이크업을 맡은 뮤지션 카니예 웨스트의 화보. [사진Cloutier Remix 홈페이지]

바바이안이 메이크업을 맡은 뮤지션 카니예 웨스트의 화보. [사진Cloutier Remix 홈페이지]

질의 :언제부터를 '숨 가쁜' 시작으로 봐야 할까.
 
"아마도 이민 간 순간부터가 아닐까. 부모님은 정착 이후 내내 바빴고, 힘들었고, 그래서 싸웠고, 결국 헤어졌다. 큰 오빠와와 여동생은 어머니와, 나와 작은 오빠는 아버지와 살았는데 나는 열네 살에 집을 나와 노숙을 하기도 했다. 구체적인 이유는 말할 수 없지만 한 마디로 집이 밖보다 안전하지 않은 상태였다. 거리로 나와 학교도 가지 않고 친구네 집 옷장, 24시간 도넛 가게나 세탁방 같은 데서 쪽잠을 자며 지냈다. 일년 반을 그렇게 살았다. " 

이민 1.5세대 테일러 장 바바이안
10대에 거리 생활, 쓰리잡까지
이젠 오노 요코, 카니예 웨스트 등이 고객
"MBA 다닌 뒤 첨단 뷰티 회사 세우겠다"

질의 :그러다 다시 집으로 돌아갔나.

 

"어느 날 내 인생이 이렇게 끝나겠구나 싶었다. 주변 아이들이 마약에 빠져 죽기도 했다. 아버지와 연락이 닿았고 일단 집으로 들어갔다. 아버지와 시애틀로 이사를 했는데 책상은커녕 가구도 제대로 없는 집이었다. 종이박스를 놓고 공부했다. 나중에는 친구네 집에서 지내며 학교를 다녔는데, 모자란 학점을 메운 것뿐 아니라 장학금을 받으며 졸업했다. 아쉽게도 형편상 인근 커뮤니티 칼리지(2년제 대학)에 진학했다. " 
바바이안의 고객 중 한 명인 배우 김윤진. 골든 글로브 시상식의 레드카펫에서의 모습이다. [사진Cloutier Remix 홈페이지]

바바이안의 고객 중 한 명인 배우 김윤진. 골든 글로브 시상식의 레드카펫에서의 모습이다. [사진Cloutier Remix 홈페이지]

질의 :비교적 빨리 정상적인 삶의 궤도로 돌아왔는데.

 

"열 여덟에 대학에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를 늘 두세 개씩 했다. 그 중 하나가 체육관 안내데스크였는데, 거기서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스무 살에는 결혼·임신을, 스물 두 살에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됐다. 두 번 다 출산 휴가를 3주만 쉴 정도로 여유가 없었다. 그래도 일은 잘 했다. 체육관에서 얼마 안 있다가 미용실에 스카웃 돼 각종 서류를 다루는 매니저 일을 했다. 그때는 하루 14시간씩 일한 것 같다. "  

 

 

질의 :어떻게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됐나.

 

"미용실에서 고객 서비스로 하는 화장 수업이 있었는데 그걸 들었다. 강사가 내가 하는 걸 보더니 재능이 있어 보인다고, 남다르다고 해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럴 법도 했다. 나는 어릴 적 내내 성형을 해야 한다는 소리를 어머니로부터 듣고 살았다. '쌍커풀이 없어 못 생겼다'고 했다. 그래서 열심히 화장을 했다. 처음에 백인처럼 했더니 어디 한 대 맞은 애 같았는데 나중에는 가장 예뻐 보이는 방법을 터득하게 됐다.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려고 마음 먹으면서 결심한 게 있었다. 당시 읽고 있던 책에 '사람들은 똑같은 서비스에는 돈을 내지 않는다'는 내용이 머리에 박혔다. 그래서 나는 뭔가 화장을 하더라도 다른 걸 하겠다는 결심이었다. 스타들의 메이크업 아티스트였다. 그 때가 스물 세 살이었다. " 
반짝이를 활용한 바바이안의 메이크업 화보.[사진 Cloutier Remix 홈페이지]

반짝이를 활용한 바바이안의 메이크업 화보.[사진 Cloutier Remix 홈페이지]

질의 :누가 도와줬나.

 

"도와줄 사람이 있을 턱이 있나. 혼자였다. 일단 잡지 기자들한테 이메일을 보내서 물어봤다. 크루티에르 레믹스(Cloutier Remix)라는 에이전시에 들어가야 한다는 답이 왔다. 전속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두고 유명인들과 연결을 해주는 걸로 유명한 곳이었다. 전화를 걸었는데 아예 받지도 않았다. 그래도 찾아가고 또 연락했다. 일곱 달 만에 연락이 왔다. 혹시 무급으로 해 볼 생각은 있냐고. 고민 없이 응했다. 그 이후로도 돈을 받았다 안 받았다를 반복했다. 낮에 미용실에서 일을 하고, 밤에 광고나 화보 촬영을 하면서 잠을 한 시간만 자는 일이 종종 있었다. 그래도 버텼더니 3년 만에야 전속이 됐다. 현재 소속사가 바로 여기다. " 
인종과 상관 없이 화장으로 개성 있는 아름다움을 보여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화보.[사진 Cloutier Remix 홈페이지]

인종과 상관 없이 화장으로 개성 있는 아름다움을 보여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화보.[사진 Cloutier Remix 홈페이지]

 
질의 :그 시간들을 어떻게 버텼나.

