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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꿈배를 띄우자] 인터넷이 뭐 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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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dino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7-01-16 11:36 조회40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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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함에 익숙해진 세상살이, 가끔은 불편했던 옛날이 그립기도 해

 

 

밴쿠버에 살면서 여름에 바람이 강하게 불어 전기가 나가서 고생했던 기억이 있었지만, 이민 온 이래로 요즘처럼 눈이 많이 와서 불편했던 것은 처음인 것 같다. 며칠 전 눈이 펑펑 오던 날, 스노타이어가 아니어서 방콕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인터넷이 안 되면서 신나게 보던 프로그램이 정지되었다. 집에 오기로 한 학부형이 오지를 않았다. 시간을 워낙 잘 지키는 분이라 무슨 일인지 걱정이 되어 전화를 해 보았다. “선생님, 집 앞에서 공사를 하는데 물어보니 3시간동안이나 막는데요. 그래서 늦어졌는데 다른 길로 돌아서 갈게요.” 그 공사 때문에 인터넷이 안 된다고 생각 했었다.

눈을 치우면서 기다려도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았다. ‘그럼 이 참에 영어 실력이라도 늘릴(?) 겸 TV나 볼까? 그런데 웬걸?’ TV도 연결이 되지 않는다. 무슨 일인지 밖으로 나가 보았다. ‘이럴 수가!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너무 놀라 입이 다물어 지지 않았다.’  우리 집과 연결된 선이 뚝하고 끊어져서 그 전선을 차들이 밟고 다니고 있었다. 마침 공사차가 지나가고 있어서 물어보니, 지금까지 한 것은 전기공사였고 아마도 눈 때문에 늘어진 전선을 키가 높은 차가 건드리고 가서 끊어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니 인터넷 회사에 직접 전화를 하란다.

어렵게 연결 된 전화에서 하는 말이 “일손이 부족해서 내년 1월 2일에나 해 줄 수 있어요. 그럼 크리스마스와 새해 카운트다운은요? 혹시라도 그 안에 나갈 수 있으면 전화 할게요.” 하루가 급해서 이번 기회에 회사를 바꿔보려고 다른 회사로 전화를 했더니 거긴 한 술 더 떠서 1월3일에나 가능하다고 했다. 밴쿠버에는 TV회사 2개(전에는 1개), 자동차 보험도 1개, 도대체 경쟁이 없으니 소비자만 불리하다. ‘뭐, 나야 불리한(?) 소비자니까 할 수 없지’ 다행히도 다음 날 전화가 왔다. “12월 23일에 나갈게요.” ‘이렇게 고마울 수가!’

 

전에는 수도, 전기, 가스, 인터넷 순서로 불편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인터넷이 제일 첫 번째 순서가 되었다. 물론 이 중 하나라도 없으면 불편하지만, 잠시 없다고 생각해보면 수도가 안 나오면 일단은 생수로, 전기가 없으면 촛불이나 랜턴, 가스가 없으면 휴대용 가스레인지를 사용하면 되고. 그런데 인터넷이 없으면….

물론 스마트 폰은 데이터로 사용 할 수는 있지만 공교롭게도 저번에 아이들 합창 수업을 할 때 한국 동요를 보여주느라 데이터를 거의 다 써버렸다. 잠시 데이터를 늘려 보려고도 생각 했었는데 그것도 간단치 않았다. 플랜을 바꾸어서 사용할 것이 아니면 다시 취소를 해야 하고…. ‘인터넷이 없던 시대에도 다 잘 살았는데 조금 불편하겠지만, 그 시절로 돌아가 생활을 해 보자.’

‘그런데 약속과 공지사항 등을 카톡으로 보내고 받아야하는데 어떡하지?’ 가만히 생각해보니 메시지를 이용하면 될 것 같아 메시지로 보내달라고 했다. 카톡은 이모티콘, 전 세계 무료통화 등이 잘 되어있어 메시지는 카톡이 없는 사람에게만 보내보았는데, 인터넷이 없을 때 이렇게 메시지가 유용한지는 미처 몰랐다.

밤에 잠을 잘 때는 항상 음악을 들으면서 잠을 청하고는 하는데 책을 읽으면서 자려 해도 습관이 무서운지라 잠이 오지 않았다. 과자를 다 먹고 아쉬워서 부스러기라도 찾는 심정으로 스마트 폰을 뒤적여보았다. ‘심봤다! 전에 라디오 방송을 다운로드해 놓은 것이 몇 개 있었다. 이것으로 며칠만 버텨보자.’

