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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문학가 산책] 또 다시 겨울 나무를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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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병수 작성일18-01-02 09:11 조회5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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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수 / 시인.소설가 

 

 

아직까지는 낯선 나무를

자주 만난다

그 가운데 한 그루에게 다가가

그의 반듯한 허리에

내 그리운 등을 기댄다

말없이 차고 푸른 시선만으로 날 응시하는

그 나무에게 마음속 말로 속삭인다

-넌 천국이 있는지 없는지 잘 알겠구나

어째서 이 나무는 이보다 좋은 천국에 가지 않고

여기 메마른 천국의 돌밭에 서 있을까 하고

내 이상(理想)이 흘러간다

나무를 지나기 전에 한참 더 생각했다

그리고 알 수 없어서 나무를 껴안아 보기로 했다

느껴지는 차가운 감촉

구름 저편으로 연모(戀慕)도 없는 달이

자기 살빛으로 나무를 흐릿하게 쓰다듬어 주고 지나갈 때

내 한겨레의 땅에 무늬진 생사의 감동의 정점에서

나는 긴장한 살대처럼

별안간 경련하며 몹시 울기 시작했다

소리로 날카롭게 달빛을 뚫는 새같이

나는 거세게 여윈 어깨를 흔들며

인간의 역사에 가담하지 않는 사내처럼 울기 시작했다

나는 고독한 나무의 뜰을 지나서

내 운명의 거친 겨울 벌판으로 가기 전에

하늘 밑 어두운 토굴을 향해 한 번 더 울었다

나는 지평선의 정답지 않은 나무를

정다운 나무로 생각하고

고독하고 순결한 나무를

거룩하고 아름다운 나무로 생각하고

신을 향해 한 번 더 짖어 울고

유심히 돌아다보며

그러나 이제는 아무 말없이

나무를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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