 

"인생을 게임이라고 생각했다. 자, 이기려면 어떡할거냐. 죽을 거냐 아니면 살 거냐. 살려면 어떻게 할거냐. 2005년 처음 책을 쓸 때도 그랬다. 출판 계약을 맺고 사진도 찍고 글도 써야 하는데 오른팔을 다쳐 쓸 수가 없었다. 출간을 미룰 수도 없어서 그냥 왼손 쓰는 연습을 죽기 살기로 했다. 지금도 우리 애들한테 귀에 못이 박히게 말한다. 불가능한 건 없다고. " 
바바이안의 가족 사진. 아들과 딸, 남편은 어려웠던 과거를 치유해주는 존재다. [사진 바바이안]

바바이안의 가족 사진. 아들과 딸, 남편은 어려웠던 과거를 치유해주는 존재다. [사진 바바이안]

질의 :어려웠던 과거를 지우고 싶진 않았나.

 

"과거는 강력한 힘이다. 배고파서 기운이 떨어질 땐 닷새나 못 먹었던 경험을, 너무 추울 땐 건물 계단의 빈 공간에서 자던 때를 떠올리곤 한다. "  

 

 

질의 :일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처음 일한 날이다. 배우 애드리언 브로디의 잡지 화보 촬영이었는데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어떤 옷을 입어야 하는지 전혀 몰랐다. 스타를 만나는 공식적인 자리니 왠지 정장을 입어야할 것 같았다. 일자 치마에 정장용 셔츠를 입고 높은 굽의 구두까지 차려 입었다. 그런데 스태프들이 놀라는 거다. 곧 누군가 외쳤다. '할리우드에 올라갑시다!' 촬영 장소가 할리우드 간판이 있는 그 산이었다. 거기를 그 복장으로 올랐다. " 
바바이안과 11년 간 인연을 이어 오고 있는 아티스트 오노 요코 [사진 Cloutier Remix 홈페이지]

바바이안과 11년 간 인연을 이어 오고 있는 아티스트 오노 요코 [사진 Cloutier Remix 홈페이지]

의 :지금의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비결은.

 

"솔직함이다. 나는 셀럽들 화장을 하면서도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한다. 얼굴에 감정이 다 드러나서 숨길 수도 없다. 신기한 건 톱스타일수록 오히려 이런 것에 까탈스럽지가 않다. 간단하게 어떤 느낌이나 단어를 설명하고 나한테 맡긴다. 존 레논의 아내이자 아티스트인 오노 요코도 그렇고, 김윤진도 참 쿨한 성격이다. " 
평소 쓰는 화장품을 들고 포즈를 취한 바바이안. 박종근 기자

평소 쓰는 화장품을 들고 포즈를 취한 바바이안. 박종근 기자

 
질의 :오노 요코가 당신의 책 『동양인의 얼굴(Asian Faces)』 서문도 썼다. 
"11년 전 처음 만났는데 지금도 로스앤젤레스에 오면 나를 찾는다. 처음에는 어쩐지 그가 두렵고 안 좋은 이미지였는데 만나 보니 꽤 따뜻한 사람이었다. 특별한 기억도 있다. 2014년 그의 아들 션 레논이 어머니를 위해 셀럽들과 콘서트를 열었다. 리허설 때 레이디 가가가 피아노에 올라 춤을 추고, 션이 베이스를 치고, 요코가 흥겨워 하는 모습을 혼자 지켜 봤다. " 
바바이안의 2007년 출간한 책『동양인의 얼굴(Asian Faces)』[사진 Cloutier Remix 홈페이지]

바바이안의 2007년 출간한 책『동양인의 얼굴(Asian Faces)』[사진 Cloutier Remix 홈페이지]

질의 :화장 전문가로서 인류학을 공부하는 이유는.

 

"인류학은 세대와 인종을 떠나 인간의 본성을 파고 든다. 모든 것에 이유가 있다. 여자들이 예뻐보이고 싶은지도 마찬가지다. 좋은 피부는 우월한 유전자라는 경쟁력을, 대칭을 이룬 얼굴은 착하고 솔직하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공부하다보니 K뷰티도 흥미로운 주제였다. 왜 한국 여자들 화장 수준이 이렇게 높을까, 화장품이 왜 이렇게 좋을까. 기존 연구와 다른 이유를 찾고 싶어 직접 온 것이다. " 
바바이안이 평소 갖고 다니는 화장품. 그는 국내에서 산 설화수 쿠션 파운데이션(왼쪽 두 번째)부터 클리오 아이섀도우, 이니스프리 클레이 마스크팩등을 언급하며 "최고의 품질"이라고도 말했다. 박종근 기자

바바이안이 평소 갖고 다니는 화장품. 그는 국내에서 산 설화수 쿠션 파운데이션(왼쪽 두 번째)부터 클리오 아이섀도우, 이니스프리 클레이 마스크팩등을 언급하며 "최고의 품질"이라고도 말했다. 박종근 기자

질의 :앞으로의 계획은.

 

"마흔 넘어 공부를 한다고 하니 다들 따라가기 힘들 거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전공 내에서, 그리고 캠퍼스 단위로 뽑는 우수생으로 동시에 뽑혔다. 공부를 마치면 경영대학원(MBA)에 진학할 생각이다. 세포라(글로벌 화장품 전문 편집매장)가 IT 기술로 고객의 수요를 파악하는 것처럼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서 첨단의 화장 사업 모델을 만들어 보고 싶다. 내가 말하지 않았나. 불가능 한 건 없다고. "
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10대 노숙자, 할리우드 톱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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