 

다음 날 아침 평소보다 1시간 일찍 남편이 출근을 한다고 했다. “무슨 일이 있어요? 아니, 팀홀튼에 가서 아침 먹고 인터넷 보고 출근하려고.” ‘아침이면 일찍 일어나기 싫어하던데, 인터넷은 남편도 벌떡 일으키는구나!’ 나도 오늘 처음 가보는 곳에서 약속이 있어 며칠 전에 대충의 약도는 보았고 그 근처에 가서 스마트 폰으로 찾아가려 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되었으니 어찌한다?

“이 없으면 잇몸으로….” 지도책을 보고 찾아가기로 했다. 이민 와서부터 사용하던 것이라 낡았지만 밴쿠버는 크게 바뀐 도로가 없어서 괜찮을 것 같았다. 지도책을 펴 보니 표지 안쪽에 급할 때 사용하려고 길을 물어보는 방법도 영어로 써 있었고, 다운타운이 일방통행으로 된 길이 많아 색을 달리하며 알록달록 색칠이 되어있었다. 그 책을 보는 순간 정겨움이 느껴진다. ‘운전하면서는 지도책을 보기가 힘들 텐데….’ 전에 사용하던 내비게이션을 찾아 감사한 마음으로 켰다. ‘사람은 환경에 적응하는 동물이듯 이렇게 방법이 있구나!’

 

스마트 폰의 내비게이션이 지도책을 대신 한 것은 불과 5-6년 정도 밖에 되지 않는 것 같다. 그런데 지도책이 이젠 구시대 유물같이 느껴진다. 요즘처럼 너무나 생활이 빠르게 변화하는 것이 오히려 불편할 때도 있다. 이제는 두꺼운 가이드 책 때문에 새로운 전자제품 사기가 두렵기 조차하다. 그 설명서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대충 필요한 것만 사용하다보면 굳이 비싸고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살 필요가 없는 것 같다.

스마트 폰의 경우 앱(App)을 깔아서 이것저것을 이용해야 비싼 폰을 쓰는 보람이 있는데, 나 또한 100% 스마트 폰의 기능을 다 알아서 쓰지는 못 하지만 나이 드신 분들에게 그 나마 꼭 필요한 기능을 알려드려도 복잡해서 그런지 귀찮아하신다. 또 전에 어르신만 계신 댁에 갔었을 때 전자제품에 작동 순서를 메모지에 자세히 써서 붙여놓은 것을 본 적이 있다. 이렇게 세월이 갈수록 몸과 마음이 새로운 제품들을 점점 따라갈 수 없게 될 텐데…. 앞으로 얼마나 더 신기한 것들이 나와서 그것 없으면 살 수 없을 정도로 불편해질는지….

23일 아침부터 고치러 온다는 사람을 눈이 빠지게 기다렸다. ‘요즘 누구를 이렇게 간절히 기다려본 적이 언제였을까?’ 전화가 왔다. 반가워서 얼른 받았더니 “와 보니 사다리차가 다시 와야 해요. 그럼 언제 다시 오시는데요? 오후 늦게요. 저 기다리지 말고 밖에 나가셔도 됩니다.” '원래는 아침 일찍 시애틀에 사는 딸한테 가려고 했었는데…. 진작 알려주지.' 크리스마스고 해서 딸 가족과 만나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다. 인터넷을 고치면 바로 떠나려고 짐을 다 싸 놓은 차였다. 일단 예정대로 가기로 했다. 그래도 그 시간에 와서 고쳐줄지 걱정이 되었다. 그렇다고 마냥 기다릴 수도 없고….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가족들과 만나서 영화에서처럼 장식이 달린 트리 밑에 선물을 두고 선물교환을 하고  같이 크리스마스 만찬도 즐기고  거기에 하나 더 추가해서 인터넷이 되지 않아 못 본 궁금한 TV까지 보고 왔다. 집에 돌아왔을 때 인터넷이 고쳐졌는지가 제일 궁금했다. ‘만약에 인터넷이 안 되면? 생각하기도 싫었다.’ 도착 하자마자 TV부터 켜 보았다. 드디어 나온다. 스마트 폰도 잘 되고!

‘인터넷이 뭐 길래…’ / 아청 박혜정(순수문학 등단,한국문인협회 회원,캐나다 뮤즈 청소년 교향악단 지휘자)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7-09-28 17:12:20 LIFE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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